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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모어 - 강타

혀니나라 2018. 6. 4. 21:11

[출처] 트리플크라운

          작성자 강명석 (lennonej)                      
          번호 113  
          작성일 2002-09-13 오후 11:28:46 
        
소포모어 - 강타 

모두가 알고 있듯, 아이돌 출신 가수들의 해체 후 내놓는 새 앨범은 단지 그룹에서 독립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그룹속에 묻혀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동시에 기획사의 주도로 이루어졌던 음악적 방향을 자신의 관할하에 놓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시절의 인기는 대중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만, 대신 그들은 백지상태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해야한다. 또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다는 사실은 그들의 역량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하기 보다는 과소평가나 과대평가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대중적인 인기스타이건 혹은 뮤지션이건 간에, 그들은 아이돌시절과 달리 "내 음악은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알맹이를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장 성공적으로 독립한 아이돌


그점에서 강타의 첫 솔로앨범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는 아이돌 스타로서의 카리스마를 내세우기 보다는 HOT의 리드 보컬리스트로서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않고 외부 뮤지션들의 도움을 받아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앨범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재즈를 시도하면서 무리하게 자신이 모든 것을 하기보다는 송광식을 비롯한 기존의 SM소속 세션들뿐만 아니라 정원영, 한상원같은 잘 알려진 일급 뮤지션들을 초대해 'Thanks God'같은 곡을 만듦으로서 아이돌 스타가 전문적인 장르를 시도할 때 흔히 받을 수 있는 비판적인 시선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또 동시에 그자신은 앨범의 베스트 트랙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북극성'을 직접 작곡함으로서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그에 대한 반감을 상당부분 희석시켰다.


전문가들을 초빙해 완성한 재즈곡과 팝발라드, 그리고 양념처럼 '스물셋'같은 잘만들어진 댄스곡이 섞여있는 그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은 보컬리스트로서 강타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고, 전체적으로 대중적인 성향을 띄었기에 시장에 무난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으며, 동시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팝발라드 앨범으로서 그의 역량을 어느정도 인정받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재즈부터 R&B, 발라드와 댄스, 그리고 어쿠스틱 음악까지 뒤섞인 이 앨범의 성격은 지나치게 대중적인 안정성에 신경을 쓴 것 같기도 하고, 그렇기에 대중적인 팝앨범 이상의 무엇을 보여줬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어쨌건 그는 문희준처럼 지나치게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집착해서 무리수를 두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노래만 부르는 가수'의 이미지만 주지도 않았다. 강타의 1집앨범은 분명히 그당시 아이돌 출신의 가수들중 가장 빼어난 대중적인 친화력과 음악성을 갖추고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강타는 아이돌출신 가수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지지선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강타가 좋건 싫건간에, 그는 아이돌 멤버들도 뮤지션으로의 변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보인 실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1집 앨범부터 이미 말끔한 팝앨범으로 어느정도의 인정을 받은상태에서 그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고, 반대로 가수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과연 대중성과 새로운 시도, 그리고 그속에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다른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들이 1집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서 역으로 다음 앨범에서 발전가능성을 남겨두었다면(은지원의 1집과 2집을 비교해보라!), 강타는 첫 앨범이 너무 말끔하게 뽑혀나온 까닭에 어지간해서는 그 이상의 앨범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강타는 조금 때늦은 2년차 징크스에 빠질 위기에 부닥친 셈이다.


'Polaris'의 벽


그리고 안타깝게도 강타는 그 벽을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강타의 이번 앨범은 보다 정돈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지난 앨범에서 보여준 음악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SM소속의 재즈 피아니스트 송광식이 함께 참여한 재즈곡들, '상록수'와 '사랑은 기억보다'로 대표되는 발라드, 그리고 댄스곡 'THE BEST'와 'PROPOSE' - '고백'으로 이어지는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발라드등은 1집의 모양새와 큰 차이점이 없다. 그가 록을 할수도 없는 상태에서, 그는 1집의 잘짜여진 음악적인 방향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장르적 성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것이 음악적 답보상태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점에서만 본다면 강타는 전작보다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작들과 비슷한 음악들을 들려주기는 하지만 강타는 그것을 보다 차분하게 정리해서 앨범에 보다 뚜렷한 일관성을 부여하고 있다. R&B 곡을 제거하고, 다분히 팬을 의식한듯한 전작의 나레이션대신 계절별로 앨범의 변화를 드러내는 브릿지들을 넣어 보다 자연스럽게 앨범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바다'를 전후로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 된 발라드를 넣고, 여름의 마지막곡 'BEST'로 앨범의 분기점을 마련한 다음 현악세션을 쓴 '노을'과 그에 이은 발라드 '추억은 기억보다'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라드로 흐름을 넘기며, 다시 'Flower'부터는 조금씩 재즈적인 성격을 가미하며 앨범의 후반부를 이끌어간다.


