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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에 대한 국문학적 분석

혀니나라 2018. 6. 4. 07:20

출처 : DMZ in H.O.T 오렌젤(ORANGELY)동혜님


'환희'에 대한 국문학적 분석  


※ '환희(It's raining since you left me: 강타 작사,작곡)'
  의 가사에 흐르는 한국인 고유의 감수성에 관하여


H.O.T.는 현재 한국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룹이며 그들의 행동, 음악,
생각들은 현재 N세대로 지칭되는 10대~20대들의 사고방식에 큰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래세대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또한  이면에
는 정체성을 비난 받으며 성장해온 에쵸티는 어느 덧 스스로가 작사, 작곡을 전
담하는 자생적인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이제 4집 활동을 마치고 5집 준비를 위해
서 잠적한 지금, 문득 그들의 자작곡들을 반추하며 생각에 잠긴다.

내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그들의 언어였다. 과연 그들 스스로 지어내는 목소리
는 어떤 성격을 띄고 있을까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였다. 4집중에 세번째 타이
틀이 되었던 강타 자작곡 '환희'는 이러한 면에서 흥미롭다. 다섯 멤버들의 다양
한 사고와 신념의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나온 에쵸티 4집 중, '환희'는 범상한듯
하면서 범상찮다.  이별에 대한상처, 괴로움의 토로, 그러나 수용의 미학으로 마
감되는 환희의 노래가사는 한국인의 승화의 미학과 결부 되는 바가 많기 때문이
다. 이러한 점을 중점으로 두고 노래 '환희'를 분석하고자 한다.


※ 환희, 승화의 미학- 아픔으로 사랑을 완성하다

가사 분석에 앞서 '환희'는 제목부터 아름다운 역설법으로 표현되어있다. 노래
는 이별한 뒤의 상심한 남성화자를 빌려 진행되고 있다. 이별한 상태가 '환희'일
리 없다. 그러나, 노래 결부에서 나타나듯 화자는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서 자신의 슬픔마저 지극한 사랑으로 헌납하게 된다. 곧, 슬픔은 그녀를 위한 더
할수 없는 사랑, 행복이되며 마지막에는 기쁨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
는 환희 전반에 걸쳐 흐르고 있다.

'환희' 내부에 흐르는 감정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대체 어디 있어 내곁에서 떨어져서 행복하긴 한지 아니면 불행한지
너 걱정됐지 나를 바라봤던 아름답던 그랬던 네가 내곁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져 나를 버려, 오히려 왜 네가 눈물을 흘려
그 눈물에 가려 볼 수가 없어 나를 지켜주던 너의 눈빛을 더 이상
볼수가 없어 조금도 보이질 않아.
사랑하는 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지쳐만 가는 나의 모습으로
너를 잊으려 하는 결국엔 의미없는 끝없는 그리움으로 너를 기다리고 우!
(너에게 우 아직도 못다한)나의 사랑으로 부족한거지, 왜 자꾸만
멀어져만가지 도대체 왜 너 내게 없니 어디있니 내게 돌아와 너 나를 지켜줘  
지금 이 순간이 지나 날 잊고 살아갈 너에게 그저 추억일테지 하지만
나에겐 잊고 살수 없을만큼 널 닮아버린 내 전부가 됐어. 너의 모든걸
Baby I'm not ready to live my life steady w/o my lady uh!
Think about the way you kiss me girl why you set free
: ⓐ 이별의 슬픔: 원망과 아쉬움 -起


우리 함께 걸었었던 그자리 지금은 네가 없이 끝없이 지친 나를
반겨주는 거리 너와 함께였던 시간 그 동안 내 전부였던 너도 역시
생각나니 우리가 그토록 아꼈던 자리(그곳의 우리)그곳의 뜨거운 입맞춤도
기억나니(우리)우리(어) 행복했었잖니 잊을 수 있니(지울 수 있니)
이제 그만 용서해 (워) 내 곁에 돌아와 주길 바래 uh!  
(다시 또 널 만날 수 있다면 우~ 우~ 우~) 견딜 수 없었던 건
아직도 네게 못한 말들이 많이 남아 있어 주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 어!
: ⓑ 그리움의 고조 -承


