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혀니나라/기사방

안정 속의 개혁, 강타

혀니나라 2018. 6. 4. 07:42

[출처] www.starsay.co.kr
          2001.09.07

안정 속의 개혁, 강타

최근 발매된 강타의 첫 솔로앨범은 그 발매자체가 나름대로 모든 가요관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앨범이었다. 이는 단지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강타라는 가수 개인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라, 강타의 이번 앨범과 그의 기획사인 SM의 행보가 밀접하게 연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HOT 5집이 발매될때만 해도 SM은 분명히 가장 큰 음반기획사이자 가장 큰 비난을 받는 기획사였다. 표절과 립싱크 문제는 SM의 부인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었고, 거기서 시작된 아이돌 음악에 대한 비난은 그들의 팬 못지 않은 안티팬을 생성하며 SM을 몰아붙였다.

반전의 기회

그러나 SM은 HOT 5집 이후 SES와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앨범을 정말 멀쩡(!)하게 내면서 자신들도 아이돌, 혹은 팝스타일의 음악내에서 나름대로의 역량을 보여주었고, 부분적으로나마 라이브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돌과 그 기획사는 거의 '서커스단장과 삐에로' 취급하던 사람들도 조금씩 '아이돌도 음악만 괜찮다면 문제없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또 다른 의미의 '빠돌이'나 '씹돌이'가 되어버리는 요즘의 상황은 SM에게 그나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RATM의 이름이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타의 솔로 앨범은 앨범 판매량은 물론이고 동시에 음악성까지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SM같은 기획사에서 판매량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특히 HOT가 사라진 후 나온 첫 앨범에서 실패하는 것은 상징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음악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앨범을 내놓는다면 SM에 대한 신뢰도는 한동안 회복하기 힘들 것이고, 더불어 SM의 이미지 변신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특히 HOT 시절부터 '뮤지션'이라는 칭호를 얻기 위해 그리 노력했던 HOT, 그리고 그 HOT에서도 메인보컬로서 나름의 가창력을 인정받았던 강타의 앨범이었으니 그가 '음악'으로 인정받아야할 필요는 더욱 컸던 것이다.

Jazz??

그래서 이 앨범의 테마는 '뮤지션'으로서의 강타와 '상업적인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HOT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솔로앨범에는 상당히 성숙하고 조용한 이미지의 강타의 모습을 내세우는 것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앨범 곡 중 상당수를 스탠더드 재즈로 채웠다는 것에서 이 앨범의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탠더드 재즈는 앨범에 고급스러움과 음악적인 수준을 담보해주는 동시에, 그 편안함과 부드러운 스타일이 대중적으로도 무난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거기에 팝 발라드 스타일의 음악들을 적절히 섞어 놓았으니 곡만 매끈하게 잘 나온다면 오히려 여러 장르를 갖다붙여 실험성을 앞세운 댄스곡들보다도 훨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강타의 이미지가 댄스보다는 오히려 발라드 보컬이라는 점도 이런 선택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이제 SM에서 재즈까지 손댄다고 비아냥 거릴수도 있겠지만, 사실 곡만 좋다면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만약 강타가 재즈곡들까지 손댔다면 그런식의 비난도 가능했겠지만 그 계통의 뮤지션을 통해서 (그중에는 정원영과 한충완, 이주한, 그리고 한상원등도 포함되어 있다) 좋은 곡들 받아 앨범 수준 높이겠다는데 그것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다만 곡의 완성도만 따지면 될 일이고, 그것이 성공적이라면 이 앨범은 잘 팔리면서도 인정받는 음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컬리스트 강타

첫 곡 '오! 그대를'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주는 인트로 역할을 하는 재즈곡. 예상치 못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앨범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것은 가수의 음악적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흔한 방법인데, 클래시컬한 피아노연주에서 갑작스런 재즈연주를 통해 강타가 이번에 어떤 변신을 시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그 변신의 결과는 어떨까. 스탠더드 재즈의 전개에 충실한 이 곡에서 눈여겨봐야할 것은 강타의 보컬이다. 그는 이 곡에서 유영진으로부터 영향 받은 진하고 기교많은 R&B보컬대신 색깔을 제거하고 자신의 원래 보컬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이는 스탠더드 재즈의 특성을 감안하면 올바른 선택이었던 듯 싶다. 스탠더드 재즈는 기본적으로 흑인 보컬의 진한 느낌이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특별히 의식된 기교보다는 부드러운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색을 풀어넣는 것에 가까운데, 강타 역시 흑인보컬의 음색보다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보컬의 진행에 초점을 맞춰 곡을 이렇게 소화한 듯 싶다.