지난 앨범이 듣는 사람의 입장에 맞춰 질리지않게 다채로운 성격의 곡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했다면, 이 앨범은 강타가 생각하는 음악적 분위기의 변화를 대중에게 차분하게 인도하는 쪽에 가까운 것이다. 또한 지난 앨범에서와 마찬가지로 재즈적인 성격의 곡들은 SM소속의 피아니스트 송광식과 함께 작업을 하고, 현악세션은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면서 자신이 음악적으로 아직 모자랄 수 있는 영역은 직접 하기보다는 프로듀싱에 비중을 두어 전반적인 퀄리티의 상승을 이끈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정된 분위기로 차분하게 앨범을 이끌어가려는 강타의 의도는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문제는 그 곡들의 내용물이다. 강타는 이 앨범에서 자신의 의도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거기서 한발짝 더나아가서 보다 '잘만든 곡'으로서의 정교한 완성도를 보여주는데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장르의 전형성은 잘 따라가지만 거기서 강타만의 특징을 보여줄만큼의 보다 정교한 완성도를 보여주는데는 실패했다고 해야할까.


K's Jazz ?


출발은 무난하다. 앨범의 인트로 역할을 하는 '햇살'에서 이어지는 'Happy Happy'는 재즈라기 보다는 '재즈적'인 요소를 가져온 곡이다. 베이스와 브라스세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스탠더드 재즈의 매우 정형화된 요소들을 가져오고, 거기에 듣기 편안한 멜로디를 씌움으로서 고급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미 여러 뮤지션들에 의해 시도된 방법이다. 지난 앨범의 '오! 그대를'을 생각하면 똑같은 방법을 되풀이 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너무 정형화 시키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건 곡 자체는 딱 예상한만큼, 듣기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을 유지한다. 무엇보다도 '오! 그대를'보다는 여유있게 들어가는 훅의 멜로디가 편곡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귀에 쉽게 들어올만큼 기억에 남는다. 일단 앨범은 듣는 사람들은 다른 부분보다 '모든 것을 잊고 해피해피!'를 외치는 강타의 보컬과 그 밑에 깔리는 브라스 세션의 풍성함을 기억할테니까. 강타가 이 곡을 통해 자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재즈를 시도한 지난 앨범의 모습들이 자신의 의지임을 보여줄 생각이었다면 그점에서는 성공적이다.


다만 이 곡은 '재즈적'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그냥 '재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곡의 편곡은 재즈적인 악기편성을 통해 풍성한 느낌은 잘 살렸어도 각 연주자들의 재즈적인 연주를 살리기보다는 철저하게 멜로디를 따라가는 것에 가깝다. 물론 멜로디 자체도 훅의 멜로디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적당한 스윙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곡은 지나칠정도로 연주가 멜로디의 충실한 반영에 가깝다. 특히 후렴구에서 멜로디와 대구를 이루며 그대로 따라가는 브라스세션의 사용은 재즈라기 보다는 하나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도구에 가깝다. 무식하게 얘기해서 재즈가 정형성안에서 각 연주자들의 색깔을 불어넣는 장르라면 이 곡은 그런 전형적인 요소들만을 가져왔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보컬 '연주자'로서의 강타의 역량이다. '오! 그대를'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강타는 이렇게 스윙감을 내세운 재즈곡에서 지나치게 힘을 넣거나 급하게 곡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는 듯 싶은데, 이번 곡에서는 그것이 보다 심해진 듯 싶다. 이부분은 보컬의 역량이라기 보다는 편곡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강타는 발음 하나하나에 힘을 넣고 의도적으로 끝에 조금씩 바이브레이션을 쓰면서 곡에 보다 강한 리듬감을 만드는데 비해 편곡은 리듬감보다는 그 리듬감속의 여유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테면 브라스와 베이스의 전개 사이사이에 가볍게 진행되는 기타연주가 그것인데, 강타의 보컬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살리기 보다는 충실하게 멜로디를 따라가는 것에 그쳐 아쉬움을 준다. '모든 것을 잊고 해피해피!'를 부르는 강타의 보컬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있고, 그것은 '알잖아요~'부분에서 극대화되어 곡의 여유로운 스윙감대신 매우 후반부에 강한 임팩트를 주며 이 곡을 끌고 간다.