조금씩 아주 천천히 와도 돼(기다릴 수 있어) 얼마든지 언제까지라도
기다릴께 약속할께 저말리 네가 보이는 것 같아 내 간절한 목소리
들리지 않니난 버틸 수 없어 제발(너를)
지금 이 순간이 지나 날 잊고 살아갈 너에게 그저 추억일테지 하지만
자에겐 잊고 살수 없을 만큼 널 닮아버린 내 전부가 됐어. 너의 모든걸
슬픔 속에 지쳐울던 나의 눈물만큼만 네가 웃을 수 있게
나 늘 잊던 그곳에 항상 서 있을께 나 너를 위해서
Surviving lonely days only with my prays.
Thinking about you in never dies just a memories. Still lies.
:ⓒ체념과 기원 -轉  


감당할 수 없을만큼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던 나의 다짐들이
산산히 조각나 내 머리 속에 마음 속에 더 이상 너를 바라볼 수도
붙잡을 수도 없게 만들어 버린 지금 난
Baby I'm not ready to live my life steady w/
o my lady don't cry baby
돌아선 나의 눈가에 흐르는 그 눈물 만큼만 제발 행복해주렴
그럴 수 있겠니 잊고 살 수 있는 만큼 노력해 볼께
널 사랑한만큼 너의 모든 걸.
:ⓓ 기도자적 승화-結


이별을 겪은 화자의 슬픔은 지극한 아픔으로 고조에 이르렀다가 체념에 이르고
종국에는 아픔을 통한 기원으로 승화된다. 이와 유사한 기법은 기존의 한국 문학
의 흐름에서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몇가지 일례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 제망매가>

※ 통신상에서는 고어(古語)가 형성되지 않는 관계로 현대어 어석으로
쓰겠습니다.

삶과 죽음은
이승에 있음을 두려워 하여
'나는 간다'고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 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승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볼 나는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다.

< 가시리>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렵니까
나는 어찌 살라고 하고
나를 버리고 가버리는 겁니까
붙잡아 두고 싶으나
행여 서운하시여 아니 오실까 두렵습니다.
떠나보내기 싫은 님을 보내옵나니
가시자 마자 돌아서 다시 오십시요.

<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임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깥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임의 말 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임의 얼
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에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임은 갔지마는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임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앞에서의 전통가요와 한용운의 시 '임의 침묵'은 다음과 같이 유사한 골격을 가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의 변증법적 전개는 한국 문학의 고유한
기조로서 서구의 이데아적 철학관적 입장에서는 쉽사리 설명되기 힘든 정서다.
알다시피 서구 세계관은 이데아계와 현상계, 이성과 감성의 철저한 분리등 모든
세계과 동전의 양면처럼 극과 극으로 이해되어 왔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이별은
사랑의 종말이며, 두 세계는 엄연한 극이며 단절을 의미하고 있다.  
한국 문학의 고유 정서를 쉽게 한마디로 설명하면 '한(恨)', 그리고 이를 씻김
하는 승화의 정서로 이해할 수가 있다.  즉, 현상계의 이별이 완전한 단절이 아
닌 이후에 올 이법계에서의 재회를 기약하는 또다른 형태의 지속이며 초월의 방
식인 것이다.

'환희'는 이러한 미덕을 가사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어 보이고 있다. 화자는 사랑
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슬픔을 고스란히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
다.  화자의 성별은 내용에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법이 좀더 견고하고 직
설적인 것으로 보아서 남성쪽에  가까운 것 같다. (부르는 가수 자체가 남성이라
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期부분에서 화자는 떠나버린 이를 그리워하면서지극한 슬픔에 잠긴 심정을 표현
하고 있다. 자신을 지켜 달라는 말로 보아서 떠난 연인은 화자에게 있어 가장 큰
버팀목이였으며 절대적인 존재였음을 추론할 수가 있다. 期 부분은 화자가 처한
현실 상황, 슬픔과 방황을 표현하고 있다. 아직, 현상계의 슬픔에서 초월하지 못
한 자아 모습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勝부분은 이러한 애소가 고조가 되고 있다. 화자는 점점 더 과거로 침잠해 가면
서 현실계에서 퇴행 자세를 보인다. 이미 발동한 슬픔의 감정은 과거의 행복과
자꾸 대립 되면서 화자를 점점 더 슬픔의 도가니로 끌고 간다. 이로 인해 이별의
상처는 더더욱 확대되고, 그 아픔의 하소연도 커진다.

