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마담 휘가로
2002.09
feeling cuba!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섬, 쿠바로 떠난 강타와 한채영. 낡고 빛 바랜 건물, 1900년대 중반의 구식 자동자, 끝없이 펼쳐지는 해안에서 연인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 아바나.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주인공 이브라힘 페레와 아마디토 발데스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아바나 클럽 그리고 쿠바 영화의 대표작 <딸기와 초코릿>의 서정적인 촬영장소에서 펼쳐진 가을모드를 전한다.
아무도 우리가 쿠바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않았다. 비수교 국가,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비행시간, 막대한 촬영 진행비 등으로 잡지에서는 쉽게 덤벼들 수 없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안 가 본 나라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해외촬영 경험을 가진 사진작가 윤준섭은 오랜 시간 쿠바에 대한 열병을 앓고 있었고, 그의 쿠바에 대한 식지않는 열정과 매력에 <마담 휘가로>가 동참하게 되었다. 출발하기 불과 이주일전까지 촬영에 대한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쿠바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이해한 여러 패션 브랜드들의 동참으로 이 프로젝트는 마침내 빛을 볼 수 있었다.
서울에서 로스엔젤레스, 로스엔젤레스에서 멕시코, 멕시코에서 아바나. 이렇게 세번의 비행기를 갈아타며, 이민 가방 네 개가 넘는 촬영의상들과 함께한 고된 비행이 시작되었다.
공주(?) 대접을 받아야 하는 여자 연예인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이 고행길에는 바비인형을 닮은 한채영과 이국적인 마스크가 매력적인 모델 이언정, 중국 공연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강타가 함께 했다. 특히 한채영은 비행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짐을 분실한데다가 미국 영주권자로서 쉽게 갈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불평한번 없이 에디터의 맘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로케이션 헌팅 작업으로 이틀 전 미리 도착해 있던 사진가 윤준섭은, 쿠바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이르라힘 페레를 비롯한 주인공들을 섭외하기 위해 그들의 에이전시가 있는 스페인과 캐나다 등지에 수많은 팩스를 보냈고 그 답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이었다. 또한 쿠바 영화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딸기와 초코릿>의 역사적인 촬영 장소를 예약한 상태였다. 아바나는 음악과 해변가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그리고 낡은 건물과 구식 자동차만으로도 그림이 되는 도시였다.
30페이지에 달하는 막대한 촬영 분량과 30도가 훨씬 웃도는 더운 날씨에 가을 의상을 촬영해야 하는 힘겨운 작업이 시작되었고, 현지 가이드로 우리에게 막대한 도움을 준 호세씨를 비롯한 현지인들 덕분에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촬영 마지막날 이브라힘 페레와 아마디토 발데스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던 아바나 클럽에서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촬영 하루 전날 촬영결정을 통보 받은 우리는 설레임으로 벅차 있었다. 먼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드러머인 아마디토 발데스가 도착했다. 밝고 선명한 옐로 셔츠에 베이지 컬러 팬츠를 세련되게 매치한 그는, 처음엔 어색한 듯 보였지만 우리의 환대와 관심에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그를 위해 옐로 셔츠와 어울릴 것이라고 에디터의 파란색 크리스찬 디올 팔찌를 즉석에서 선물하자, 예전에 일본과 파리에서 겐조와 피에르 가르뎅의 의상을 입고 촬영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떠나기 직전, 자신의 사인이 담긴 드럼 스틱을 선물하며 '우린 친구'라며 따뜻한 포웅과 함께 작별 인사를 해주었다. 세 시간 가량 늦게 도착해 스태프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이브라힘 페레는, 심장 악화로 응급조치를 받고 힘겹게 나타났다. 쿠바의 '냇킹콜'로 불리는 이 대 음악가의 등장으로 모두 가슴 찡한 감동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만남으로 아바나 클럽은 오랜만에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으며, 강타는 뮤지션으로서 세계적인 명장들과의 만남에 더욱 감격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자신의 폴라로이드를 보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던 이브라힘 페레와 아마디토 발데스는, 나이 차를 뛰어넘어 강타와 한채영과 친구가 되었고, 즉석에서 공연까지 보여주었다.
거리 어느 곳에서도 춤을 출 수 있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낙천적인 쿠바 사람들. 그리고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낡은 도시 속에서 잠시 도시의 각박함과 욕심을 잊을 수 있었던 3박 4일간의 짧은 쿠바 일정은 어느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으로 가슴 깊이 새겨졌다.
에디터_김희원 / 포토그래퍼_윤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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