물론 일반적인 발라드에서는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만 스윙감을 내세우는 곡에서 이렇게 여유로움 보다는 힘을 내세우는 보컬은 곡의 스윙감을 죽여버린다. 매우 정형화된 재즈스타일의 곡에서 그곡의 '재즈 분위기'를 내는데는 연주못지 않게 보컬의 톤이나 멜로디 해석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마련인데, 강타의 보컬은 지나칠정도로 멜로디를 정확하게 부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소지은채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며 부를만한 곡인데 강타의 보컬은 너무 진지하게 힘을 넣어 부르는 느낌을 준다. 좀더 부드럽게 베이스의 흐름에 맞춰 힘을 빼고 노래를 불렀으면 어땠을까. 특히 강타가 이 곡에 앞서 이미 '오! 그대를'을 부른 것을 생각하면 좀더 재즈적인 보컬 디렉팅에 대해 생각하고 곡을 불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분위기'를 내는데는 무난한 곡이지만 그 이상으로 강타가 '무엇'을 보여줄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와 발전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이어지는 '사랑은 기억보다'는 '북극성'을 잇는 또하나의 현악세션을 이용한 발라드곡. 생각해보면 '봄'의 챕터에는 재즈-발라드-어쿠스틱기타를 사용한 발라드등으로 댄스를 제외한 지난해 앨범의 히트곡 스타일을 하나씩 모두 건드리고 있는데, 이것은 자신이 정의한 스타일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한편, 일단의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스타일들로 듣는 사람에게 쉽게 이 앨범에 접근하도록 하는 방법중 하나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이렇게 전작의 히트곡 스타일을 그대로 연결시키다보니 너무 전작앨범이 생각나는 듯 싶어 듣는 사람에 따라 식상함을 줄수도 있을 듯 싶다.


어차피 곡이 좋으면 상관없겠지만, 문제는 '사랑은 기억보다'가 '북극성'이 주는 매력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강타가 지난 곡의 스타일을 답습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작법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아직 자기 길을 못찾고 어정쩡하게 소화하면서 생긴 결과에 가깝다. '북극성'에서 강타는 자신의 멜로디작법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단점을 편곡을 통해 오히려 장점으로 바꾸었었다. 강타는 지난 앨범까지만 해도 지나칠정도로 매우 짧고 반복적인 멜로디를 사용함으로서 구성적으로 단조로운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었고, '북극성'은 그런 멜로디라인을 편곡을 통해 커버한 곡이었다. 나직하게 시작되는 멜로디라인을 따라 피아노연주가 시작되고, 멜로디가 반복되면서 사운드는 하나하나씩 쌓여 결국 클라이막스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폭발함으로서 매우 절절한 느낌이 나는 발라드로 완성되었었다. 멜로디는 단조롭지만 '아주 잠시라도..'에서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현악세션의 집중력은 그런 멜로디의 단점을 오히려 반복적인 구성속에서 감정이 겹겹이 쌓이면서 슬픔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랑은 기억보다'에서 강타는 '북극성'의 방법을 따르기보다는 보다 '어려운 방법'으로 자기 스타일의 발라드곡을 만들려다가 보다 세밀한 완성도를 달성하지 못한채 미완으로 곡을 끝맺는다. 이 곡은 '북극성'에 비해 보다 다채로운 멜로디라인을 가지고 있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 곡은 기승전결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멜로디를 가지고 있고, 멜로디의 반복에 따라 하나씩 악기를 쌓아가며 감정을 폭발시키던 '북극성'의 편곡과 달리 처음부터 현악세션을 동원하며 1절의 후렴구에서 이미 상당히 폭발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2절에서는 또다른 편곡을 통해 곡을 전개시켜나가야 하고, 클라이막스에서는 그 이상의 폭발력을 보여야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곡의 '단 하루라도 내가 살아낼 수 있을지 그럴수는 없겠죠 단 한번쯤은 괜찮아 질 수 없는지...'같은 후렴구 멜로디는 '북극성'의 그것에 비해 보다 길고 그 안에서 드라마틱한 구성을 가지면서 곡의 폭발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고, 편곡역시 1절에서 이미 현악세션을 동원해 곡의 페이스를 끌어올린다음 2절에서는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을 첨가시켜 곡의 분위기를 바꾸며, 다시 간주에는 현악세션으로 곡을 이끌고 가면서 곡의 스케일을 보다 키운다. 멜로디나 편곡의 구성자체에 있어서는 단순하게 하나의 감정으로 치달았던 '북극성'보다 이 곡이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진행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강타가 나름대로 자신의 문제점들을 보다 숙련된 솜씨로 극복해 나가려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면서 이 곡이 '퀄리티'는 좋아졌어도 '북극성'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상실했다는 것이다. 방법론은 달라도 이 곡과 '북극성'은 모두 나직하게 시작해서 결국 절절하게 감정을 쏟아내는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곡이다. 그런데 '북극성'이 하나씩 쌓이는 사운드를 통해 그 감정을 소용돌이치듯 확대시키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전달했다면, 이 곡은 그것이 불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미 1절의 후렴구에서 곡의 페이스는 상당부분 끌어올린 상태에서 이 곡은 그 이상의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 구성을 들려주지 못한다. 물론 2절에서는 드럼을 첨가하며 곡에 힘을 부여하고, 후반부에는 간주에 현악세션을 넣으면서 곡의 스케일을 키우려 하지만 이미 1절부터 강하게 흐르던 현악세션은 의도된만큼 강한 임팩트를 곡에 주지는 못한다. 이는 이 곡의 현악세션이 멜로디를 해석해서 보컬과 함께 전면에 나서며 강한 임팩트를 주기보다는 곡의 멜로디를 충실히 반영하면서 보컬 뒤에서 보다 넓고 풍성한 분위기를 주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좀더 정교하게 현악세션의 파트를 나눠 보다 드라마틱한 진행을 이끌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북극성'에 비해 보다 '프로다운' 구성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보통의 발라드 가수들의 타이틀곡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멜로디는 달라졌어도 순간적으로 공백을 둔 뒤에 '내가 살아낼 수 있을지'같은 부분을 통해 곡의 클라이막스를 만드는 부분은 '북극성'의 그것과 똑같아서 신선감이 떨어지고, '사랑은 기억보다'의 멜로디와도 맞지 않는다. '북극성'은 멜로디가 계속 짧게 반복되었으니 공백을 뒀다가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멜로디 자체로 임팩트를 줄 수 있었지만 이 곡은 후렴구의 멜로디가 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멜로디 전체에 큰 스케일을 부여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보컬 밑에서 조금씩 악센트를 주는 일렉기타 연주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땠을까 싶다. 절절하게 쏟아내는 강타의 보컬은 이렇게 목에 힘을 주는 보컬을 싫어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상당한 인상을 남기긴 하겠지만, 그 보컬과 멜로디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의 절절함은 '북극성'보다 약하다. 작법이나 편곡은 많이 늘었는데 그 연출방법이 아직 전작의 그림자를 못벗어나고 있다고 해야할까.