그러나 이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전까지 유영진식 보컬만 사용한 탓인지 강타가 원래 가지고 있는 보컬은 깨끗하긴 하지만 재즈라는 장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어떤 색깔이 없고, 재즈를 많이 불러보지 못한 탓인지 성량이나 감정처리에서 약간씩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난 어쩌죠'에서 '어쩌죠'부분은 보다 깊고 낮게 사운드와 함께 깔리는 맛이 부족하고, 현재 쓰는 보컬을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이런 나를 그대 받아줄 수는 없나요'에서 '없나요'부분은 음정은 높아도 성량에서는 부족하고, '이런 나를'처럼 앞 부분에서 이어져 부드럽게 곡을 전개할 부분에서도 지나치게 베이스라인의 박자에 신경 쓴 것인지 부드러움과 여유보다는 조금 조급함이 느껴진다. 둔중하면서도 부드러운 터치를 보여주는 베이스라인을 중심으로 한 사운드와 달리 전체적으로 보컬이 조금 가볍게 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깨끗한 보컬로 감미로운 분위기를 표현해 앞으로의 가능성도 엿보게 한다.

또한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사운드의 음정과 박자에 맞춘다는 생각이 강했는지 여유없이 말 그대로 곡을 '소화'하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곡 자체는 정말 '스탠더드'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서, 반복적인 구성에 베이스를 중심으로한 리드미컬한 전개와 피아노와 드럼의 심플한 전개에 간주에서의 적절한 혼 섹션까지 들어 있어 딱 '무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잘 나오도록 만들어진 듯 싶다.

뮤지션 강타

나레이션인 '별의 고백'을 지나서 나오는 '북극성'은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이 앨범에서 강타가 작사, 작곡, 편곡을 담당한 첫 곡. 강타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에게 준 곡들에서도 드러나듯 상당히 괜찮은 느낌의 멜로디라인을 만들지만, 동시에 그 느낌만을 집중적으로 반복시켜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그 멜로디를 장식하는 편곡의 완성도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이 곡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여서, 이 곡은 처음에 등장한 멜로디가 상당히 오랫동안 조금씩 음정만을 달리해 반복된다. '괜찮은 건지 혹시 내 생각에 힘겹지 않은지 그럴 리 없겠지만'부터 '내 모습이'까지의 멜로디는 동일한 구성을 가지고 있고, 절정을 구성하는 '아주 잠시라도 / 우리 마주치지 않도록 나 기도했는데' '하루하루 나 몇 번씩 / 왜 보고 싶어 지치는 건지'역시 음정이 높아지고 보컬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는 것 외에는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편곡은 멜로디라인의 같은 구성 속에서도 계속 새로운 연주가 첨가되면서 구성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피아노 연주에서 현악세션으로 넘어가며 곡은 소박함에서 장중한 서정성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거기서 다시 한번 현악세션의 스케일을 크게 하며 곡의 무게감을 크게 하고 있다.

또한 2절에서는 1절과 달리 시작과 동시에 베이스와 기타를 첨가하면서 1절보다는 한 단계 더 고조된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이제 더 이상'뒤에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힘겹게 참아야만..'부분에서 곧바로 폭발적으로 연주되는 현악세션이나 '용서해줘'에서 강타의 보컬과 맞춰 현악세션을 기반으로 곡의 모든 사운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부분은 반복적인 멜로디 속에서도 곡에 강한 악센트를 주어 이 곡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동시에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편곡구성은 어찌보면 관습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형상화하기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닐뿐더러, 그런 것을 감안해도 이 곡에 들어간 편곡은 상당히 잘되어 있는 편이다. 이 곡에 쓰인 현악세션은 그 연주의 진행이라는 측면에서는 현악세션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멜로디라인의 코드진행을 가져온 것에 가깝지만, 그것을 통해 매우 강력한 힘을 전달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대규모 현악세션이 넘쳐나는 요즘의 그 흔하디 흔한 곡들 중에서 이렇게 터뜨릴 때 적당히 터뜨리면서 거기에 필요한 현악사운드의 소리를 잘 잡아낸 곡은 그렇게 많지 않다(간단하게, HOT 5집의 그 현악세션과 비교해보면 된다). 그리고 이런 현악세션의 박력과 맞게 강타의 보컬 역시 거기에 묻히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최대한 힘을 넣어 노래를 불러 곡을 보다 더 화려하게 장식한다.

