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KBS Journal, 2005.05
새 월화 미니시리즈 <러브홀릭>
사랑은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다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은 또한 그만큼의 상처와 탄식을 기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누구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빛나는 만큼의 그림자를 가진 이중성, 한 번 빠지면 스스로 상처 입을 것을 알면서도 헤어나오지 못한다. 5월 2일 첫 방송되는 <러브홀릭>의 네 남녀도 지독한 사랑의 늪에 빠져 상처 입고 아파한다. 또 그만큼 성장한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세 가지 매력
<러브홀릭>은 사랑 이야기다.
사랑이란 테마는 지금까지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반복되어온 흔하디흔한 소재.
그러나 <러브홀릭>에서는 이 구태의연한 사랑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과연 어떤 사랑을 보여줄까? <러브홀릭>이 전하는 지독한 사랑, 그 시청 포인트를 공개한다.
하나,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 러브홀릭>은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가벼운 드라마들과는 달리 사랑의 감정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심리에 천착, 우리가 사랑하며 느끼는 섬세한 감정들을 그려내는데 주력함으로써 여타드라마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건준PD는 “사랑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 보는 드라마를 그리고 싶다. 때문에 일반적인 선악 구도의 드라마가 아닌 사랑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입고 서로를 치유하는 소통에 관한 드라마로 만들 것이다.”며 드라마의 전개에 주목하길 강조했다.
또한 “여선생과 제자의 사랑이라는 다소 진부한 스토리지만 여기에 독특한 내용전개를 가미하고 HD 화면의 유려함과 서정적 음악을 곁들여 마치 한 편의 감성영화를 보는 듯한 서정적인 드라마로 만들겠다.”며 새로운 감성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 러브홀릭>은 제목 그대로 사랑에‘중독된’네 남녀의 이야기다. 살아갈 아무런이유가 없는 다소 반항적인 서강욱, 기면증이라는 희귀한 병을 갖고 있지만 밝고 순수한 이율주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김태현, 그리고 당당하지만 그 안에 상처를 안고 있는 윤자경, 이들 네남녀의 시선이 얽히고 설킨 지독한 사랑 이야기다.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참으로 슬프다. 가끔은 피식피식 혹은 까르르, 웃음도 나고 저런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한 판타지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늘 그들을 위태롭게 한다. 위태로워서 더 아름다운 사랑, 사랑했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긴 슬픔과 고통, <러브홀릭>은 이들 네 남녀를 통해 사랑만이 주는 감정의 양면성, 그 독특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 신선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캐스팅
이제 스타가 출연해야만 드라마가 성공하는 시대는 종식되었다. 더 이상 캐스팅이 드라마 흥행의 0순위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캐스팅은 연출력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무리 완벽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어도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캐릭터와 동떨어져 있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100% 살릴 수 있는, 얼마나 적확한 캐스팅을 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승패가 달라진다.
때문에 <러브홀릭>의 제작진은 캐스팅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주인공인 서강욱을 연기할 배우 물색이 관건이었다. 이는 저항적이면서도 심약해 보이며 상처를 가진 주인공에 딱 맞는 연기자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이건준 PD가 강타를 기용했다. 중국에서 이미 연기 데뷔를 했지만 그의 이미지만으로 국내에서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강타를 캐스팅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하지만 강타가 가지고 있는 날카로움 속에 배어나는 우수에 젖은 이미지는 일단 주인공 서강욱에 꽤 근접해 있다. 때문에 이 모험은 남자 배우 기근 현상 속에서 꽤 신선한 캐스팅이다.
반면 여주인공 이율주 역의 김민선에게선 안정감이 느껴진다. 김민선은 이건준 PD와 작업 초반부터 출연을 약속한 경우여서 <러브홀릭>의 느낌을 애초부터 깊게 가지고 있는 상태다. 또한 시놉시스 작업 때부터 참여함으로써 김민선의 사랑에 대한 시각도 내용 속에 일견 들어 있어, 그녀에게 이율주는 마치 맞춤복 같은 꼭 맞는 역할인 셈이다.