그 다음곡 'Propose'는 1집앨범의 '그해 여름'을 연상시키는 곡. 이 곡역시 '사랑은 기억보다'와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멜로디와 편곡의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그걸 잘 정리해서 하나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데는 실패한 듯 싶다. 무엇보다도 이 곡의 문제는 사운드가 지나치게 꽉차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해 여름'도 어쿠스틱 기타를 앞세운 간결한 곡의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다양한 사운드를 집어넣기는 했지만, 이 곡은 그 사운드의 중심을 무엇으로 잡느냐에서 혼선을 빚은 듯 싶다. 자신의 보컬을 오버더빙해 부드럽게 넘어가는 후렴구에서 볼 수 있듯 멜로디의 전개자체는 어쿠스틱 사운드의 간결한 느낌에 맞춰져있는 반면, 사운드는 어쿠스틱 기타보다 오히려 리듬 프로그래밍의 비중이 더 커서 곡의 밝은 느낌을 100% 살려내지 못한다. 이런 곡들은 일단 곡의 이미지로 잡고 들어가는 부분이 큰데 처음부터 밝은 느낌보다는 리듬 프로그래밍의 둔탁한 느낌이 먼저 들어오니 곡의 느낌이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또한 이 곡은 강타의 멜로디 구성능력에 있어 문제를 보여준다. 후렴구를 오버더빙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따뜻하게 잡은 것은 현재 강타의 입장해서 잘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보다 다양한 멜로디를 쓰는 능력은 부족한 강타가 가장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이렇게 화성을 써서 다양한 멜로디를 쓰지 않고도 그 자체에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으니까. 물론 그만큼 쉬운 작곡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스타일의 곡에서 그런 방법을 쓰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이후의 곡들에서도 강타는 'The Best'나 'Flower'같은 곡에 이런 멜로디전개를 적절히 쓰면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멜로디를 소화하는 곡의 구성이다. 이 곡은 결국 구성상으로는 앞의 '사랑은 기억보다'처럼 클라이막스로 도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1-2절을 반복시키면서 점차 사운드를 덧붙여 나가면서 곡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2절이 끝난뒤 갑자기 소리를 죽인 상태에서 강타의 보컬만을 등장시킨뒤 곧바로 후렴구를 등장시키며 곡을 클라이막스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문제는 이때 등장하는 멜로디나 편곡이 앞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 해 여름'처럼 끝으로 갈수록 화려한 전개를 보여주든가, 아니면 편곡에 있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보다 극적인 느낌을 만들어냈어야 할 것을, 이 곡은 평이하게 다시 부드러운 후렴구의 멜로디를 반복하는 것으로 끝냄으로서 후반부를 밋밋하게 만들고 있다. 곡의 전개자체는 상당히 버라이어티해야할 것 같은데 그 내용물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곡 역시 분위기는 어느정도 나지만 확실하게 곡에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포인트가 부족하다. 분명히 실력은 이전보다 늘었지만 그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충족시키지는 못한다고 해야할까.


