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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희칼럼 - 나 혼자 산다, 무지개 회원들을 만났다 (네이버)

혀니나라 2018. 6. 10. 13:36

출처: 네이버 정석희칼럼
         2013.08.13 10:00



나 혼자 산다, 무지개 회원들을 만났다

영화 ‘친구’에서 ‘말해라, 아버지 뭐하시노?’ 라며 실감나게 뺨을 올려 붙이던 배우 김광규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로 주목을 받더니 펄펄 날기 시작했다. 그가 지난주에는 신입 회원 강타와 단 둘이 친목 도모 차원의 만남을 가졌는데 이유인즉 ‘무지개 회원’들 중 가장 어색한 사이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자리에 나왔지 싶은 이 두 남자, 그러나 우연히 ‘탈모’로 의기투합하더니 스스럼없이 정보를 주고받고, 함께 관리를 받으러 가고,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서로의 친구도 공유하게 됐다. 누구는 클럽을 방불케 하는 집에 살고 누구는 암막 커튼으로 햇빛을 가린 채 살아가고, 평소라면 결코 친구가 될 수 없었을 이들이 이렇게 ‘무지개'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각기 다른 이유로 혼자 사는 ’무지개‘ 회원, 그들을 만나봤다.

(참여: 김태원, 김광규, 이성재, 노홍철, 데프콘, 강타,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 : 자신의 삶을 공개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이성재 : 처음엔 파일럿, 1회 방송이었잖아요?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저 사는 거 보여주고 싶어서, 단순히 그 마음이었죠. 그래도 고민은 많이 했어요. 방이라고 해야 10평 남짓해서 뭐 보여줄 게 있어야죠. 그 후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고요.

정 : 드라마 ‘구가의 서’의 잔인 무도한 악역 ‘조관웅’과 상반된 이미지여서 더 재미있었어요.

이성재 : 많은 도움이 됐죠. ‘나 혼자 산다’가 아니었으면 제가 진짜 나쁜 놈인 줄 아셨을 지도 몰라요.

데프콘 : 아마 다들 고민했을 거예요. 개인적인 공간을 공개해야 하니까요.

김태원 : 뭐가 있다고 고민을 해? (웃음)

데프콘 : 그래도 좀 그런 거 있잖아요. (웃음) 그런데 하는 동안 우리 스태프들이 좋아졌어요. 어느 결에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김태원 : 무슨 소리. 집에는 덜렁 카메라만 달아놓고 가는데.

저 사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강타 : 저는 언젠가부터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반가워하기보다 거리감을 가지시는 걸 피부로 느꼈어요. H.O.T 이후 국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Mnet ‘보이스 코리아’에서도 경직된 이미지여서 그런지. 사실은 ‘보이스 코리아’도 가까워지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요. 그냥 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김태원 : 저는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끝나서요. (웃음) ‘남자의 자격’이 끝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안 했을 수도 있겠죠. 어차피 인생은 다 ‘어쩌면’이 아니겠습니까.

정 : 매주 미션이 있었던 ‘남자의 자격’ 보다는 덜 힘드시죠?

김태원 : ‘남자의 자격’은 4년을 사귀었고, 사귈 만하니까 헤어져서 가슴이 아픕니다. 처음에는 또 다시 새로 사귀어야 해서, 그 게 버거웠죠. 지금은 좋아요. 제가 ‘김태원’으로 밖으로 나오는 유일한 날인 걸요. 다른 날은 ‘부활’로 기타를 들고 나가잖아요. 평소에는 밤에도 안 나가요. ‘김태원’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니까 소중하죠.

김광규 : 저는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어요. 매니저에게 약간 투덜댔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이렇게 많은 연예인 친구가 생긴다고 해서, 그게 마음에 들어서 시작했어요. (웃음)

노홍철 : 제가 제일 나중에 출연이 결정 됐을 거예요. 평소 제가 꺼려하는 것이 누가 계속 저를 주시하는 거거든요. 방송국에서도 그런 성향을 잘 아니까 처음에는 그냥 정리하는 역할 정도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첫 녹화를 해보니까 우리 회원님들이 지금껏 예능에서 만난 분들과 다르더라고요. 보통 예능에서는 집중 받고 싶어 하고 더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는데 이분들은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예를 들어 이성재 회원님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몰입을 하지만 관심이 없으면 아무 반응이 없으세요.

이성재 : (웃음) 아주 자연스럽지.

노홍철 : 김태원 형님도 나서는 일이 전혀 없으시고요. 그래서 다른 예능과 차별된 분위기를 살리고 싶어서 일부러 호칭을 ‘회원님’으로 부르게 된 거죠. 예능인들끼리면 아마 상황극 같았을 텐데, 제가 연예인 하기 전에 동호회 활동할 때의 모습 그대로인 거예요.