매우 뛰어나다고 하기엔 곡의 관습성이나 반복적인 멜로디라인의 문제가 걸리지만, 대중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면서도 나름의 완성도를 갖춘 곡이라고 하기에는 충분한 곡. 오히려 너무 무난하다면 무난한 것이 아쉽다고 해야할까.

Thanks Masters.

하지만 앨범 초반부터 계속 이런 곡으로만 나갈 수는 없는 법. 대중성을 책임질 '북극성'뒤에는 정원영이 작사 작곡 편곡을 맡은 'Thanks God'이 버티고 있다. 게다가 기타에 한상원, 베이스에 정재일이니 보는 사람에 따라 '가치관'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겠다.

어쨌건 곡 자체는 역시 이번 앨범에 재즈를 도입한 목적에 맞게 매우 고급스럽고 일정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곡으로 나왔다. '오! 그대를'이 재즈의 기본적인 구성인 피아노와 베이스를 중심으로 곡을 이끌어나가 아직 재즈에 익숙치 않은 것이 당연한 강타가 자신의 보컬을 사운드에 맞추는 것에 급급한 인상을 다소 주었다면, 이 곡에는 그 위에 현악세션을 깔아 강타의 보컬과 재즈 사운드가 함께 묶일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고, 느릿한 멜로디로 강타가 멜로디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확실히 끌어낼 수 있도록 한다(이것은 의도된 것이라기 보다는 곡 스타일의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오! 그대를'에서는 보컬에 힘이나 색깔을 담지 못했던 강타의 보컬도 이 곡에서는 자신의 스타일과 원래 보컬을 적절히 사용해가며 한층 호소력 있는 보컬을 들려준다.

특히 이 곡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현악세션을 제외한 다른 세션들의 연주와 녹음된 사운드의 톤인데, 세션들의 연주는 화려하게 자신들의 테크닉을 뽐내지 않고 강타의 보컬 뒤에서 상당히 절제된 상태로 '노래'를 받쳐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강타가 노래의 중심을 이끌어가면 그 뒤에서 고급스럽게 곡 흐름의 맥을 짚어주는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까.

또한 현악세션의 사운드 역시 선명한 질감을 내세웠던 '북극성'의 그것과는 달리 조금 멀리서 연주한듯한, 약간은 흩뜨려놓은 느낌을 통해 충실한 백그라운드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잠시 떨어져...'부분을 그대로 잇는 기타연주로 시작되는 간주는 기타의 소박함과 풍요로우면서도 조금은 쓸쓸한 서정을 담고 있는 현악세션, 그리고 곡의 흐름을 짚어내는 피아노가 잘 어우러져 곡의 분위기를 한층 강화시키는 브릿지의 역할을 잘 해내기도 한다. 처음 들을때는 너무 '멀쩡'한 스탠더드 재즈여서 평범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대중적인 감성 내에서 상당히 치밀한 구성을 갖춘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곡. 또한 이 곡의 후반부에서 여음구를 넣으며 곡을 마무리하는 강타의 보컬은 앨범의 재즈곡들 중 가장 '재즈적'인 부분이다. 재즈의 '고수'들이 팝의 감성을 적극적으로 곡에 수용해 오히려 강타의 재즈적인 보컬을 가장 잘 살려낸 곡. 아마 강타 앨범이라는 것을 모르고 들었다면 어느 재즈보컬의 소품쯤 된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듯 싶다.