여름의 여유로움과 뜨거움


반면 '바다'와 '고백'으로 이어지는 어쿠스틱 곡들은 강타가 현재 보다 개발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강타의 '봄' 챕터에서 들려준 곡들이 장르는 달라도 결국 기승전결의 흐름을 가지고 비슷한 전개속에서 결국 폭발적으로 터지는 흐름을 가지고 있어야 곡의 효과가 나타나고, 반면 강타가 만들어낸 내용물은 그것을 완벽하게 채우지 못했다면 강타가 아닌 다른 작곡가가 만들어낸 '고백'은 철저하게 하나의 정서에 집중하면서 보다 정갈한 느낌으로 어쿠스틱 발라드를 소화해내면서 강타의 표현영역을 보다 넓힌다. '바다'에서 샘리가 연주한 여유로운 기타연주에 이어 그대로 이어지는 '고백'은 철저하게 잔잔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곡의 이미지를 쌓아나간다. 곡의 처음과 끝에 다른 사운드 없이 오버더빙된 강타의 목소리로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음, 곡전체에는 다른 사운드의 첨가없이 잔잔한 기타와 퍼쿠션연주만으로 곡을 이끌어나가면서 강타의 보컬에서 보다 힘을 뺄 것을 요구한다.


또한 멜로디는 클라이막스인 '수많은 내 사랑이 별되어..'같은 부분에서도 곧바로 '포근한 밤..'으로 넘어가면서 곡에 잠깐 악센트를 주고 다시 어쿠스틱 기타의 부드러운 흐름에 멜로디를 맡겨 최대한 잔잔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유도하고 있으며, 후렴구 자체의 멜로디가 후반으로 갈수록 음정을 떨어뜨리며 소박하게 마무리되는 것이어서 부드럽게 곡을 마무리하며, 이것은 곡의 도입부에 등장했던 코러스에 연결되어 곡의 부드럽고 깨끗한 느낌을 더욱 강화한다. 이것저것 넣으면서 완성도를 높이기보다는 표현하고 싶은 것 하나만을 들려주면서 앞의 곡들보다도 더 강한 인상을 줬다고 할까. 강타의 보컬역시 앞의 곡들에 비해 보다 여유있게 곡을 소화해 앞의 몰아치는 분위기와 달리 앨범을 듣는 사람에게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이어지는 'The Best'는 전작의 '스물셋'을 잇는 이 앨범의 유일한 댄스곡. 하지만 이 곡은 예상외로 '스물셋'보다 못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는 다른 부분들보다 사운드 메이킹의 문제가 큰데, 의외일 정도로 정교한 사운드 메이킹과 믹싱을 들려준 '스물셋'에 비해 매우 단순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리듬 프로그래밍은 '스물셋'처럼 처음부터 강력한 임팩트를 주기에는 리듬 자체가 계속 단조롭게 반복되는데다가 좀 건조하다 싶을정도로 얇은 톤에 보컬의 뒤에서 조금 작게 믹싱되어 있어 '스물셋'같은 박진감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특히 후렴구에서 후렴구의 리듬에 맞춰 울릴때의 리듬 프로그래밍의 부족한 박력은 이 곡의 느낌을 상당부분 깎아먹는다. 다른 사운드들 역시 곡의 진행에 따라 계속 반복될뿐 곡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이럴때는 강렬한 훅이 있거나 멜로디의 변화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 곡에서 유일한 멜로디 변화는 앞의 곡들과 마찬가지로 2절이 끝난뒤 다른 사운드를 죽이고 '결국 내가 살아가는건...'같은 브릿지를 넣은뒤 다시 같은 후렴구를 반복하는 식이다.


이런 작법은 유영진으로부터 시작된 SM특유의 댄스곡 작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강타역시 아직 그 스타일을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듯 싶다. 또 유영진의 곡들은 이런 부분뒤에 터지는 후렴구는 꼭 보컬 솔로나 기타솔로같은 요소들을 넣어서 곡에 보다 화려한 느낌을 주는 반면 이 곡은 그런 전개뒤에도 똑같은 구성을 보여주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자신의 보컬을 오버더빙해 만들어낸 멜로디의 박진감은 나름대로 좋지만, 그것만으로 곡을 끌고 나가기에는 다른 요소들이 너무 부족하다.


새로운 시도의 성공, 익숙한 시도의 실패


이렇게 여름이 끝나면 앨범은 이제 현악세션을 앞세운 '노을'로부터 가을로 접어든다. '가을' 챕터의 특징은 '추억은 기억보다'에서는 현악세션을, 'Flower'에서는 브라스를, 그리고 '2032 in Cuba'에서는 재즈적인 접근을 통해 각기 다른 방법으로 발라드라는 장르를 소화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비슷한 형식속에 나름대로 다양한 작편곡을 시도해본 셈인데(물론 그중 한곡은 송광식이 맡은 것이긴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강타표 발라드'라고 할 수 있는 '추억은 기억보다'가 가장 떨어지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예 부제로 'Memories #2'를 붙여 '사랑은 기억보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을 밝히는 이 곡은 '사랑은 기억보다'에 비해서도 아쉬운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이 곡은 그래도 다양한 멜로디를 썼던 '사랑은 기억보다'와 달리 '조금만 서둘러줘요...'부분의 멜로디를 계속 반복하면서 곡을 끝까지 이끌고 나간다.


