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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ZIA INTERVIEW - 보통의 강타

혀니나라 2016. 10. 20. 13:42

 


↑ 재킷 골든구스 디럭스 브랜드(Golden Goose Deluxe Brand). 티셔츠 타임옴므(Time Homme). 팬츠 마시모두띠 (Massimo Dutti).


GRAZIA INTERVIEW


보통의 강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한류 1세대이자 아이돌계의 레전드. 하지만 그는 지금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유난스럽지 않게, 가까이에서 한 곡씩 오래 들려줄 노래들과 함께.


EDITOR 박소영 진정아 ㅣ PHOTO 정지은


단독 코서트는 8년 만이라면서요.
네. 한국에선 사실 별다른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아서요. 어쩌다 SM타운 콘서트를 하거나 몇 년 전에 S로 무대에 올랐던 정도죠. 올해는 라디오 DJ까지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활동할 기회가 다시 온 것 같아요.


콘서트 이름이 'Coming Home, 보통의 날'이더라구요.
같이 회의하면서 정했어요. 제 의견은 '20주년'이란 점을 너무 거창하게 부각시키지 말자는 것 하나였어요. 그사이 중국에서 보낸 시간도 많았고요. 하지만 이제부턴 음악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생각이라, 그런 의미에서 홈이란 단어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곧 새로 나올 앨범 제목도 비슷한 맥락이 될 것 같아요.


정말 집에 돌아온 느낌이겠네요.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어찌보면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참 오랜만이다 싶더라고요. 어디 멀리 여행을 갔다 온 느낌? 돌아왔으니 이번 앨범 이후부턴 한 곡씩 자주 들려드리려고요. 그런 여러 가지 의미를 '홈'이란 말에 담았죠.


H.O.T. 시절부터 계속 곡 작업을 해왔으니 창작자로서의 시간도 오래됐네요.
그렇죠. 제가 첫 곡을 1998년에 발표했어요. 3집 타이틀 곡이었던 '빛'이라는 노래예요.


아, 항상 SM타운 콘서트 앤딩 곡이라는 그 노래군요.
네, 그게 제 첫 발표 곡이었죠. 회사에 습작곡을 여러 개 만들어 갔는데 이수만 선생님이 '이건 무조건 중요한 곡으로 쓰자'고 했어요.


요즘은 공동 작업하는 경우가 많던데, 여전히 혼자 작업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퍼포먼스를 하는 싱어송라이터, 특히 '싱'이 되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그런 방식이 굉장히 효율적이에요. 좋은 소스 하나 나오고 전문가들이 작정하면 하루 이틀 안에도 훌륭한 댄스 곡들이 나오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엔 H.O.T. 시절부터 곡을 쓸 때 무조건 집에서 혼자 지지고 볶으며 만들어서 그런지 쉽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최고로 잘 나가는 현역 아이돌이 공부를 해가며 자작곡을 발표한다는 게, 당시엔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었잖아요.
그땐 아이돌의 실력이나 여러 가지 면에 있어 정말 편견이 심했어요. 그래서 더 오기로 열심히 매달렸던 것 같아요. 그런 반면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죠. 요즘 친구들은 해외 시장도 챙기고 개별 활동도 하느라 쉴 틈이 없지만, 그땐 신비주의가 통하던 시절이었으니까 한 번 활동하고 나면 오롯이 쉬면서 자기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이 1년에 5개월 정도는 됐어요. 오히려 저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 자기 작업하는 요즘 후배들이 대단해 보여요.


↑ 재킷, 터틀넥 니트 톱 모두 보스(Boss).

좋아하는 노래나 감성이 변하진 않았나요?
저는 듣는 음악으로 따지면 완전 잡식이에요. 데스 메탈에서 재즈, 클래식까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리지 않아요. 요즘 트렌디한 음악들도 계속 찾아 듣는 중이고요.


요즘 끌리거나 시도해 보고 싶은 음악은 어떤 거예요?
EDM이요. EDM 안에도 굉장히 다양한 음악이 있지만, 미니멀한 R&B에 EDM 사운드가 살짝 들어간 음악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아, 조금 다르지만 NCT127의 '소방차' 너무 좋아해요. 그 노래에서 사운드를 미니멀하게 다듬고 느리게 만든 후, 약간 노래를 더하면 딱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될 것 같아요. 하하.


오, 이번 앨범에서 기대해 봐도 될까요?
글쎄요. 처음에 곡을 수집할 땐 NCT나 엑소가 해도 무방한 댄스곡까지 고민했어요. 사실 제가 굉장히 오랜만에 앨범을 내는 거잖아요.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니, 결국 사람들이 기대하는 강타의 시그너처는 발라드더라고요. 일단은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제 색깔이 묻어나는 노래들을 중심으로 했는데, 앞으로 색다른 음악을 할 거라는 예고편에 가까워요. 하지만 이러다 갑자기 굉장히 펑키한 후크송을 들고 '짠'하고 나타날지도 몰라요.