스물 셋의 기록

'스물 셋'은 '북극성'과 마찬가지로 앨범의 대중성을 책임지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발라드로 앨범 색깔을 맞춘 강타지만 그나 SM이나 발라드 타이틀곡에 이은 댄스 후속곡이라는 대중적인 공식을 뿌리치기는 힘들었던 듯 싶다(특히 이번 앨범에서라면 더욱더...). 지금까지 SM하면 떠올랐던 업템포 스타일의 비트에 강타 특유의 보컬을 얹어놓은 곡인데, 개인적으로는 '북극성'보다 오히려 이 곡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북극성'이 발라드면서도 반복적인 멜로디를 가져 곡이 조금 단순함감이 있었던데 반해, 이 곡은 역시 반복되는 멜로디를 쓰고 있으면서도 업템포의 댄스적인 리듬프로그래밍을 쓰고 있어 단순함을 많이 상쇄시키고 있다. 리듬에 따라 멜로디가 끊어지는 이런 곡에 반복적인 멜로디는 오히려 일반적인 구성에 가깝다.

특히 이 곡은 '믹싱의 승리'라고 해야할만큼 사운드가 잘 잡혀있는데, 반복적으로 강하게 치고 들어가는 리듬프로그래밍의 질감은 곡의 멜로디가 오히려 발라드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댄스곡이라는 생각을 단숨에 들게할만큼 강한 톤을 잘 잡고 있고(게다가 그 리듬프로그래밍의 톤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섞어 쓰고 있다), 그 사이사이 신디사이저 연주나 현악세션등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모두 다 곡에 잘 섞여있어 댄스적이면서도 상당히 서정적인 느낌까지 주고 있다. 어찌보면 '가을용 댄스'라고 해야할까. 다만 멜로디와 리듬 프로그래밍의 반복성 때문에 곡이 1절과 2절의 차이 없이 거의 반복만으로 끝나고, 이런 스타일을 SM을 비롯한 요즘의 많은 가수들의 앨범에서 들은 까닭에 어지간히 귀기울여 듣지 않으면 매우 뻔한 곡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 아쉬운점.

다분히 그의 소녀팬들을 의식한듯한 나레이션이 담긴 '겨울'다음으로 등장하는 'In your eyes'는 드디어 등장하는 강타의 R&B곡. 흔히 생각하는 강타의 이미지가 R&B보컬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곡은 심상원이 작곡과 편곡을 담당해 이채를 띄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다듬을 필요가 있는 강타의 멜로디라인 구성을 생각하면 상당히 정확한 선택이었던듯도 싶다.

그러나 곡 자체는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는 조금 묘한 곡이 되었다. 좋은 부분은 R&B의 색깔과 팝의 소프트한 감성을 잘 잡아낸 멜로디라인이다. 한국의 R&B는 미국 스타일과 상당히 흡사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 보컬마저도 흑인의 보컬을 보들려줘야 사운드와 제대로 섞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곡은 딱 R&B의 '느낌'만을 가져왔다.

현악세션과 리듬프로그래밍을 사용, 그 위에 R&B적인 보컬을 첨가시키는 것은 R&B의 일반적인 진행 스타일이지만 리듬 프로그래밍의 톤을 보다 얇게 하고, 멜로디라인 역시 보컬의 기교를 자랑하는 전개보다는 코러스라인을 사용한 부드러운 전개로 고급스러운 멜로디라인을 들려준다. 그런 까닭에 강타의 애드립 역시 애드립을 위한 애드립이 아니라 멜로디라인과 맞물려 매우 자연스럽게 나와 곡의 포인트를 짚어낸다. R&B의 이미지는 가져오면서도 그것을 강타, 혹은 한국인의 보컬에 맞춰 잘 소화한 곡. 또한 이전의 플라이투더 스카이의 앨범에서 들려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R&B성향의 곡들을 생각해보면 SM이 나름대로 자신들 나름의 R&B를 어느정도 정립해 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곡은 믹싱, 혹은 근본적인 사운드 구성에서 문제를 드러내는데, R&B의 느낌위에 팝적인 소프트함을 모두 내려고 한 까닭인지 지나치게 많은 사운드를 한꺼번에 섞어놓았다. 현악세션에 리듬프로그래밍, 신디사이저, 그리고 코러스까지 섞이다보니 사운드의 중심이 흩뜨러지는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것도 잘 정돈되면 좋겠지만 믹싱문제인지 부각되어야 할 사운드나 묻혀야할 사운드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혼란스럽게 섞여있다. R&B가 멜로디라인뿐만 아니라 사운드의 구성이나 리듬프로그래밍의 질감에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반면 강타가 만들어낸 또 다른 곡인 '당신이 알고 있던 난...'은 강타가 가진 멜로디의 문제를 가장 심하게 드러내는 곡. '여전히 난 옷을 잘못 고르죠 당신이 알고 있던 나처럼 / 여전히 난 볼을 씰룩거리죠 당신이 알고 있던 나처럼 / 여전히 난 방안이 엉망이죠 당신이 알고있던 나처럼 / 그렇게 난 내 생각뿐이죠 당신을 떠나게 한 나처럼'까지 약간의 음정차이를 제외하면 멜로디라인은 똑같고, 그 후에도 계속 '여전히 난'에 쓰였던 멜로디가 계속 쓰이고 있다.

