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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열정을 가진 20대, 강타의 변신선언

혀니나라 2018. 6. 4. 08:39

출처 : KBS 저널
         2002.04  



순수한 열정을 가진 20대, 강타의 변신선언

'언제나 네 옆에 있을게. 이렇게 약속을 하겠어. 저 하늘을 바라다보며'
파스텔톤의 동화 속에서 빠져나온 듯한 의상에 더이상 천진할 수 없을 것 같은 표정. 다섯명의 악동들은 그들의 노래 '전사의 후예'보다 강렬하게, '캔디'보다 달콤하게 소녀들 앞에 다가왔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뭉 H.O.T. 다섯 멤버 중에서도 강타는 그 이름 그대로 전국을 강타했다.

언제까지나 동화 속의 왕자로 남아 있을 것만 같았던 그들에게도 시간은 흘렀고 그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다.  오늘의 강타를 이야기할  때 H.O.T.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어쩌면 강타에게 주어진 숙명일지 모른다. 그 숙명의 무게가 만만치 않을수록 강타의 도전은 치열하고 처절하다. 그래도 그 도전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의 가능성 때문이다. 강타도 결코 만만치 않으니까.

'자유선언' 최고의 선택, 강타

지난 2월 27일, 강타가 가수데뷔 2000일을 맞았다. 자고 나면 스타가 생기고 채널을 돌리면 신인이 등장해 있는 격변의 가요계 현실을 감안하면 그도 이제 중견(?)의 대열에 들어선 셈이다. H.O.T.가 해체되고 강타가 솔로로 독립하기까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의 시간을 지나 강타는 보란듯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홍경민의 자유선언'은 KBS 2FM의 청소년대상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노래실력과 재치있는 입담을 두루 갖춘 홍경민은 발랄하고 경쾌한 진행으로 십대 청취자를 사로잡았다. 지난 3월 4일부터 '자유선언' 새 진행자가 된 강타는 자신의 스타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강타를 새 진행 후보로 결정하고 강타 측에 접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연말이다. '이주노의 FM인기가요''김동률의 FM인기가요' '김정은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등 FM의 굵직한 음악프로그램을 맡아 온 김병진PD는 홍경민에 이어 강타를 새 진행자로 낙점하면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강타가 진행자 경력은 없어요. 하지만 게스트로 출연해서 얘기하는 것을 보면 대충 알 수는 있거든요. 강타의 게스트 경력이 5년이나 됩니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지요. 다른 후보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고, 강타에게 거의 목매다시피 했어요. 누가 봐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자신합니다."

강타 합류로 음악프로그램 성격 강화

김병진PD가 말하는 강타의 강점은 세가지다. 강타는 청소년층에 절대적인 지지기반과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스타'이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그가 솔로로 독립하면서 보여준, 도전하고 노력하고 공부하는 모습은 청소년에게 귀감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제작진은 강타가 가진 건전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도 청소년 정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타는 솔로 1집을 바탕으로 뮤지션으로서 자리잡았다. '자유선언'이 청소년 대상 오락프로그램이라고는 해도 기본은 '음악'에서 출발한다. '자유선언'은 강타의 합류로 음악프로그램 성격을 강화했다,  목요일의 '초대석'은 어느 프로그램에나 있는 형식이지만  음악이야기에 비중을 높였다. 같은 날의 '뮤직이즈매직'은 사연과 음악이 있고 라이브 피아노 연주까지 곁들인 코너.

가장 중요한 것은 강타 본인의 '의지'였다. '자유선언' 진행자로 최종 결정되기까지 강타 본인이 "해보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욕을 보여줬다. 프로그램 혁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강타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 '칠현이(강타 본명)의 마이 라이프'는 강타가 작곡한 곡 중에서 공개하지 않는 곡이나 강타가 아닌 자연인 칠현이의 인생에서 어느 시점에서 어떤 곡을 즐겨 들었는지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노래를 들려주는 코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아직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미흡한 구석이 많다. 강타는 "멘트도 해야하고 CD도 직접 틀어야 하고, 게스트도 신경 써야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하나 생각하다 보면 말을 많이 더듬게 된다"고 말한다.

김병진PD는 "방송은 프로페셔널 해야 하지만 다소 어색하고 서툴더라도 노력하는 모습,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청취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강타는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어휘 구사력이나 멘트수준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며 강타의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진지함과 유쾌함이 조화된 강타 색깔의 공간

강타가 라디오 진행을 시작하면서, 타 방송사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희준과 벌일 경쟁이 볼 만하겠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강타는 "희준형의 방송에서는 그 사람의 개성이 느껴진다"며 "나도 강타 색깔이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가끔 엉뚱한 면이 재미있는 편안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뮤지션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강타로서는 매일 일정한 시간을 내야 하는 라디오 진행자 일을 맡기가 망설여지기도 했다. 작업할 시간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강타는 라디오 진행자가 뮤지션 본연의 영역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 진행자로 합류하면서 음악프로그램 성격을 강화하자고 적극 건의했어요. '자유선언'을 진행하는 일이 음악공부나 앞으로 제가 할 일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강타의 꿈은 '노래하는 프로듀셔'가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작곡전문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분야별로 개성과 능력을 갖춘 작곡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곡이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음악공부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사람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죠. 때로는 코미디도 필요하고 연기도 필요해요. 그런 일들이 음악활동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본연의 자세와 일에 충실할 수 있다면 과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이런 과외활동의 하나로 강타는 TTL소녀 임은경이 주연을 맡은 장선우 감독의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 주인공 성소의 사랑과 그리움을 한 몸에 받는 가수 준오 역을 맡았다. 현재 영화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달파란씨 노래 중 준오의 테마 곡을 자신의 색깔에 맞게 강타 본인이 편곡 중이다.

스물셋의 강타. 그는 욕심이 많다. 전략적이다. 하지만 그 욕심과 전략적 면모가 밉지 않은 것은 그가 자신의 생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과 순수한 열정 때문이다. 그의 믿음과 열정이 녹아든 매일 밤 두 시간. 강타 색깔의 공간은 함께하는 이를 행복하게 한다.

글. 김문영 mykim@empal.com 자유기고가/ 사진. 이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