왠지 모두 자작곡일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아,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 이번엔 한 곡만 참여했습니다. 하하.


곡을 쓸 때 가사는 나중에 붙이세요?
경우마다 다른데 탁 떠오르는 선율이 있어서 제가 노래를 부르며 가사를 붙여나갈 때가 가장 편해요.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이 쓰는 방법인데 그래야 노래할 때 가사가 잘 붙거든요. '인형'이나 '북극성'이 그렇게 만든 노래예요. '인형'은 후반 작업을 제외하고 가사를 붙여 곡을 만드는데 거의 4-5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그때는 첫사랑으로 힘들어할 때라 절절한 가사가 바로바로 나오더라고요. 보아가 부른 '늘'이라는 곡도 3-4시간 만에 완성했고요.


그럼 반대로 작업하면서 유난히 힘들었던 곡은 뭐예요?
솔로 2집에 실린 '상록수'란 곡이요. 타이틀로 쓰려고 엄청나게 수정을 거듭했는데 주변에서 '북극성'보다 약하다는 말을 자꾸 하니까 마무리가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아예 다른 걸 쓰지 싶어 하루만에 완성한 곡이 '사랑은 기억보다'인데, 사람들이 그 곡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하하.


그 대중성이라는 건 진짜 모르겠지 않아요?
맞아요. 이렇게 오래 음악을 했는데도 모르겠더라고요. 오롯이 음악으로만 평가받는 시대도 아니고. 그게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라, 마케팅이나 가수의 이미지 등 여러 상황이 합쳐서 음악이라는 엔터테인먼트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 강타 씨의 음악은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요?
저는 처음 시작이 그룹이었던 데다 그 그룹이 너무 화려했잖아요. 그 뒤 스스로의  행보에 대해 기준을 낮춰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전 추억을 너무 되새기지 않으려고 했죠.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같지만 또 다른 사람이잖아요. 그걸 확실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때와 또 다른 나만의 색깔로 편안하게, 제가 가장 잘 하는 걸 하고 싶어요. 제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 들었을 때, "아, 강타? 괜찮은 친구같아. 노래 좋더라"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팬이 아니어도 오로지 공연이 좋아 즐기러 올 수 있는, 그런 뮤지션이 되는 게 제 목표예요.


↑ 터틀넥 니트 톱 TNGT. 데님 팬츠 캘빈클라인 진 (Calvin Klein Jeans).


활동하며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을 텐데 특별히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나요?
한 사람을 꼽자면 김민종 형이에요. H.O.T. 시절부터 친했지만 사실 음악적인 교류는 별로 없어요.하하. 워낙에 '의리~' 넘치는 타입이니까 노래 들려주면 '아~ 필 좋아~' 이러거든요. 굉장히 인간적이랄까. 행동에 가식이 없고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대처해요. 후배들을 대할 때 만약 민종이 형이 내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죠.


강타 씨도 주변을 챙기고 베푸는 타입이라고 들었는데요.
거기엔 두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하도 용돈을 안 줘서(웃음) 친구들에게 많이 얻어 먹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나중에 돈 벌면 내가 무조건 사야지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요. 두번째는 민종이 형한테 영향을 받은 건데요. 이 형이 무조건 베푸는 사람이다보니 저도 어느새 따라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하는 거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회사에 후배들이 많잖아요. 가끔 그들이 겪는 시행착오가 뻔히 보일 것 같아요.
일단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죠. 이 친구들이 만들어갈 시장은 또 어떻게 될지 저도 상상하기 힘든 규모거든요. 제가 비슷한 길을 먼저 걸었다 해도 뻔히 보이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더라고요. 물론 감성적으로 봤을 땐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죠. 하지만 혹여 나쁘게 변했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아끼는 후배들한테 자주 하시는 충고가 있다면 뭐예요?
너무 진부한 이야기지만, 주변 사람들과 의견이 다를 때 무조건 기분 나빠하지 말고 그 사람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말해요. 저 역시 한참 지난 뒤에 깨달았어요. 그때 그 사람들이 냈던 의견을 한번쯤 고민해 볼걸. 그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옛날엔 말이야. 우리 때는' 이런 얘기는 절대 안 해요. 하하.


그걸 깨달은 게 언제쯤인가요?
20대 중 후반쯤. 제가 홀로서기를 하고 중국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요. 그전까지만 해도 제가 하는 음악이 다 맞고 오직 그 길밖에 없는 줄 알았죠. "내 또래 중 누가 이렇게까지 혼자 음악을 만들고 프로듀싱까지 하겠어"라는 오만한 생각. 하하. 그때는 앨범 재킷 컬러는 이랬으면 좋겠고 뮤직비디오 콘셉트는 저랬으면 좋겠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관여했는데 지금은 주변 사람들과 적절히 짐을 나누죠.


