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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그 첫번째 강타

혀니나라 2018. 6. 4. 07:25

[출처] 에꼴(ecole)
          2001년 8월호

외로움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홀로서기, 그 첫번째 강타


파리의 한 변두리 담벼락에는 이런 글씨가 써 있다.  'Kang-Ta in H.O.T'.
지난 6월 중순 영상집 촬영차 떠난 파리행에서 한 스태프가 담벼락에
'Kanf-Ta'를 디피크래티하자, 이를 지켜보던 강타가 자신의 이름 옆에
'in H.O.T'를 써넣은것.  오는 8월 중순, H.O.T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솔로활동의 스타트를 끊게되는 강타.  그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6월 13일 - 홀로 파리의 에펠탑을 향해 가다.

지난 5.13 선언 후 종적을 감췄던 강타. 몇몇 측근들과의 통화에서 '착잡하다' 라는 말만 되풀이했던 그, 심지어 멤버들과의 옛일을 떠올리며 울먹이기까지 했다고 전해졌다. 활동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조차 가장 마음 약한 멤버로 소문났던 걸 생각하면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6월 13일경. 인천국제공항에서였다. 근 한 달 동안 집과 작업실에만 박혀 가슴앓이를 해오던 그가 드디어 밖을 향해 첫 발걸음을 뗀 것. 애초 그의 여행에는 절친했던 신혜성과 이지훈이 동참하려 했으나 각자의 스케줄로 무산, 결국 홀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 강타의 파리행은 그의 첫 영상집 사진촬영이라는 목적도 있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H.O.T가 아닌 강타, 자신만이 떠나는 첫 여행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그만큼 이번 여행에서 외로움을 톡톡히 느꼈다는 강타. 더 이상 그의 옆에는 항상 웃음을 주는 희준이 형도, 어쩌다 한번 하는 말에 사람 까무라치게 했던 토니 형도, 위엄있어 보이지만 알고보면 정으로 똘똘 뭉친 우혁이 형도, 그리고 유일한 동생이었던 재원이도 없었다. 단지 쓸쓸한 바람만 주위를 돌 뿐.
몽마르트 언덕을 오르며, 드높은 에펠탑 아래에 주저앉아 과연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을까? 그의 모습을 카메라 속에 담은 김중만 사진작가는 '외로운 청년의 모습' 같았다고 전한다.

6월 27일 - 드디어 사람들 앞에 나서다.

파리여행을 마치고 온 지 나흘 째 되던 날, 강타는 SM측에서 마련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자리에는 팀의 리더로, 그 동안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 문희준도 함께 했다. 두 사람 모두 조금씩은 핼쓱해진 모습. 약 50여명의 팬들까지 함께 한 이 자리에서 두 남자는 담담하게 자신들의 진로를 밝혔다.
먼저 두 남자 모두 지난 6월 5일 솔로앨범 2장씩과 프로젝트 앨범 1장씩, 그리고 작곡가나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앨범 3장씩을 발표하는 조건으로 SM측과 재계약 했다고 밝혔다.
SM에서 가수로의 길을 열어줬고, 무엇보다 SM이 자신들의 재능이나 음악적 컨셉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끌어 줄 수 있다는 게 재계약을 둘러싼 그들의 이유. 이들의 음반은 SM에서 설립한 'H.O.T. 레이블'을 통해서 발표될 예정이라고.  결국 내년 2월까지였던 계약기간이 족히 몇 년 후까지 미뤄진 셈이다. 해체설 이후 조심스럽게 H.O.T.의 재결합을 점쳤던 기자들이 다시 한번 정확한 해체 여부를 묻는 질문을 던지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두 남자는 모두 H.O.T. 재결합의 가능성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다섯 명이 다시 뭉쳐서 활동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남기며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6월 30일 - 다시 북경행 비행기에 몸을 싣다.

기자회견이 있은 3일 후, 강타는 다시 북경으로 향했다. 역시 영상집 사진촬영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엔 파리여행과는 사뭇 달랐다. 더 이상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 갇혀있을 수 만은 없었던 것.
북경에서는 촬영신이 많지는 않았지만 좀 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전체적인 컨셉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 중국의 한 영화 제작소의 도움으로 마치 한 편의 무협영화를 찍 듯 중국의 황제, 무사 등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동안의 내성적이어 보이고, 여성스러워보였던 강타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바꾼 것. 외형적인 면만 달라진 건 아니다. 이젠 모든 걸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또한 가장 먼저 솔로로 나서야 하는 자신이 적어도 H.O.T.의 이름에 누가 되면 안된다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7월 9일 - '아틀란티스' 사운드트랙 발표

오는 8월 말 첫 솔로앨범을 발표하며 솔로활동의 스타트를 끊을 계획이었던 강타는 한발 앞서 영화 사운드트랙을 발표했다. 바로 7월 14일 개봉된 월트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영화 '아틀란티스'의 한국판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것.
애초 월트 디즈니에서는 한국판 영화 이미지송을 H.O.T.에게 의뢰하려 했으나, 강타가 직접 곡 작업과 노래를 하는 것이 나으리라는 생각에 강타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꿈' 이 라는 제목처럼 강타 특유의 미성과 감성이 잘 어우러진 이곡은 발표 이전부터 미국 현지 영화 관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모았었다. 특히 '세상 끝에 지쳐 쓰러져 갈때 언제나 날 일으켜줘'라는 첫 구절은 그가 겪었을 심적인 고통을 드러내는 것 같아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는 평가다.

7월 15일 - 더 이상 감추지만은 않겠다.

현재 강타는 자신의 첫 솔로앨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 이미 오래전부터 작업에 들어갔던 이 앨범은 현재 막바지 녹음단계에 있다. 이전부터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물론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줄 정도로 음악적인 실력을 겸비했던 만큼 강타의 첫 앨범은 전 곡이 자작곡으로 담길 거라던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정작 강타 본인의 곡은 4~5곡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곡만을 담으면 너무 자기 색깔에 파묻혀버릴 수 있다는 그의 겸손함 때문이다.  H.O.T. 때부터 함께해 온 유영진을 비롯한 몇몇 작곡가들이 그의 첫 앨범 작업을 도왔으며, 첫 앨범의 색깔은 발라드, 팝, 재즈 등 다양한 컬러를 띨 것이라고.
외형적으로도 한층 성숙하게 변신할 계획이다. 너무 어둡지 않은 컬러의 캐주얼 정장을 입되, 안경으로 이미지 변신을 줄 생각. 특히 강타 하면 떠오르는 칼머리 헤어스타일에서도 탈피할 계획이다. 현재 머리를 기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음악과 패션만 바뀐 게 아니다. 영상집에 들어간 대부분의 사진을 데뷔 이후 처음으로 노 메이크업으로 찍었던 것처럼,  이젠 뭐든 다 보여줄 생각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생각이다.  이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간 강타로 팬들에게 다가갈 생각이다. 이제 우리는 조금 더 여유롭게, 그의 마지막 준비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취재/문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