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Specialist Interview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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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07 / Vol.001
MUSIC TALK
강타의 전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전설적인 아이돌 그룹'이었던 H.O.T.는 한국 음반계에서 영원히 사라졌지만, 강타의 전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 H.O.T라는 타이틀 없이도 아시아를 무대로 '한류 문화'를 리드하고 있는 그는 새로운 콘텐츠를 양산해내는 '크리에이터'로, 그리고 한류 비지니스를 이끄는 '사업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인터뷰┃최하영 포토┃이상엽 스타일리스트┃ 이승희 헤어 & 메이크업┃강호(레드카펫)
강타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최근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춘 강타의 행적을 뒤쫓으면서, 그의 왕성한 음악활동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의 음악 작업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1세대인 H.O.T로 활동할 때도 그는 이지훈, NRG 등 동료 가수들에게 곡을 주었고, 2001년 H.O.T가 해체된 후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살린 솔로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2003년, '절친'인 이지훈·신혜성과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S', 지난 2006년 F4의 오건호와 결성한 듀오 '강타 & 바네스'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선보였다.
그런데 지금, 왜, 그의 음악 활동을 새삼스럽게 주목하는가? 강타의 음악 활동이 최근의 방송 트렌드와 상관없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들이 배우·MC·버라이어티 쇼의 패널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브라운관을 장악할 때, 강타는 중국에서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는 틈틈이 국내에서는 드라마 <연인이여> 테마곡 '가슴에 남아', <에어시티> O.S.T '페르군타스'를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국내 음반계의 불황을 잠시 비껴 영리하게 음악 활동을 하는 강타를 보니, 음악을 포기할 수 없는 크리에이티브한 예술가의 혼과 냉정한 사업가로서의 기질을 모두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는 배우로서의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드라마 <러브홀릭>(2005)에서 연기에 도전했다. 인터뷰 중 강타는 "대중을 위한 연예인이니까 팬들이 원하면 음악이건 연기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지만, 그의 진짜 속마음은 '음악'을 매개로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하는 듯 했다.
한류 거품, 내가 없애겠다
♣ 최근 국내 활동이 매우 뜸하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중국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음악 프로그램(국내로 얘기하면 <인기가요> 같은)에 한 달에 두 번 출연하고, 드라마 <남재여모2>에 출연 중이다. 올해 두 편의 드라마를 더 찍는데, 이것이 앞으로 2년 동안 중국 방송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나는 지금이 중국 시장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동남아시아에 전반적으로 '한류' 바람이 거센데, 특히 '중국' 활동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콘텐츠를 팔 수 있는 마켓을 '시장'이라고 볼 때, 중국의 인구 자체가 '거대한 시장'을 의미한다. 최근 세계의 모든 비지니스가 중국을 주목하고 있지 않나. 중국은 현재 최고로 투자 가치가 높은 곳이다. 연예인인 '나'의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서 그리고 회사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서 중국 활동을 결정했다. 내가 중국 활동에서 성공하면 후배들의 앞길도 트이는 거니까.
♣ '중국 언론'은 한류 연예인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편인데, 당신에게는 호감을 표한다, 왜 그럴까?
중국 언론이 '한류'에 냉소적인 이유는 한국 언론과 한류 연예인들이 '한류'를 과대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에서 앞다투어 얘기하는 '한류'는 실제 모습과 상당히 다르다. 국내 언론이 중국에서 '1백원 짜리 사이즈의 스타'를 한국에서 '1천원의 가치'가 있다고 포장하기 때문에 '미운털'이 박히는 것이다.
또한 한국 연예인들이 인기를 이용하여 돈만 챙겨가는 인상을 주는 것도 문제다. 나는 '한류'의 거품을 빼고, 진정한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 팬들이 나를 좋아하는 만큼 나도 그들에게 팬서비스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 팬들에게 사랑 받는 만큼 보여주지 않는다면, '한류'의 바람은 금세 사그라들 테니까.