그것을 현악세션과 간주이후의 어쿠스틱 기타연주등 세션을 첨가시켜 스케일을 점차 키워나가는 식의 편곡을 통해 그것을 벗어나려 해보지만 지나치게 멜로디가 반복되어 곡이 단조로울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멜로디가 반복되다가 '한가지 단 한가지..'에서 갑자기 멜로디가 절정으로 '튀어' 버리니 곡의 전개가 부자연스럽고, 그 다음에는 또 전반부의 멜로디라인을 음정만 더 높인채로 부르니 곡도 단조롭고 곡의 맥도 끊긴다. 또한 처음부터 '여전히 난..'으로 음정을 높여 치고 들어가는 곡의 멜로디도 강타의 다른 곡에 비해 그 감각을 제대로 집어내지 못한 듯 싶다. 그리고 남의 가사에 참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듯도 싶지만, 이런 애절한 분위기를 내세운 곡에 '볼을 씰룩거리죠'라는 가사는 내용이나 발음에서 조금 언발란스한 것 같고 말이다.

재즈부터 어쿠스틱까지

다시 재즈로 돌아온 'Doobidub'은 앨범에서 꽤 훌륭한 브릿지 역할을 하는 곡. 앨범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 앨범에 재즈가 쓰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환기시켜줄겸, 그리고 전체적으로 느린템포의 발라드로 진행되는 앨범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사실 이런식으로 경쾌하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스탠더드 재즈는 어찌보면 뻔해보여도 오히려 그래서 더 만들기가 만만치 않을 수 있는데, 이 곡은 재즈의 짙은 색깔은 빼내고 산뜻한 느낌만을 잘 추려서 곡을 무리없이 꾸며나가고 있다. 'You are the only one that I love so much'같은 부분으로 인상적인 후렴구를 넣어 앞의 두 재즈곡들보다 대중적으로도 빨리 받아들이기도 쉬울 듯 싶다. 'Thanks God'과 마찬가지로 중간중간 현악세션을 깔아놓아 강타의 보컬이 곡과 보다 쉽게 어울리고 있다. 아주 특출 나지는 않지만 빠지는 곳도 없는 곡이라고 해야할까.

또한 강타의 보컬 역시 보다 가벼운 곡의 분위기에 맞춰 산뜻하게 곡을 잘 소화하고 있다. 다만 제목에 어울리는 재즈적인 보컬 애드립을 쓸 때 조금 어색한 느낌을 주는데, 'Doobidubibob'하는 부분이 앞의 부분과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고, 후반부의 여음구에서도 '애드립'이라기 보다는 정해진 '가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어찌보면 이곡이 '재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넣은 것 같기도 하다.

강타의 세 번째 나레이션인 '나... 세상... 나'가 지나가면 분위기를 일신하는 '그 해 여름'은 이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이지만 그러면서도 어쩌면 이 앨범의 성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곡이다.

