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2008.03.23 09:38:40
[내 인생의 노래] 강타 - 보이즈투멘 '엔드 오브 더 로드'
강타가 말하는 '내 인생의 노래' - 보이즈 투 멘 '엔드 오브 더 로드(End of the road)'
록음악을 너무 좋아했다. 중학교때 교내 록밴드를 했는데 기타-보컬 혹은 건반-보컬이 내 포지션이었다. 메가데스, 판테라, 메탈리카 등에 미쳤었고 격렬한 기타의 디스토션(효과음)과 보컬의 그롤링(성대에 힘을 줘 거친 소리를 내는 창법)만 좋아했다. 이후 건즈 앤 로지즈나 스키드 로우, 본 조비 등 조금 소프트한 쪽으로 취향이 바뀌었으나 어찌됐든 록을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운명의 밤이었다. 어느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밤에 보이즈 투 멘의 '엔드 오브 더 로드'가 들려왔다. 밤에 초등학교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수 없는 것인데 알고보니 방송반 친구가 밤에 몰래 틀어놓고 혼자 듣고 있는 것이었다.
마술에 걸린 듯 초등학교 운동장에 걸터 앉아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엔드 오브 더 로드'에 취했다. 그 노래를 처음 듣고 내 갈 길은 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록이 아니면 음악이 아닌 줄로만 알았다. 이후 록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됐다. 화성이나 작곡에 관심을 갖게 됐고 본격적으로 작곡과 편곡 작업을 시작했다.
HOT에 들어가게 된 것도 결국 보이즈 투 멘 덕분이었다. '엔드 오브 더 로드'를 듣고 다음 앨범인 '아일 메이크 러브 투 유(I'll make love to you)'가 나오기까지 한참 걸려서 그동안 보이즈 투 멘과 비슷한 아카펠라 그룹이나 R&B 그룹의 노래를 계속 들었다. 그 중 한 그룹이 포 이그젬플이라는 그룹이었다.
나는 HOT에 마지막까지 보류된 멤버였다. 4명이 확정된 상황에서 내 인상이 사나워 보인다고 보류돼 있었다. 무대 경험을 쌓으라고 (유)영진이형 백댄서할 때였는데 우연히 차에서 포 이그젬플의 '아일 렛 어 비 얼론(I'll be let a be alone)'이라는 노래가 흘러 나오자 뒷좌석에 앉아서 조용히 따라불렀다. 이걸 들은 영진이형이 이수만 회장님께 '쟤 노래 한 번 시켜 보시라'고 권해서 결국 HOT에 들어가게 됐다.
'엔드 오브 더 로드'가 없었다면 아이돌 그룹 HOT의 리드보컬 강타는 없었을 것이다. 홍대 인디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보이즈 투 멘의 '엔드 오브 더 로드'는?
1990년대를 풍미한 R&B 그룹 보이즈 투 맨이 1992년 발표한 앨범 '쿨리하이하모니(Cooleyhighharmony)'에 수록된 명곡. 당시 빌보드 싱글 차트 13주 연속 1위라는 전무한 흥행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았다. 전세계적으로 90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올렸으며 국내에서만 50만장이 팔려 나갔다. 대중은 물론이고 평단으로부터도 '천상의 하모니'라는 찬사를 들었고 그간 맥이 끊어졌던 흑인 보컬 하모니를 부활시켜 1960년대 모타운의 전설들인 템테이션스(Temptations)나 포 탑스(Four Tops)의 보컬 전통이 90년대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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