이렇게 되면 '북극성'처럼 편곡을 통해 곡을 절정으로 끌고가야 하는데, 이미 '북극성'에서 그 방법을 써먹은데다가 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강타의 편곡은 1절과 2절에 무난하게 사운드를 덧붙이는 것은 가능해도 편곡을 통해 곡의 스케일을 키우지는 못한다. 또한 '북극성'과 마찬가지로 2절이 끝난뒤 순간적으로 사운드를 죽인뒤 '가끔은 생각나지 않나요...'를 부른뒤 '그렇게 보낸 시간..'에서 순간적으로 사운드를 터뜨리는 부분은 '북극성과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아무리 소리를 죽여도 거의 나레이션에 가까웠던 '북극성'과 달리 멜로디를 그대로 유지하기에 급격한 변화를 준다는 느낌보다는 곡에 부드러운 굴곡을 주는 정도의 느낌을 준다. 그 뒤의 편곡 역시 어느 사운드 하나가 강하게 치고 나오기보다는 현악세션과 디스토션 기타의 음향으로 스케일을 키우는 정도에 그쳐 강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강타는 잔잔하게 시작해서 절절하게 마무리되는 구성이나 클라이막스에서 사람에게 강한 호소력을 전달하는 곡을 만들고 싶은 듯한데, 그거야 본인의 감성이니 상관없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좀더 다양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반면 현악세션대신 브라스세션을 전면에 내세운 'Flower'는 숨막힐정도로 사람을 몰아붙이려는 '사랑은 기억보다'같은 발라드곡들과 달리 한결 잘 짜여진 구성을 들려주며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을 곡안에 적절하게 녹여낸다. 이 곡은 도입부부터 '..익숙해져 갔는데'로 이루어진 각절의 멜로디라인과 오버더빙된 강타의 보컬로 화성을 쓰는 후렴구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것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타가 곧잘 표현하는 강타의 힘있는 보컬과 그의 곡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여유를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사랑은 기억보다'같은 곡들은 곡의 페이스가 너무 급해서 너무 빠르게 절정에 도달했고, 'Propose'같은 곡은 지나치게 화성만 쓰는 멜로디로 후렴구를 쓰면서 밋밋한 감을 주었는데, 이 두가지를 합치니 나름의 기승전결을 가지면서도 끝까지 곡의 여유를 잃지 않는 곡이 된 셈이다. 현악세션과 달리 경쾌한 리듬위주로 이끌어지는 브라스세션(정확히 말하면 송광식의 브라스 프로그래밍이지만)의 흐름이 곡을 지배하면서 곡에 좋은 흐름을 유지해 주었다. 브라스와 리듬프로그래밍의 간결한 편곡외에 기타를 사용해 중간중간 곡에 여유를 불어넣은 것도 인상적이다. 적절하게 흐름을 탈 수 있는 멜로디도 있고, 따라부르기 쉬운 훅도 분명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들을 욕심부리지 않고 차곡차곡 넣으면서 괜찮은 곡을 뽑아냈다. 다만 이런 곡에서마저 지나치게 힘을 넣는 강타의 진한 보컬은 아쉽다. 너무 목만 많이 사용해서 부분부분 쥐어짜는듯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할까.


이어지는 '2032 in Cuba'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재즈적인 요소를 많이 섞은 발라드곡. 'Happy Happy'가 '오! 그대를'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이 곡은 들어보면 알겠지만 'Thanks God'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인데, 'Thanks God'이 처음부터 끝까지 테크닉보다는 재즈적인 분위기에 집중하면서 잔잔하게 곡의 고급스러운 품격을 유지했다면 이 곡은 재즈에서 시작해 좀더 다른 것을 시도하다가 재즈와 발라드 가요의 중간에 위치하는 곡이 된 듯 싶다. 이것은 이 곡의 작곡과 편곡은 송광식이 했지만 'Thanks God'에 참여한 'Master'들과 달리 강타와 계속 작업하는 송광식은 보다 강타의 의도를 반영하는 편곡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곡역시 앞의 발라드곡들과 장르적인 스타일은 다르지만 곡의 전개에 있어 발라드의 기승전결에 따라 보다 다채롭고 클라이막스에서 상당한 악센트를 부여하려 한다. 여유롭게 진행되던 곡이 간주의 피아노 애드립과 현악세션을 통해 좀더 탄력을 얻고, 결국 2절에 가서는 보컬이 그 사운드에서 힘을 받아 '내 기억속에 그대는 언제나 그대로죠 항상 이곳에 있죠...'에서처럼 상당히 격정적으로 곡을 이끌어나간다. 물론 이것도 재즈를 발라드로 소화하는 하나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상당히 따뜻하고 부드럽게 흐르던 곡이 이런 전개를 보이니 조금 분위기가 어긋난다. 그렇다고 이 멜로디를 이어 후반부에서 새로운 진행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분명히 생각하는 이미지는 뭔가가 있는데 그것을 표현해낼만큼의 능력은 아직 쌓지 못한 듯 싶다.