이렇게 어쿠스틱의 간결한 느낌으로 소박함과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곡들은 요즘 가수들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주 쓰이곤 하는데, 이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참 발라드와 재즈로 앨범을 진행시키다가 갑자기 이런 곡이 나오면 '강타가 이런 곡을?'이라는 생각이 들법도 하다. 앨범내에서는 의외의 전개인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안정적인 대중성을 위한 '정석'을 그대로 밟아나간 셈이다. 물론 이런 곡이 하나 없다고 해서 대세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대한 안정적인 선택을 한 셈.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고, 곡 자체로는 말 그대로 딱 '무난'해서 듣기 좋다. 어쿠스틱 기타와 퍼쿠션의 간결한 진행 때문인지 몰라도 강타의 반복적인 멜로디가 쓰여도 지루한 느낌보다는 깔끔하고 흥겹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또한 애드립을 최대한 자제하고 곡의 느낌에 맞춰 무난하게 곡을 진행하는 강타의 보컬도 나쁘지않다.

그러나, 이 곡은 그런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 최대한 화려한 편곡을 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저 어쿠스틱 기타와 퍼쿠션 만으로 정말 소박하게 가는 것도 한 방법이련만, 이 곡은 그 안에서 매우 다양한 사운드를 넣고 있다. 오버더빙된 강타의 코러스가 들어가는가 하면, 어느틈엔가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절정에서는 바이올린 연주까지 첨가된다.

이런 편곡은 물론 듣기에 무리없고, 곡 전개는 소박한 도입부부터 코러스와 바이올린을 도입한 절정까지 다양하게 들어가 있어 듣기에 무난하고 고급스런 느낌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대신 갈수록 어쿠스틱 기타의 소박함은 다른 사운드들에 묻혀 점차 묻혀버리게 된다. 소박함을 살리기보다는 그것을 중심 이미지로 삼아 듣는 사람에게 최대한 편안한 곡을 만들어낸 셈. 한마디로 이런 곡을 소화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이고, 이는 이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한 부분 과감하게 치고나가는 대신 최대한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무난한 연착륙

이어지는 'Blue Moon'은 앨범을 마무리하는 또 하나의 브릿지로 적당한 곡. 이 앨범은 구성자체가 안정적인 까닭에 곡을 마무리하는 것도 참 신중하고 '안전'하게 나아가고 있는데, '그 해 여름'으로 소박한 분위기를 낸 다음 'Blue Moon'으로 앨범을 차분한 분위기로 이끈다음 리메이크 곡인 '하얀 얼굴로'와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로 앨범을 더욱 하강시킨 다음 '북극성'의 연주곡으로 앨범을 마무리짓는 것이다. 꼭 안전하게 착륙하는 거대한 비행기의 모습같다고 해야할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Blue Moon'은 곡 자체도 '북극성'처럼 강렬하거나 'In Your Eyes'같은 R&B적인 성격보다는 현악세션을 바탕으로 앞의 곡들보다 더욱 힘을 빼고 차분하게 나아가는데, 그게 지나친 것인지 몰라도 너무 '무난'해서 별다른 특징이 없다. 게다가 앞뒤로 어쿠스틱 곡인 '그 해 여름'이나 재즈스타일로 리메이크한 '하얀 얼굴로'같은 곡이 있어 더욱 기억에 남기 힘든 곡일 듯 싶다. 멜로디라인은 밋밋하고, 편곡은 계속 비슷비슷한 스타일을 반복하여 들려주기만 하니 악센트가 잡힐리 없다. 그렇다고 '북극성'처럼 현악세션의 매력을 잘 잡아낸 것도 아니고 말이다.

오히려 주목할만한 곡은 그 뒤에 이어지는 리메이크곡인 '하얀 얼굴로'와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다. 솔직히 원곡을 듣지 못한 관계로(필자의 나이는 그 당시 곡까지 다 들을 정도로까지 많지는 않다) 원곡과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이 곡 자체로도 상당히 좋다는 생각이 든다. 'Thanks God'과 마찬가지로 현악세션을 써서 강타와 재즈 사운드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했고, 역시 여유 있는 진행을 통해 강타의 보컬이 보다 곡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Thanks God'이 조금 애절한 느낌도 담고 있었다면 이 곡은 감미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한 곡. 곡 전체의 이미지가 나른하고 편안하게 잘 잡혀있다.