'한류 사업'에 관한 한, SM이 칭찬받을 만한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내가 중국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반한류'의 부정적인 인상을 없애는 것이 후배들을 위해서도 도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중국에서 완성하게 활동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한 투자는 적은 듯하다.
일본은 보아처럼 확실하게 현지화된 연예인이 아니면 한류가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다. 일본에서 일본어를 제대로 구사하면서 활동하지 않는 한 성공할 수 없다. 내가 출연한 드라마가 인기를 모았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본 활동은 아직 조심스러운 단계이다.
♣ 한국에서는 가수가 드라마에 출연하면 일단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나. 중국에서는 어떤가.
연예인은 서비스업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모습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에게는 언제까지나 '음악'이 가장 중요하지만,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연기 활동을 병행할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오히려 나에게 '너는 왜 연기를 안 하나'라고 의문을 갖더라. 중국에서는 인기 있는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음반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한다. 톱 배우는 노래 실력과 상관없이 음반을 내고, 톱 가수는 드라마를 찍는다.
♣ 당신의 음악성을 지키는 것보다 대중과의 공유가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대중가요이지 않나.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내가 만들었고 좋아했던 곡이 주변과 대중에게 냉혹한 평가를 받으면, 그 곡이 싫어진다. 반면 만들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곡이라도 대중이 좋아하면 나도 덩달아 좋아진다.
대중가요의 경우 음악을 하는 사람들끼리 서도 '명곡'이라고 인정하더라도, 대중이 등을 돌리면 이미 '명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수 음악, 클래식이 아니지 않나.
♣ 그렇다면 당신은 대중을 의식한 음악을 하고 있다.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것인가.
다행히도, 나의 음악적 취향이 팬들의 바람과 잘 맞았다. 솔로 앨범을 내면서 댄스보다 발라드에 주력했는데 팬들의 반응이 좋았고, 3집에서 재즈 색깔을 강하게 냈을 때도 팬들이 나를 지지해 주었다.
♣ 3집 앨범을 발표한 지 2년이나 지났으니 새앨범을 내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떤가.
당연하다. 대부분의 가수가 음반을 낸 지 한 달 만에 또 새로운 음반을 내고 싶어한다. 나는 현재 디지털 싱글 앨범을 구상하고 있다. 정확히 언제 발매될지는 밝힐 수 없지만 - 비밀이 아니라 발매 시기가 미정이다 -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신선한 피처링을 선보일 것을 확신한다.
♣ 당신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애주가인 나는 음악을 만드는 당시에 즐기는 술의 종류에 따라 음악적 색깔이 달라진다. 3집 곡 작업을 하면서는 와인을 즐겨마셨다. '재즈'는 그 전부터 귀에 들어왔지만, 와인을 마시면서 듣는 재즈는 매우 색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3집에 재즈 색깔이 짙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관계. 음악에는 감성이 중요하다. 문란하지만 않다면, 여자친구도 많이 사귀어보는 것이 좋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는 과정에서 성숙된 감정이 음악에 배어나기 때문이다.
♣ 요즘은 어떤 술을 즐겨 마시나.
요즘은 샴페인을 즐겨 마신다. 스파클링 알코올은 사람의 기분을 업 시킨다. 그래서 요즘은 '스윙'을 자주 듣는다. 앞으로 발표할 디지털 싱글이 '스윙'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감미로운 발라드보다는 빠른 템포의 테크니컬한 곡일 확률이 높다.
아이돌의 음악성, 평가절하하지 말라
♣ 당신이 '아이돌'에서 벗어나 뮤지션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작곡'을 한다는 사실이 큰 몫을 한 듯하다.
'아이돌은 뮤지션이 아니다. 혹은 뮤지션이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항상 불만이다. 내가 곡을 쓴다고 해서 '아이돌이었지만 뮤지션으로 변신했다'고 평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은 내가 거쳐 온 역사이고, 나는 아직도 '아이돌'의 이미지가 남아있다. 게다가 나는 H.O.T 때부터 작곡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나.