정 : 예를 들어 MT 때 몇 분이 늦게 오고 마중 나가고, 그런 것들이 실제 상황이에요? 보통은 설정이고 연출이잖아요?

김태원 : 연기를 못 하니까 연출을 못 해요. 저희 분위기가 배우조차 연기를 못 하게 만들어요. 배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성재 회원을 볼 때 하는 행동이나 모습, TV 앞에서의 일상이 저는 꾸미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래도 배우니까.

데프콘 : 아, 그러셨었어요? 처음에?

김태원 :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원래 그런 사람인 거예요.

이성재 : 그럼 방귀 뀌는 것도 설정이라고 생각하셨겠네요?

김태원 : 아니, 그런 것은 말고요. (웃음) 라이프스타일이 저와 전혀 다르더라고요. 그게 일상인 거죠. 언제가 좋아하는 회원 순위를 정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성재 씨를 후미진 곳으로 뒀었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정말 멋있는 사람이에요.

데프콘 : 저도 배우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은 이 분도 똑같구나 싶더라고요. (웃음) 반전이었죠.

정 : 반전으로 치면 데프콘 씨도 만만치 않습니다. 의외로 예민한 성향을 드러내는 바람에 안티도 생겼잖아요.

데프콘 : 안티요? 지금은 많이 정리가 됐어요. (웃음) 초반에는 오해를 받았는데 변명 같지만 그 때는 상황을 즐겨보려고 그랬거든요. 이성재 씨가 장난을 치시는데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티격태격한 거였어요.

김태원 : 안티를 이겨냈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안티는 언제든 다시 생길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연예인은 항상 강해야 해요.

노홍철 : 이성재 씨는 예능으로는 아마추어잖아요. 그러니 불안해서 댁에 따라갈 수도 있는 건데 그러지 않고 우리 제작진은 카메라만 설치해놔요. 그러기 쉽지 않거든요. 이렇게만 한다면 저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 녹화(파일럿)가 끝났을 때 다들 당연하게 정규 편성이 될 것처럼 헤어지더군요. (웃음) 역시나 멀지 않은 시간 안에 연락이 왔고요.

또 다시 나에게 아름다운 사건이 오네요

김태원 : 그 즈음 부활 콘서트를 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이성재 회원님이 콘서트 대기실에 나타나셨어요. 그 순간 ‘남자의 자격’처럼 인간적인 모임이, 아름다운 사건이 한 번 더 나에게 오는구나 싶었어요. 저는 ‘남자의 자격’도 이런 느낌으로 만났거든요. 다른 분들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이성재 : 원래 김태원 회원님 팬이었으니까요.

노홍철 : 저는 평소 드라마를 아예 보지 않아요. 그런데 이성재 씨의 ‘구가의 서’는 물론 ‘직장의 신’도 김광규 씨가 나오시니까 보게 됐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챙겨 보게 됐어요.

데프콘 :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와요. ‘어?! 김광규 회원님!’, 그렇게 되더라고요.

노홍철 : 예능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에피소드를 위해서 모이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우리는 진짜 끝나면 헤어지기 싫어하고, 따로 만나고 싶고 그래요. 회식을 거의 매일처럼 하고 있어요.

데프콘 : 여기는 회식이 정말 잦아요. (웃음)

김태원 : 회식이 아니라 그냥 한 잔 하는 거지, 뭐.

노홍철 : 자주 가는 호프집에서 문 닫을 때까지 이야기 하고 그랬어요. 지난번엔 이성재 씨, 김광규 씨, 저 셋이서요.

이성재 : 바로 뒷자리에 여자분 두 분이 계셨는데, 저희 때문에 안 나가고 계셨나 봐요. 저희랑 사진을 찍고 나가시면서 노홍철 회원에게 ‘너무 적나라하시네요!’ 라고 하고 가시는 거예요. 무서웠어요. 저희가 예전 연애 얘기부터 별의 별 말을 다 했거든요. (웃음)

노홍철 : 저도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 없이 하는 방송은 처음이에요. 저희가 목욕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보통은 바지를 입고 촬영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발가벗고 촬영을 하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때 나체로 함께 촬영했던 회원님들과는 실제로도 더 많이 만나요. (웃음)

이성재 : 농담 삼아서, PD님이 여자 회원 분을 넣어야겠다고 하면 샤워할 수 있으면 데리고 와도 좋다고 했어요. (웃음)

정 : 제목이 ‘남자가 살아갈 때’에서 ‘나 혼자 산다’로 바뀌었을 때 여자 회원이 들어오는 줄 알았어요.