또한 신승훈의 곡을 김형석이 다시 편곡한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는 원곡의 느낌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보다 애수 띈 분위기를 내는데 주력한듯한 곡. 도입부의 어쿠스틱 기타나 현악세션의 배치가 원곡이 가지고 있던 다소 우울하던 분위기를 보다 확실히 표현하는 듯 싶다. 하지만 멜로디를 그대로 살린 까닭인지, 아니면 신승훈의 명성 때문인지 몰라도 강타의 리메이크곡이라기 보다는 신승훈의 곡을 강타가 '그대로' 부른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쉽다. '안전'도 좋지만 어차피 마지막 곡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참신하게 리메이크 해보거나 정말 재즈 스타일로 리메이크해보는 것(어떤 언론에서는 이곡도 재즈 리메이크라고 한 것을 봤는데... 글쎄, 이정도면 그냥 일반적인 발라드의 구성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What SM want?

이번 강타의 앨범을 통해 SM은 원하는 것은 거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현재의 앨범차트가 보여주듯 대중적인 성공은 이미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고, 재즈와 발라드를 주축으로한 앨범의 구성은 강타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발라드 가수로 변신시켜줄 것이다.

이는 SM이 드디어 또 다른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SM은 이미 어느순간부터 팝댄스의 SES와 아이돌 댄스의 신화와 보아, 그리고 R&B에 중심을 두고 있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등 각 가수들마다 스타일을 확실히 해나가기 시작했고, 여기에 발라드를 중심으로 한 강타와 록을 중심으로 할 것으로 알려진 문희준까지 솔로데뷔에 성공한다면 SM은 어쩌면 이전보다 더 확실한 라인업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번 강타의 앨범은 누구도 무턱대고 욕하기는 힘들만큼 일정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강타의 자작곡 수를 줄이고(이 앨범에는 의외로 강타가 작곡과 편곡을 담당한 곡이 그다지 많지 않다), 수준급 뮤지션을 기용해 앨범의 퀄리티를 높여 오히려 강타, 그리고 SM도 '음악성'이라는 것을 거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물론 이건 SES 4집때부터 확실히 거론되었어야 하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SM이 이미지상으로도 점차 '음악성'을 논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서고 있다는 것이다. SM의 음반이라면 무조건 비판적으로 대했던 사람들이 이 앨범에 대해서는 달라진 자세를 보이거나 코멘트를 하지 않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외부 뮤지션의 참여가 아니더라도 지난 몇 년간 쌓인 앨범제작 경험과 자금력은 SM의 음악적 경쟁력을 지금보다 높이면 높였진 깎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문제는 그런 철저한 SM 프로듀싱 내에서 '뮤지션'으로서 음악적인 성장이 더뎌질 수 밖에 없는 강타와 같은 음악인이다. 물론 이번 앨범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앨범은 너무나 대중적인 성공과 음악성이 높은 앨범이라는 '이미지'를 주기위해 너무나 안전하게 가면서 강타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를 많은 시도들을 억제했다.

물론 강타가 HOT 5집처럼 모든 곡을 작곡할 필요도 없고, 수준급 뮤지션들과 좋은 호흡을 맞춰 멋진 곡을 만들어낸다면 굳이 그에게 '뮤지션'의 잣대로 자작곡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안전한 선택 속에서 과연 강타의 '음악적'인 색깔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강타가 꼭 재즈를 했어야 했을까? 물론 그것이 본인의 의지일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재즈와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었던 강타가 발라드나 R&B에 집중하지 않고 재즈에 어쿠스틱 곡까지 소화했던 것은 앨범의 '안전 제일주의'가 빚어낸 또 다른 무리수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앨범의 고급스러움이나 곡 자체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이제 막 본격적으로 솔로를 시작하는 강타의 음악적 색깔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하게 찾아나가는 작업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일 아니었을까?

물론 이렇게 나간다해도 강타는 인기를 얻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그룹활동시절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뮤지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정도로 안전한 선택만을 한다면 그는 유명 뮤지션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의 '아티스트'는 되기 힘들지도 모른다. 다음앨범에서는 좀더 과감한 모험도 해보면서 자신의 진정한 색깔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그것은 '음악'기획사로서 SM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글/ 강명석( LENNON@hitel.net)-Member of 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