[출처] 매거진 X
2002년 09월 05일 15:56:38
강타 “하고싶은 음악…속이 후련해요”
강타(23)의 2집 ‘파인 트리’(Pine Tree)는 ‘탈 아이돌 스타’를 선언하는 듯한 앨범이다. 성인식용 새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꽉 졸라맨 것처럼 어색했던 1집 ‘폴라리스’(Polaris)와 비교해봤을 때 훨씬 느긋해졌다. 작사·작곡 스타일에서도 달라진 모습이 엿보인다. 의욕과잉으로 악보 마디마다 음표를 빽빽하게 그려넣던 단계를 넘어섰다. 그리고 여백을 마련했다. 재즈음악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함이다. 20~30대층까지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던 장르였지요. 재즈피아니스트 송광식 등의 신곡을 담았어요”
짤막한 소품으로 연인과 헤어진 뒤 1년의 사계를 묘사한 앨범은 전체적으로 재즈를 지향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팝적인 요소가 더 짙다. 음악적 완성도를 기하되 대중과의 호흡도 놓칠 수 없다는 욕심이 읽힌다. 언뜻 영국 아이돌 그룹 ‘테이크댓’ 출신이자 솔로로 독립해 재즈보컬로 인정받는 가수 로비 윌리엄스의 궤적이 떠올랐다. “그래요, 어쩌면 그와 참 닮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즈를 전문적으로 하고싶진 않아요. 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가수니까요”
타이틀곡 ‘사랑은 기억보다’가 재즈곡이 아닌 ‘강타식 발라드’인 것도 그 타협점으로 보인다. 현악오케스트라로 풍부하게 표현한 슬픈 사랑이야기가 귀에 익은 듯 편안하다. 15번째 마지막 트랙 ‘상록수’는 다소 허스키해진 강타의 보컬이 두드러진 곡.
창법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쓴 가사들도 늘 바탕빛깔은 슬픔이다. 강타는 “외로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아직 지우지 못한 표정이었다. H.O.T의 해체, 2년 전의 실연, 홀로 노래하는 솔로가수의 쓸쓸함. “다들 제 갈 길을 가는 거겠죠. jtL 친구들은 훨씬 자유로워보이고, 희준형도 솔로활동 잘 하고 있구요”. 그는 솔로 데뷔앨범 때보다 두배나 많아진 자작곡을 통해 하고싶던 음악을 맘껏 담아내서 속이 후련하단다.
이달 중순 개봉할 예정인 SF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는 소녀가 좋아하는 사이버 가수 ‘가준호’역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다. 3분 정도의 카메오 분량으로 “대사가 없어서” 출연에 응했다. 사실 지난 6월 S.E.S의 유진, 신화의 김동완 등 동료 가수들과 함께 SBS 단막극에 출연해 배우의 가능성을 점쳐본 적이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소질”이어서 깨끗하게 마음을 접었다. 연말에는 중국에서 콘서트를 가질 계획이다. 벌써부터 기획에 들어간 3집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트랜스풍 음악을 실험할 것이다. 그리고 나이 서른이 되면 군복무를 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하려한다.
“그때쯤 되면 누구나 기대고 싶은 음악을 프로듀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가슴아픈 일들도 담담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되겠죠”. 그는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음악만 자란 게 아니었나보다.
/최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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