한계와 가능성


그런점에서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겨울'은 강타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부분이다. 짧은 피아노 연주곡인 '눈'을 지난 '야상곡'은 이 앨범에서 '사랑은 기억보다'류의 발라드중 가장 떨어지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1절에서 바이올린 선율을 앞세워 보다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나 1절뒤에 피아노 연주로부터 현악세션이 덧붙으면서 그것만으로 스케일을 키워가는 구성은 앞의 발라드곡들과 나름의 차별성을 가지고, 강타가 나름대로 자신의 또다른 시도를 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곡에서 드러나는 작곡에 있어서의 강타의 나쁜 버릇이다. 이 곡에서 들려주는 대부분의 멜로디는 '나의 슬픔이 지워져도 / 내 미련이 사라져도 / 그때다시 돌아와도..'처럼 계속 반복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뒤에 그렇게 치고 올라온 멜로디를 확실하게 마무리짓는 더 이상의 멜로디라인도 없는데다가 '내/ 미련이 사라져도', '그/때다시 돌아와도'처럼 문장에 맞지 않게 음을 하나씩 끊는 멜로디라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피아노와 현악세션의 부드러운 흐름으로 이루어져있는 곡의 사운드와 어울리지 않는다.


피아노와 현악세션만으로 이루어진 편곡은 그만큼 보다 정교하게 짜여진 현악세션의 편곡과 그런 편곡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멜로디에 완성도가 달려있는 셈인데, 이 곡은 시도는 좋았다고 해야할지 몰라도 그 결과물이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못하다. 다만 '2032 in Cuba'로부터 계속 잔잔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유지함으로서 앨범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형성, 전체적으로 나름의 품격을 갖춘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 물론 이런 것을 처음 시도했다면 나름의 노력을 고려하겠지만 이미 강타는 전작의 완성도가 있기 때문에 조금더 나은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반면 '이별 후에는'은 강타의 잠재된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만한 재즈 스타일의 곡. 'Happy Happy'나 '2032 in Cuba'가 재즈적인 분위기를 살린 편곡에 비해 멜로디라인이나 강타의 보컬이 사운드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힘이 들어있어 아쉬움을 주었다면, 이 곡은 여유로운 분위기속에 자꾸 페이스를 높여 절정으로 치달으려는 강타 특유의 곡구성이 사운드속에 잘 녹아있다.


이는 보다 완성도 높은 곡의 멜로디라인과 이 곡에 깜짝 게스트처럼 참여한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의 존재가 크다. 송광식과 강타가 함께 만들어낸 멜로디라인은 '2032 in Cuba'처럼 어느순간 급격하게 음정을 끌어올리며 곡의 페이스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곡의 여유로운 흐름에 맞춰 하나씩 그 단계를 밟아 나간다. 1절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은 이별 그대로의 이별임은 / 영원히 함께 하자던 약속도 / 결국엔 그대만의 꿈이죠'로 이어지는 멜로디는 단번에 곡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보다는 살짝 음정을 높였다가 다시 여유있는 흐름을 보여주면서 곡의 분위기를 조금 상승시키는 역할만을 하고, 간주가 흐른다음 다시 '영원히 함께인거죠 사랑은 결국엔 그때만의 꿈이죠...'로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려 '그것만으로...'에서 한차례 절정을 맞이한다. 1절안에서, 혹은 하나의 멜로디안에서 곧바로 페이스를 올리는 다른 곡들과 달리 이 곡은 보다 다채로운 구성으로 한결 다채롭고 여유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색소폰 연주는 곡에 한결 진한 색깔을 불어넣으면서 동시에 곡의 페이스가 오를 때 그 사이에 들어가며 곡 전체에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강타특유의 분위기를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속에 적절히 섞을 수 있는 완성도가 갖춰진 곡이라고 해야할까. '고백'이 아예 그런 강타의 분위기를 최대한 자제시킨 곡이었고, 'Flower'와 '이별후에는'은 보다 여유있는 분위기속에 강타의 멜로디라인을 잘 섞은 곡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강타는 보통 발라드보다 이런 부분에 있어 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개발해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강타는 궁극적으로 고급스러움과 격한 감정의 조화를 바라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물론 이 앨범의 결과물로 봐서는 아직 갈길이 멀지만 말이다.