♣ H.O.T라는 타이틀이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될 때가 많았나?
'보이 밴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릴 수 있지만, '아이돌 스타'라는 이미지 때문에 속상할 때도 많다. 보이 밴드가 선보이는 음악성은 70% 이하로 평가절하 되기 마련이니까. 우리가 이뤄낸 음악적 성과에 대해서 '다른 뮤지션이 도왔겠지', '저 아이들이 뭘 알겠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는 '동방신기' 멤버들도 무척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아준수가 현재 가요계의 어느 발라드 가수와 비교해도 실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방신기'의 음악성을 기대하는 이도, 제대로 평가하려고 하는 이도 많지 않다.
나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본보기'가 되고 싶다. 나 스스로가 어떤 발라드 가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가창력을 갖추고, 크리에이티브한 작곡 활동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이면서 인정받아야 '아이돌 그룹' 출신 후배들의 길이 트인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게 나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언제까지나 메인으로 오버그라운드에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후배들이 메인으로 섰을 때 나는 그들을 뒷받침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나는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은 좋지만, 젖어 사는 것은 싫다. 그러려면 내가 처한 상황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구분 짓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언젠가는 내가 직접 나서서 음악을 선보이는 것보다 후배들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것을 준비하는 것이다.
♣ 당신에게 본보기가 되는 롤모델은 누구인가.
음악적으로는 조지 마이클. 재즈면 재즈, 테크노면 테크노,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고 모두 성공하지 않았나. 나의 가장 큰 바람도 대중에게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다.
♣ 음악을 만들다 보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는 면이 있을 것 같다.
픽션에 약하다. 실제 경험을 주제로 한 음악을 만들 때는 멜로디와 가사에 감정이 묻어 나오는데, 내가 겪지 못했던 상황을 음악으로 만들 때 만족스럽지 못하다.
♣ 작곡가로서 가수 강타에게 원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나의 보컬은 음악대와 색깔이 한정적이다. 목소리가 약해서 남성적으로 강하게 불러야 하는 곡은 소화하기가 어렵다. 이 점 때문에 작곡가인 나는 필이 가는 대로 음악은 만들지 못할 때가 있다. '강타'라는 가수에 맞춰서 곡을 고치는 것이다.
♣ 가수 활동을 하면서 '위기'라고 생각했던 때는 없나.
가수로서는 음반 시장이 불황인 '요즘'이 최대 위기다. 개인적으로는 H.O.T를 해체하고 솔로 음반 내기 전까지 가장 힘들었다. '과연 내가 혼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도 많았고, 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내가 SM과 재계약을 하면서 '강타와 문희준이 동료 멤버들에게 등을 돌렸다'고 오해를 많이 샀다. H.O.T는 유난히 마니아 군단이 많았던 그룹이었기 때문에 파장이 매우 컸다.
♣ H.O.T 때와 2007년의 당신은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하나.
나는 그때와 다르지 않다. 하고 있는 일도 똑같고, 음악에 대한 마음가짐도 똑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늙었다는 것 정도(웃음)? 지금부터 10년 후에도 결혼한 것 말고는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
♣ 10년동안 당신은 매우 성장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듣고 싶다.
일단 중국에서 열심히 활동해서 나의 이미지를 확실히 어필하고 싶고, 곧 국내에서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겠다. 기대해 달라.
인터뷰 전, 모처럼 강타의 프라이빗한 라이프를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강타와의 인터뷰는 시사 프로그램 <100분 토론>처럼 '한류 담론'이 되고 말았다. 강타는 '한류' 성공담 혹은 중국에서 최국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신, 중국에 진출한 '한류' 연예 비지니스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무도 그에게 짐 지우지 않았건만, 강타는 후배들의 길을 터주는 선배 뮤지션으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 전도사로서의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강타가 얼마나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일지 음악적 성과에 대해서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강타의 행보가 아시아의 진정한 '한류 전설'을 만드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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