주변에 있는 전문가들의 손을 잡을 줄 아는 것도 능력이죠.
맞아요. 그게 프로의 노하우이자 노련함인 것 같아요.그런 깨달음을 얻은 뒤부턴 일뿐 아니라 사생활에 있어서도 조언을 많이 구하게 됐죠. 그래서 아끼는 후배들도 빨리 좀 깨닫길 바라고요.


최근에 젝스키스가 재결합했는데, 데뷔 20주년을 맞은 H.O.T.가 다시 뭉치는 모습은 정말 볼 수 없나요?
젝스키스 보기 좋더라고요. 안 부럽다면 거짓말이겠죠. 오히려 제 주변에서 더 기대하고 안타까워해요. H.O.T. 재결합은 정말 뭐라고 말하기가 애매한데, 분명한 건 다섯 명 모두 제대로 나올 게 아니면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너무 소중한 추억인 만큼. 만약 한다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 코트,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니트 톱 캘빈클라인 플래티늄(Calvin Klein Platinum). 슈즈 마시모두띠(Massimo Dutti).


지난 20년간의 활동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면 꼭 넣고 싶은 장면이 있어요?
아, 너무 많은데. H.O.T. 같은 경우엔 워낙 많은 분이 일거수일투족을 아니까, 저는 오히려 중국 활동 초반의 모습을 담고 싶어요. 제가 2000년에 H.O.T.로 공연을 하며 그 무렵 중국에서 확 인기를 얻다가 한국에서 급작스럽게 해체를 하게 됐거든요. 그 후 솔로로 다시 중국 활동을 시작했는데, 정말 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벌레 나오는 숙소에서 묵어가며 하나하나 계단을 밟아 올라가던 시절이었죠. 저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면 그 순간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시기를 거치면서 제 마음이 참 많이 자랐거든요.


어느덧 중국 활동을 한 지도 10년 가까이 됐는데, 입지가 달라진 게 확실히 느껴지죠?
2005-2006년에 3집 '가면'이라는 곡을 중국어로 바꿔 부르며 활동한 적이 있어요. 중국 분들은 그때를 제 전성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당시엔 전혀 실감을 못했어요. 작년쯤부터 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보더라고요. 좀 나이 있으신 분들도 '어? 쟤 안치센이다'라고. 하하.


안치센이라니. 발음이 멋있는데요?
제 본명이 '안칠현'인데 한국에서는 특이하고 어려운 이름이잖아요. 중국에선 강타보다는 '안치센'으로 많이 불리는데 '치센'이 우리나라 이름으로 치면 '혁', '준' 같은 느낌이래요.


중국과 한국 활동의 방향성은 다르게 잡고 있나요?
중국은 예를 들어 연기자가 뜨면 그 사람이 노래도 하는 게 당연하단 분위기예요. 반대로 가수로 인기를 얻으면 드라마나 영화도 하고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는 걸 대중을 위한 서비스로 생각하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죠. 아, 중국에서 훠궈 사업을 해볼까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너무 바빠서 시작도 못했네요.


예능 활동도 꾸준히 계획 중인가요? <라디오스타>에 나왔을 때 보기 좋았어요.
별밤 DJ도 맡았으니까 음악 프로그램 같은 걸 맡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최근 tvN 예능 <노래의 탄생>도 찍었고, 간간히 얼굴은 비출 생각이에요. 아, 그런데 <라디오스타>에서 '아시아 노잼'이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오히려 좋은 점도 있더라고요, 라디오나 사석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제가 조금만 웃기면 막 웃어요. 되게 진지할 거라고 생각해서 기대를 안 하다가 웃기니까 '어, 재밌는데?'라는 반응이 나오는 거죠. 하하.


두려운 것도 있어요?
지칠까봐. 라디오를 하며 많은 분의 사연을 듣다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간이 흘러 활동하는 게 지치고, 음악 하는 게 지치고, 나 혼자 있는게 지치고, 살아가는 것 자체에 지칠까 봐. 이런 것들 중 뭐 하나라도 지칠까봐 조금 두려워요. 사실 전 살면서 지쳐본 적이 없거든요.


와,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전 정말 지쳐본 적이 없어요. 이건 어딜 가서도 얘기할 수 있어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도 없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본 적이 없죠. 물론 몸이 피곤하고 가끔 하기 싫은 스케쥴을 해야 할 땐 마음이 안 좋아지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고 불행하다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H.O.T. 해체할 당시에 느꼈던 외로움이랄까, 그런 감정들이 인생 최고의 고비였을 뿐이죠. 그것 말고는 예전보다 인기가 떨어진 걸 체감했을 때도 그걸 불행이라고 여기진 않았거든요. 다만 이제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될 뿐이죠. 지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그렇게 노력해야죠.


왠지 앞으로도 그럴 것 같네요. 이야기하면서 느낀 건데 '노잼'도 아니고요.
그렇죠? 알고 보면 저도 재밌는 사람인데 소문 좀 내주세요. 하하.



출처 : Grazia Korea
         2016년 11월호 (통권 제 8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