마지막곡 '상록수'는 다시 '사랑은 기억보다'같은 스타일로 돌아간 발라드곡. 앨범의 타이틀과 같은 부제가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곡대신 '사랑은 기억보다'가 타이틀로 정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 곡이 타이틀로 적합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곡은 '사랑은 기억보다'처럼 '북극성'에 비해 좀더 복잡한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신 간결하게 강타가 가지고 있는 발라드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피아노로부터 시작해 현악세션과 드럼을 덧붙여나가면서 점점 스케일을 키워나가는 편곡은 이전의 발라드곡들과 큰 차이점이 없지만, 1절의 처음부터 후렴구까지 계속 페이스를 올려가면서 '돌아갈 수 있는 거라면...'의 후렴구에 강한 포인트를 주는 곡의 구성은 '사랑은 기억보다'같은 곡보다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다. 중간에 브릿지로 들어가는 멜로디를 빼고 곧바로 후렴구로 넘어가고, 후렴구의 멜로디를 간결하게 반복함으로서 그만큼 강한 흡인력이 생겼다고 해야할까.


어찌보면 '북극성'과 '사랑은 기억보다'의 중간쯤 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극성'이건 '사랑은 기억보다'이건 모두 2절뒤에 갑자기 곡의 사운드를 끊고 보컬을 부각시켜 클라이막스로 넘기는 반면 이 곡은 2절뒤에 한층 더 강한 보컬과 함께 디스토션 기타 솔로와 앞의 현악세션과는 달리 보다 박력있는 현악세션을 첨가시켜 힘을 더해주고, 간주 뒤에는 순간적으로 현악세션을 끊은뒤 곧바로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같은 멜로디임에도 불구하고 편곡을 통해 보다 확실한 클라이막스를 이끌어내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북극성'이나 '사랑은 기억보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는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느낌을 끌어내는 방법론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곡들처럼 잔잔하게 끝나기보다는 후렴구를 다시 강하게 인식시키는 마무리역시 인상적이다.


또한 이 곡에서 강타의 보컬은 계속 힘을 넣으면서도 최대한 예쁘게 부르려한듯한 앞의 발라드곡들과 달리 중간중간에 약간 절제되지 않은듯한 거친 목소리를 내거나 '바보처럼 울고 있다면 / 이제라도'같은 부분에서 이전까지 드러내지 않았던 허스키한 목소리로 멜로디를 소화하는데, 파워로 밀어붙였던 앞의 발라드곡들과 달리 톤의 변화를 통해 보다 절절한 느낌을 소화하는 이 곡이 보다 와닿는다. 설마 목이 안좋은 상태에서 부른 것을 그대로 녹음했을리는 없고, 아마도 의도적으로 이런 소리를 낸 것이라고 보는데, 같은 감성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곡의 구성이나 멜로디의 소화에 있어서 좀더 변화를 주면서 조금씩 좀더 다양한 변화폭을 가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다만 '북극성'에서 이미 큰틀이 잡혀 있었기에 '북극성'보다는 그 느낌이 덜하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야할까.


과도기, 혹은 소포모어 징크스 ?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은 결코 전작은 능가할 수 없는 앨범이 되었다. 분명히 전작에 비해 보다 정돈되었고, 강타가 추구하고자 하는 스타일이 뚜렷하게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것은 결국 전작의 토대위에서 완성되었고, 동시에 그 스타일안에서 보다 창의적인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1집에서 어느정도 자신의 스타일이 완성된 상태에서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2집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도 힘들고, 강타의 음악적인 능력은 앨범 전체의 퀄리티는 높였어도 그 퀄리티가 1집과 차별화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특히 전작의 '북극성'이나 '스물셋'처럼 단번에 대중에게 파고들 수 있는 싱글이나 'Thanks God'만큼의 품격을 갖춘 트랙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나름대로의 작법과 정서, 그리고 앨범전체를 부드럽게 이어가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그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앨범은 너무 안정적으로 간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난하고 조금 밋밋하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그의 '출신성분'을 생각해보면 혼자서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적절한 세션을 통해서 나름의 자기 스타일이 있는 앨범을 만들었다는 점이 매우 플러스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1집앨범에서 어느정도의 성취를 이뤄낸 그에게 계속 '발전하는 아이돌의 긍정적인 모습'만을 바라봐야 하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노력하고 발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이제 그는 좀더 높은 곳을 향해야할때가 되었다. 과연 이 앨범은 과도기의 산물인 것일까, 아니면 1집에서 잘 마련된 스타일에 벌써부터 안주하기 시작하며 퀄리티만 조금씩 높아진 젊은 뮤지션의 소포모어 징크스를 보여주는 작품일까. 아마도 그 결과는 그의 다음 앨범에서 확실하게 드러날 듯 싶다.


글 : 강명석(LENNON@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