셋, HD 화면을 타고 흐르는 서정
4월 중순<러브홀릭>의 티저홈페이지가 인터넷을 통해 첫공개 되었을 때이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화면에 대한 감탄이었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세련되면서도 깔끔한 화면과 연출이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킨 것이다. <러브홀릭>은 극중 인물들의 사랑에 대한 갈등을 섬세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또한 스토리에 대한 반향을 넓히기 위해 이건준 감독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힘있는 연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음악적인 면에서도 나타난다. 타이틀 음악은 빠르고 힘있지만 각인 물들의 테마는 서정적이며 유려하다. 영상에도 세심한 노력이 보인다. 3월 중순 촬영 시 눈 내리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영동 지방은 폭설이 내렸지만 주요 촬영지인 춘천은 눈이 내리지 않는 날씨가 지속돼 제작진을 애타게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영동지방의 눈을 공수하고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밤을 이용, 이틀에 걸쳐 강설기로 눈을 뿌리는 노고 끝에 그 장면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이 담긴 촬영은 HD 화면을 통해 마치 한 편의 감성 영화처럼 시청자들의 가슴에 작은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사랑에 관한 4색 중독
<러브홀릭>의 네 남녀는 각각 다른 사랑에 중독되어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네 주인공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순수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열아홉의 서강욱. 초등학교 6학년 때 대학교수인 아버지가 의문사를 당하고 그 충격으로 지병을 앓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후 할머니 손에 자랐다. 싸움질이 일상인, 소위 말하는 문제아다. 그렇다고 양아치짓까지 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지식인이었던 아버지와 욕쟁이로 통하는 꼬장꼬장한 할머니의 영향이 너무 크다. 때문에 철학이 있는, 폼도 좀 나는 반항아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적으로 만난 네 살 연상의 윤리 교사 이율주를 사랑하게 된다. 세인들의 눈에는 선생님과 제자라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일지라도 강욱은 율주를 향한 사랑을 접지 못한다. 거칠지만 너무나도 순순한 사랑을 전하는 강욱의 사랑이 드디어 율주에게 전해지지만….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이 절정에 치달을 무렵, 학교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고로 친구가 사망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강욱은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된다.
5년형을 마치고 출소한 스물넷의 강욱. 교도소 수감 중 그곳에 자원 봉사를 온 이태리 레스토랑의 주방장인 한영길과 맺은 인연으로 출소 후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조리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장소에서 5년 전 아프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율주와 재회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약혼녀가 되어버린 상황. 머리는 그녀를 가까이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마음은 자꾸만 그녀에게로 향해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애써 숨기던 강욱의 마음은 한 사건을 통해 마치 활화산이 터지듯 분출하게 되는데…
운명 스물셋의 율주는 누가 봐도 밝고 씩씩하다.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의라파다 보니 가끔은 지나친 희생 정신으로 제 욕심을 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아버지에게 태권도를 배웠는데 그 실력이 수준급이다.
현재,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연이은 죽음으로 살림밖에 모르는 어머니와 두 식구만 산다. 그러나 그녀에겐 치명적 약점이 있다.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뇌파에 이상이 생겨서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으로 빠져드는 기면증을 앓고 있는 것. 병이 심해질 때에는 환각 증세로 빠져들어, 현실과 다른 기억을 하기도 한다.
무사히 사범대 윤리학과를 졸업한 율주는 춘천의 한 고등학교를 지원, 첫 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거기서 운명적인 남자, 서강욱을 만나 제자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외면하지만 마치 운명처럼 깊은 사랑에 빠져든다. 우발적 사고로 강욱이 교도소로 들어간 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이별하고 오랜 남자 친구이자 자신이 힘들 때 언제나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던 검사 태현과 약혼한다.
5년 후 스물여덟이 된 율주는 기면증의 악화로 더 이상 교사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워져 약혼자인 태현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지배인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 율주는 또 한번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혼돈 속으로 내몰리게 된다. 언제나 자신과 홀로 계신 어머니를 따듯한 품성으로 보듬어주는 약혼자인 태현의 사랑이 고맙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그녀의 시선은 자꾸만 다시 만난 강욱에게로 향하는데….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일 편안한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불안하지만 강한 운명적 이끌림이 느껴지는 거침없는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 그녀는 사랑의 갈림길에서 흔들리고 있다.
