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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아버지 안근식씨 인터뷰 기사

혀니나라 2018. 6. 4. 07:22

※ 사진은 전역식날 기사 사진으로 대체

 

출처 : 여성중앙
          2001년 4월호

 

H.O.T. 강타 아버지 안근식씨가 본지에만 털어놓은 '톱스타 아들 둔 부모의 애환'

 "집 앞에서 살다시피 하는 열성 팬들 때문에 이사만 세 번 했습니다."

 10대들의 영원한 우상 H.O.T. 5명의 멤버 중 팬들의 사랑을 유난히 많이 받고 있는 강타의 아버지 안근식씨(54세)를 어렵게 만났다. 부모의 얼굴까지 알아보는 열성 팬들 때문에 대중교통도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스타 아버지의 이야기.

지난 2월 27일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인기그룹 H.O.T. 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모여든 4만5천여명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이 날 공연에는 부산, 마산, 군산 등 전국의 팬클럽 회원들이 3백여 대의 버스를 타고 상경해 이목을 끌었다. 안전을 위해 자체 안전요원 7백50명, 경찰 4개 중대 등이 투입돼 질서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해체설이 나도는 와중에 개최한 이번 공연은 H.O.T. 의 폭발적인 인기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강타, 문희준, 토니 안, 장우혁, 이재원 등 다섯 멤버로,

96년 첫 데뷔한 H.O.T. 는 지금까지 5장의 앨범을 내면서 인기 댄스그룹의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각 방송사 연말 가요대상 시상식과 가요순위 프로그램에는 늘 다섯 전사의 모습이 빠지지 않았고, 심지어 그룹의 이름을 딴 음료수가 나올 정도로 H.O.T. 는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다.
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살아가는 H.O.T. 다섯 멤버들. 이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엄청난 음반 판매량과 CF 출연료를 생각하면, 아들 잘 둔 덕분에 호강하며 살겠지 하는 상상도 해볼 수 있겠다.

 

인형처럼 잘 생긴 외모와 가창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유난히 많이 받고 있는 강타.

 

몇 차례의 전화 끝에 어렵게 만난 그의 아버지 안근식씨는 외모나 옷차림 모두 그저 평범한 중년 아저씨였다. 양재동의 한 커피숍 에서 만난 안씨는 구형 소나타 승용차를 타고 나와 기자를 놀라게 했다.

"아들이 톱스타가 되어 돈도 많이 벌었을텐데, 왜 아직도 구형 승용차를 타고 다니냐고 핀찬을 주는 이들이 더러 있어요. 아들이 학생 신분으로 연예인이 되어 돈을 좀 번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가족들의 생활이 경제적으로 크게 변하진 않았습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버지 안씨의 얼굴을 보며, 강타가 아버지를 정말 쏙 빼닮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안씨는 아들이 대스타가 된 지금도 건설현장을 누비며 다닌다. 요즘 새로 공사를 시작해 밤낮으로 현장에 있느라, 아들 볼 시간도 없단다.

아들 강타는 지방 공연이나 밤샘 녹음 스케줄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밤늦게라도 꼭 집에 들어오는 모범생이다. 워낙 성실해 연예인이 된 후에도, 부모는 아들의 개인생활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 3남매 중 막내로 자랐지만 강타는 늘 어른스러웠다.

지하철 안에서 강타 부모를 둘러싼 팬들 "강타 오빠 부모님 맞죠?"

"어렸을 때부터 우리 칠현(강타의 본명)이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편 이었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뜯었다가 다시 맞추어보고 하면서 한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2~3시간씩 있곤 했습니다. 가수가 된 후에도 자기 방 음향기기들 앞에 앉으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음악에 몰입하곤합니다."

강타가 H.O.T. 멤버로 데뷔한 것은 오금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처음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강타의 부모는 무척 놀랐다. 고3을 1년 앞둔 터라 부모는 아들이 공부에만 전념해주길 바랐다. 남들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이란 직업도 마땅치 않았다. 특히 아버지 안씨는 아들 강타가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인생을 살아주길 원했다. 성인도 아니고 학생 신분 으로 가수를 하겠다는 아들을 불러놓고 부모가 함께 설득했지만, 아들 강타는 자신의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부모의 염려와는 달리 가수로 데뷔한 아들 강타는 최고의 톱스타가 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대스타가 된 어린 아들을 보고 누구보다도 기뻐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강타도 첫 앨범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어머니 에게 앨범을 보여드렸다.

아들이 인기가수가 되어 너무 기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지 못했던 불편한 일들이 차츰 생기기 시작했다. 강타의 부모라는 사실이 동네에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일단 행동이 불편해졌다.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때로는 흐트러진 모습도 보이게 마련이지만, 톱스타의 부모이기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항상 집 주위를 떠나지 않는 열성 팬들도 강타의 부모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수 십명씩 몰려와 진을 치고 사는 팬들 때문에 강타의 집 주위는 늘 시끄러웠다. 처음에는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보던 이웃 주민들이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웃들에게 너무 미안해 결국 강타의 부모는 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이사를 한 뒤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사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다시 팬들이 모여들기 시작 했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동사무소와 구청에 진정서까지 올렸다. 다시 이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번번이 마찬가지였다.

