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아버지는 대처승이었습니다. 학교는 도시에서 다녔지만 산 속에 있는 절이
소녀의 집이자 놀이터였죠. 소녀가 숲에서 만난 동물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새끼동아줄을 엮어서
나무를 타는 모습은 흡사 타잔 같았습니다. 자연과 규율 안에서 올바르게 자라던 소녀.
그런 소녀가 일탈 아닌 일탈을 하게 된 건 고등학생때 일인데요. 우연히 듣게된 락에 사로잡혀서
출입할 수 없는 음악 다방에 몰래 들어가 음악을 듣는 건 물론 급기야 밴드까지 구성해 노래를
부르시기 시작한 겁니다.
사실 소녀는 어린 시절부터 노래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키워왔습니다.
우연히 듣게 된 락 음악이 불씨가 된 것 뿐이었죠. 커져버린 불씨는 잠재울 수 없었고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던 소녀는 어떤 가수의 사무실 앞에까지 찾아가게 되는데요. 그 곳에서 우연히
누군가 버린 악보를 발견하게 됩니다. 악보가 음악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통로라 믿었던 소녀는
버려지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집으로 악보를 가져오죠.
일년 이년 삼년 시간이 흐르고 흘러 대학생이 되었을 때 소녀는 운명처럼 만난 악보에 있던 곡으로
강변가요제에 나가게 되는데요. 그 곡은 소녀에게 고마움을 표하듯 대상을 안겨줍니다.
하마터면 버려질뻔한 노래에 숨결을 불어넣어 많은 사랑을 받은 소녀.
체구는 작지만 노래로 전하는 울림만큼은 거대한 소녀. 그 소녀는 어른이 되어 가수 이선희가 됩니다.
♬
J 스치는 바람에
J 그대모습 보이며
난 오늘도 조용히
그대 그리워 하네
♬
▶ https://www.youtube.com/watch?v=r98cgo6gUTA
이선희의 'J에게' 듣고 오셨습니다.
<소년이 어른이 되어> 오늘의 주인공, 너무나 존경하는 가수 이선희씨였습니다.
어, 저는 오늘 처음 알았네요. 'J에게'가 버려진 악보에서 찾은 곡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선희씨가 그때 그 악보를 보지 않았으면 그 곡은 평생 세상 밖에 나오지 못했을 법한 곡이죠.
알아보니까 그 회사에 작곡가 분께 그 곡을 납품하러 가셨다가 거절을 당해서 화가나서
그냥 그 앞에다가 버리고 오셨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이선희씨가 나중에 찾아서
그 노래로 강변가요제 우승을 하시고, 모든 저작권은 그 원작자 분을 다시 찾아내서
그분한테 연락을 해서 모든 저작권을 그분한테 드렸다고 합니다.
그 분은 이선희씨가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
J에게'라는 노래 자체도 이선희씨가 참 고마웠을 것 같습니다.
1984년 제5회 강변가요제 대상곡이죠. 당시 4막5장이란 이름으로 참가를 했었다고 해요.
음.. J에게
폭발적인 가창력과 바지만 고수하는 옷차림..보이쉬한 매력이었죠.
남성팬보다 여성팬을 더 많이 보유한 가수로도 유명했습니다. 동그란 안경과 커트 머리가
당시 여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유행할 정도로 소위 이선희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해요.
예전에요 저도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코치를 했었을 때 요즘 보컬리스트이 화려하잖아요?
굉장히 화려한 스케일들을 가지고 있는데 저는 항상 이선희 선배님의 얘기를 많이 그 친구들한테 했던 것 같아요.
기본이 갖춰진 후에 그 화려한 스케일이 돋보이는 건데 너무 스케일 쪽으로 가다보면 그런 어떤 스킬의 노래들만 부르다가
다른 스타일의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세월이 흐르다 보면 가수로서 이런저런 노래들을 부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기는데 그럴때 굉장히 뭐랄까 부를 수 있는 스펙트럼이 좀 좁아지게 되는데 이선희씨 노래 들으면서
한번씩 연습하면요 그 기본기가, 듣고만 연습해도 기본기가 탄탄해지는 굉장한 가수이십니다.
이선희씨가 했던 예전의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목소리는 나만의 악기에요. 다른 사람이 나보다 노래를 더 잘 한다고 해서 내 자리를 가지는건 아니예요.
모두 다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거든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져야더 풍성하게 살 수 있어요. 먹자골목을 생각해 보세요.
한 음식점이 아니라 다양한 음식점이 모여 있으니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모두 다 잘 할 수 있어요.' 하셨습니다.
아..그래요, 이선희씨. 목소린 정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조금씩 다르죠? 조금씩이라도 다릅니다.
근데 가수 분들도 본인만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시죠. 이선희씨야 뭐 앞의 두세 글자만 듣고도 전 국민이
'어 이선희다' 라고 알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 시그니처를 이미 전국민에게 알려주신 분이죠.
어 이런 또 기가 막힌 스토리가 있었네요.
2016.11.20 (일) 방송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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