轉부분에서는 지금까지의 현실적 아픔에서 반전하는 새로운 타협의 방안이 드러
난다. 화자가 현실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지금까지 슬픔에만 침잠해 있던 자세에
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자신의 이별을 조금씩 내재화함과 동시
에 이미 떠나가 버린 연인에 대한 미련을 넘어선 기원으로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轉부분은 이렇게 슬픔과 체념, 그리고 또다른 방안으로서의 기원이
융합하는 여울목 지점에 서 있다. 즉, 恨의 정서가 情과 차츰 전환 되어가는, 한
국적 정서의 루트가 결정적으로 발현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융합되
어가던 恨과 情의 정서는 結句에서 궁극적으로 和한다. 화자는 자신의 슬픔을 인
정은 하나, 이미 그 슬픔 원료로 떠난자의 행복을 기원하는 애소자적 기원으로
승화시키기에 이른다.

'환희'가 에쵸티라는 한국 젊은 세대의 대표적 문화 아이콘이라는 존재에게서
만들어진 노래임을 볼때 흥미를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환희에서 주목하는 부분
은 실상 '파격성 아닌 파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환희를 관통하는 정서는
(정한과 승화의 변증법적 정조)한국가요역사를 통해서도 한줄기를 이어왔던 고유
한 레퍼토리이긴 하다. 그러한 면에서 환희는 한국 정서의 보편성을 그대로 잇는
한 맥락이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정조가 바로 에쵸티라는 그룹에게
서 나왔다는 것은 자못 신선하며 주목된다.

에쵸티의 자작곡을 보면, 그리고 가사를 중점적으로 분석해보면 대부분 내용이
상당히 거시적이며 현실비판적일 뿐 아니라 거의 다듬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발
언을 내뱉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정면대응한 8.15,
코리안 프라이드, 협잡한 언론 보도의 허실을 폭로한 PUHAHA, 사이버 세계의 폭
력을 풍자한 YOU GOT GUN,청소년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설득하는 소년이여 신화
가 되어라, 반전을 노래한 투지, 그외 낙태, 자살, 학원폭력, 촌지문제 등 사회 곳
곳의 현실상에 대한 민감한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아름
다운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있어, 에쵸티의 다양한 음악관은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캔디'라는, 데뷔초 부터 그들에게 주어져 왔던 비판과 타협의 과제를 꾸
준히 수행하고 있음을 느낄 수있다.


그러나 4집에서 선보였던 사랑 노래 중 '환희'가 돋보였던 것은 재차 말하지만
지금껏 에쵸티의 노래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표현방식의 세계관 때문이였
다. '환희'는 빛과 어두움이 극명화 되어 있던 에쵸티의 노래 중 중간 지점에 서
있고, 변함없이 애정의 노래를 부르고 있으나 훨씬 고도화 되어 있고 숙성했다.
또한 그들이 작곡의 완성도뿐 아니라, 가사 내부에 고도의 플롯을 심을만치 성장
했다는 것은 향후 그들이 보여줄 음악세계에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에쵸티가 한국적 고유의 정서를 의도적이건, 혹은 자생적인 습득의
발현이던간에, 자신의 곡에 담아냈다는 사실에도 큰 기쁨을 느낀다. 그들이 비단
현실 사회에 대한 극명한 비판 외에도 타협의 언어로 이러한 문학적 기호를 택했다
는 것은 그들이 한층 싱어송라이터로서 세련되어졌음을 확인케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일취월장할 그들의 음악세계에 대해 기대를 갖는다.
처음처럼 치열하게, 그리고 이면의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문화전사로서의
에쵸티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