"오금동에서 양재동, 다시 우면동으로 3번이나 이사를 해야할 상황 입니다. 이웃들의 항의도 항의지만, 제가 너무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구요. 낮 시간뿐만 아니라 밤에도 찾아와 아예 집 주위에서 밤을 새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라고 타이르지만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들은 가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밤중에 어디 갈 데가 있겠어요."

 추위에 집 앞서 떨고 있는 어린 팬들 따뜻한 먹거리로 몸 녹여준 스타 부모.

유난히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겨울 어느 날 밤의 일이다. 영하 13도까지 기온이 내려가 집안에서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문 밖에 3명의 여학생들이 떨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2시경. 방학을 맞아 지방에서 온 팬들 같았다. "추위에 저렇게 떨고 서 있다가는 무슨 일이 나겠다 싶었죠. 아이들을 주차장 쪽으로 불러서 장작불을 피워 몸을 녹여주고, 집 식구들은 뜨거운 컵라면을 준비해 먹도록 했습니다. 며칠 후 편지 한 통이 왔습니다. 읽어보니, 그 날 밤 추위에 떨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정말 고맙다고 편지에 썼더군요."

이후 팬들에게 얼굴이 알려지면서, 강타의 부모는 더욱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어머니 양씨는 지하철 안에서 여러 번 여학생 팬들에게 둘러싸였다. 여학생들이 몰려와 '강타 오빠 엄마 맞죠' 하며 아는 척이라도 해오면, 얼굴을 붉히며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중년 주부가 집으로 찾아와 강타의 부모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 주부가 찾아온 사연인즉슨 중학생 딸이 있는데, 그 아이가 강타의 사인을 받아오면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거였다. 그 날 밤 강타의 부모는 아들에게 사인 한 장을 받아 다음 날 다시 찾아온 여중생의 어머니에게 주었다. 몇 달 뒤 그 여중생의 어머니가 선물을 사들고 다시 찾아왔다. 딸의 성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강타의 부모는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집 앞까지 찾아와 진을 치고 사는 팬들을 보고, 처음에는 한심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창 공부할 어린 학생들이 가수 집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안타깝기만 했죠. 언제부턴가 조금씩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신세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완전히 몰입해버리잖아요. 좋아하는 연예인들 따라다니고 그러면서도 자기 할 일은 또 다 알아서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집 앞에 있던 열성 팬들 중에도 나중에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아이들이 많아요."

아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강타의 아버지는 지난 2월 H.O.T. 공연장에 갔다. 저녁 7시간 넘어서야 시작된 공연을 보기 위해 오후 1시 부터 입장해 있는 아들의 팬들을 보고 아버지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추운 날씨에 비까지 와 그냥 서 있어도 턱이 덜덜 떨릴 정도였지만, 팬들은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공연을 관람했다.

강타의 아버지 안씨는 부인과 함께 아들에게 온 팬레터를 일일이 읽어 본다. 하루에도 수 백 통씩 오는 팬레터이지만 아들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녹아 있기에 소중하기만하다. 집안 가득 쌓인 선물들도 모두 팬들이 보내준 것들이다. 그냥 버리기가 너무 미안해 모두 보관하고 있는데, 이사할 때는 이 선물들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고...

아들이 인기가수가 된 후, 마음 편하게 이야기 나눌 시간도 변변히 없었다. 항상 바쁜 스케쥴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아들 강타. 알아주는 톱스타가 되었지만 집안에서는 여전히 귀여운 막내 아들이다. 집에 오면 음악을 많이 듣고 옷 입는 것에 조금 신경을 쓴다는 외에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지방 공연이나 방송 녹화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와 곤히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도 난다. 불규칙한 식사 때문에 건강을 해칠까봐 늘 걱정이다. 아침은 집에서 꼭 먹고 나가도록 하고 있지만 오전 스케쥴에 쫓겨 허겁지겁 집을 나서는 때가 많다. 고등학생 시절 가수가 된 아들 강타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친구들이 넓은 캠퍼스에서 마음껏 젊음을 향유하고 있을 때, 연애 한 번 못해보고 가수 활동에만 매달려야 하는 아들이 아버니는 안타깝기만 하다. 여행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면서 인생을 배워 나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안씨는 가끔씩 다른 부모들로부터 아이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전화를 받는다.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안씨는 다시 한 번 신중히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톱 스타가된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연예인 아들을 둔 부모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 점이 많기 때문이다.

"다른 집 아이가 가수가 되겠다고 하면 솔직히 말리고 싶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연예인이라는 것이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 아닙니까. 팬들의 시선도 의색해야 하고요. 항상 발전된 모습,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고 생활하는 아들을 보면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그 부담감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힘들고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타고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아들 강타는 10대 스타에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자신의 작업실에 궁싯거리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 안씨는 마음 든든함을 느낀다. 지금까지 잘 자라준 막내 아들 강타. 앞으로도 노력하는 가수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게 아버지의 바람이다.

 여성중앙 안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