집착 스물일곱의 태현은 따뜻한 품성을 지닌, 누가 봐도 완벽한 일등 애인감이요 신랑감이다. 주먹보다는 머리가 앞서는 이성주의자로 좀처럼 화낼 줄 모르나 한번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서워진다. 때문에 평소엔 언제나 지적이고 따뜻하다.
아버지는 검사, 어머니는 이태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태현에겐 몸 전체에서 배어나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반듯한 외모와 인품, 집안, 직업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않는 자신감으로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표현 할 줄 모르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재 검사로 재직 중이다.
대학 시절부터 밝고 씩씩한 후배 율주를 좋아했다. 당연히 처음부터 율주는 자기 여자 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율주가 춘천으로 내려간 후 프러포즈를 하지만 거절 당한다. 얼마 후 강욱과 율주의 감정을 알게 되면서 좌절도 겪게 되지만 끝까지 율주를 포기하지 않고 순애보를 바치는 순정파이기도 하다. 그리고 강욱이 교도소에 들어간 뒤 모든 것을 모른 척하고 율주와 약혼한다. 대학 시절부터 늘 율주와 함께한 태현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율주가 힘들 때 늘 옆에서그녀를 돌봐온, 율주에게는 늘 고마운 사람이자 흑기사 같은 존재다. 그러나 태현은 율주로부터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때문에 그녀와 강욱에 대한 사랑을 알았을 때 난생 처음으로 인생의 패배감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5년 후, 그들 앞에 또 다시 강욱이 나타나고 율주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태현 또한 불안해진다. 율주에 대한 사랑의 불안함은 늘 따뜻하고 완벽한 태현의 사랑까지 뒤흔들기 시작하는데…. 이로 인해 형사부에서 마약부로 옮겨 수사 검사로 근무하게 된 태현은 강욱과 교도소 동기인 마약 운반 책임자였던 인물들을 수사하면서 끊임없이 강욱과 대립하게 된다.
열정 강욱과 같은 반인 열여덟의 도도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자경은 기본적으로 쿨한 개인주의자다. 아버지는 호텔업을 하는 재벌가. 그러나 엄마는 아버지 집안에서 인정하지 않는 둘째 부인이다. 어릴 적부터 자경은 본가에서 인정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 때문에 심적인 상처를 받으며 자랐다. 그로 인해 겉으로는 자신의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지만 엄마의 외로움을 보면서 고독하게 커온 외로운 소녀다. 때문에 그러한 자신의 상처를 언제나 보듬어준 강욱을 좋아한다.
강욱과 율주의 관계를 제일 처음 눈치채는 인물도 바로 자경이다. 그러나 자경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강욱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오히려 도도함과 당당함으로 강욱을 향한 사랑을 표현한다. 강욱이 교도소에 가있는 5년 동안도 가끔 면회를 갈 정도로 강욱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열정적이다.
5년 후 어엿한 스물셋의 숙녀가 된 자경은 잘 나가는 방송국 아나운서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을 짝사랑한 모범생 호태(강인형 분)가 PD로 있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여전히 자신을 좋아하는 호태의 마음을 알면서도 “네 사랑은 네 것이고 내 사랑은 내것”이란 냉정한 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론 다른 남자를 만나 연애도 했었지만 강욱만큼 마음 깊숙이 다가가지 못한다.
그리고 강욱이 교도소에서 나온 후에는 본격적으로 강욱에게 사랑을 원한다. 율주에 대한 강욱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알면서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강욱에게 사랑을 쏟아붓는다. 오직 한 사람, 강욱만을 향한 그녀의 열정적 노력 끝에 강욱의 마음을 어느 정도까지는 받지만 완전히 그 사랑을 얻지는 못한다.
그런 아픈 사랑을 하면서 유부남인 아버지를 사랑했던 엄마가 본부인과 사랑을 공유하고 싶었듯이, 자신도 혼자서 다 가질 수 없다면 율주와 함께 강욱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 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글 | 정혜숙(자유기고가), 사진 | 장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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