김태원 : 언젠가는 들어오겠죠? 급히 생각할 필요가 뭐 있나요. 수 백 회까지 갈 텐데.

데프콘 : 저희는 항상 내일이 급한데, 김태원 씨는 몇 백 회를 염두에 두고 계세요. (웃음)

김태원 : 제 유일한 꿈이, ‘전원일기’처럼 늙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예능이거든요. 멤버가 바뀌더라도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김광규 : 그럼 기러기 아빠, 계속 하실 거예요?

김태원 : 그것은 와이프의 권한이기 때문에 저는 선택할 권리가 없어요. 강타야, 오늘은 비 온다는 예보 없었어? 비가 와야 하는데, 그래야 한 잔 하는데 (웃음)

강타 : 비 안 온다는 것 같은데요. 제가 늦게 투입 되었는데요. 솔직히 아직 어색해요. 방송에서도 많이 티가 날 거예요.

데프콘 : 저 분 정말 어색하세요. (웃음)

정 : 서인국 씨가 놀러 왔을 때 묘한 느낌이었어요.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었는데 지네 엄마가 데리러 오니까 친구가 쌩하니 돌아선 느낌, 좀 그랬습니다.

강타 : 네, 좀 그랬어요. 불안한 마음이었죠. 저와는 비교할 수 없게 친하니까. 지금도 어색하긴 한데 조금씩 가까워지는 중이에요.

김태원 : 아, 그랬구나.

정 : 강타 씨도 방송으로 볼 때는 회원들이 서로 진짜 친하게 지내는지 궁금했죠?

강타 : 저도 궁금했죠. 그런데 진짜 엄청 친하더라고요. (웃음)

정 : 이성재 씨의 편의점 먹방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저도 한번 먹어보고 싶더군요.

노홍철 : 그쵸. 저도 따라 먹었거든요.

먹방, 의도적은 아니에요

이성재 : 그 다음 날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선물이 왔어요. (웃음) CF 계약서가 들어오지 않을까 했는데. 절대 CF를 노린다는 것은 아니에요. (웃음)

데프콘 : 의도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재가 원래 먹는 것을 좋아해요. 일상이죠. 먹고 싶은 욕망을 숨길 수는 없잖아요.

정 : 내용은 좀 처량 맞게 나오고 있지만, 누구나 한번쯤 혼자 살고 싶어 하잖아요? 혼자 살아서 좋은 점도 꽤 있죠?

이성재 : 지내기엔 불편함이 없어요. 저는 그냥 호텔에 있다는 생각이에요.

김광규 : (손을 들며) 저도 동감!

데프콘 : 완전히 적응이 된 거예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생겼기 때문에. 편한 건 사실이에요. (웃음)

정 : 강타 씨는 꾀죄죄한 모습으로 나와서 속상해 하는 팬들도 있죠?

강타 : 저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린 것뿐인데 일부러 그러는 거냐는 분들이 많았어요. 사실은 저도 첫 촬영 끝난 후 방송에 나갈 수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이게 뭐가 재미있겠나, 고민했는데 그 모습 자체를 놀라워하시더라고요.

정 : 강아지들은 영양식을 만들어주고 본인은 대충 끼니를 때우니 안쓰럽죠.

강타 : 논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애견 마니아들은 이해하시더라고요.

이성재 : 저는 정말 ‘에페’를 동물로 키우거든요. 해줄 것은 다 해주지만 스킨십이나 자식처럼 대하지는 않아요. 개를 사람처럼 대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옷 입히는 거나, 사람 먹이는 것 먹이는 거나.




강타 : 견해가 서로 다르더라고요. 애견 카페에서도 의견이 나뉘어요.

김광규 : 저도 잠깐 키웠었어요. 그런데 너무 외로워하는 것 같아서.

데프콘 : 저도 키우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막연하게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정 : 노홍철 씨가 ‘자기를 스스로 아끼는 삶을 가질 때 더 즐거워진다’고 했을 때 공감했어요. 이 분들은 스스로를 아끼고 있는 것 같나요?

노홍철 :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웃음) 원해서 혼자 사는 분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분도 있으니까요. ‘혼자 산다’는 같은 주제로 묶여있지만 처한 상황은 각기 다르죠. 나눠본다면 강타 씨나 서인국 씨는 이제 2년 밖에 안됐으니 시작하는 단계, 과정이고요. 김태원 씨나 이성재 씨는 상황이죠. 자식 교육 차원에서 떨어져 지내는 거니까요. 김광규 씨도 원하는 짝을 못 찾아서.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고요. 데프콘 씨도 마찬가지고요.

정 : 계속 회원으로 남으시라는 말이 덕담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부디 이 프로그램이 오래오래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사진. MBC, 스튜디오S 김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