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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의 '내 인생을 바꾼 다섯 장의 앨범'

혀니나라 2018. 6. 9. 20:12

출처: Naver Today's Music
        2010.06.07




Musician's Choice

강타의 '내 인생을 바꾼 다섯 장의 앨범'

한국 대중음악사에 있어 강타는 몇 가지 의미를 갖는 뮤지션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획형 아이돌 그룹 H.O.T 출신이고, 그 '기획된' 아이돌 출신으로 단명하지 않고, 스스로 곡을 만들어 부르는 셀프-프로듀스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H.O.T가 한국 아이돌의 상징이었기에 강타의 이런 음악적 행보는 괜한 오해를 사기도 했다.

강타는 H.O.T의 다른 멤버들과 달리 아이돌 그룹 시절이 전혀 연상되지 않는 발라드 음악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신승훈, 김민종 등 선배 뮤지션들과 어울리면서 'H.O.T 시절을 부정한다', '의식적으로 아이돌과는 반대의 길을 간다'는 오해를 받았다.

"솔로 음반을 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제일 잘하는 것을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첫 솔로 음반을 낸 후 방송이나 언론에서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변신'이라는 제 소개가 가슴 아팠어요. '아이돌은 이런 음악을 하면 안되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난 그저 그때그때 감정에 충실한 음악을 할 뿐인걸요. 앞으로도 선입견 없이 제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타는 어쩌면 H.O.T 출신이어서, 아이돌 그룹 출신이어서 송 라이터가 됐는지 모른다.

H.O.T가 '캔디'로 당시 청소년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아이돌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일부에서 음악성에 대한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H.O.T에 앞서 데뷔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듀스가 직접 자신의 음반을 만드는 것과 달리, 'H.O.T는 기획사에서 만들어주는 대로 부르는 댄스그룹'이란 지적이 있었다. 강타는 이것이 스트레스였지만 한편으로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이 됐다. 스스로 곡을 만들지 않으면 진짜 자신은 '회사에서 주는 대로 받아 부르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곧장 미디를 사서 음악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SM은 직원이 6명뿐이었어도 녹음실과 엔지니어를 갖췄을 만큼 강타에겐 음악공부에 좋은 환경을 갖춘 것도 행운이었다.

강타가 H.O.T 3집 수록곡 '빛'을 시작으로 자작곡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강타의 송 라이팅 자질을 눈여겨보고 가장 먼저 인정해준 선배는 신승훈이었다. 신승훈에게 음악적 조언도 받고 함께 술잔도 기울이면서 음악을 일상화, 체질화해 나갔다. 음악을 만드는 일은 이제 강타에겐 밥을 먹듯, 자연스런 일상이 돼버렸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들이나 사물, 거리의 간판, 음식 등에게서 문득 얻는 영감으로 음악을 만들고 자기 이야기를 만든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사물을 보고 현상을 읽는다는 강타는 자세하게 느끼며 사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고 있다.

강타는 가수의 꿈을 꾸게 된 순간부터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5장의 음반을 뮤지션스 초이스를 통해 소개했다. 아래 5장의 음반에는 강타의 추억과 꿈과 미래가 있다.

                                                                                                                                            글 / 김원겸 (스포츠 동아 기자)


강타가 선택한 첫 번째 앨범 : Guns N' Roses의 [Appetite For Destruction] 

                                        

"건즈 앤 로지즈의 이 앨범은 초등학생이던 내게 처음으로 대중음악에 뜻을 품게 해준 음반이다. 팝, 가요를 통틀어 내 의지로 처음 접한 대중음악으로, 세 살 터울 형이 테이프에 복사해둔 건즈 앤 로지즈를 듣는 순간 강렬한 충격에 휩싸였다. 건즈 앤 로지즈로 인해 메탈리카, 본조비, 판테라, 오지 오스본 등 다른 록 뮤지션들에게 빠지게 됐다. 이런 음악을 들으며 마치 내가 록 뮤지션이 된 양 '록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다'는 치기 어린 마음으로 록에 한없이 빠져들었다. 록은 들을수록 더 심취하게 만드는 음악장르다. 록에 빠져들수록 그만큼 음악에 빠져들었고, 결국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됐다. 'Sweet Child O' Mine'은 이 앨범에서 가장 편안한 노래로, 록을 쉽게 듣게 해준 곡이다. 문득 용돈을 모아 낙원상가에서 기타를 샀던 추억이 떠오른다."





강타가 선택한 두 번째 앨범 : Boyz II Men의 [Legacy:Greatest Hits Collection] 

                                      

"보이스 투 맨은 록 음악에 심취해 있던 나에게 또 다른 음악으로 귀를 열어준 첫 번째 앨범이다. 중학생이 되던 해, 라디오에서 문득 김건모, 신승훈, 김형석 등 대선배들이 벌이는 잼 콘서트에서 엔딩곡으로 'End Of The Road'가 흘러나왔다. 곡이 너무 좋아 원곡을 찾게 됐고, '내가 해야 할 음악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서태지, 듀스가 막 등장해 춤에 관심을 가질 무렵이었는데,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내 음악적 길의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지표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특히 당시는 가수가 되겠다고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였는데, 록이 가창력을 뽐내기에는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End Of The Road'와 같은 노래로는 춤도 출수 있을 것 같았고, 노래실력도 뽐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록 창법을 버리고 흑인음악 창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강타가 선택한 세 번째 앨범 : 듀스의 [Deux] 
                                     


 "듀스의 이 앨범은 춤에 처음 눈을 뜨게 해준 앨범이다. 듀스는 보이스 투 맨과 비슷한 시기에 들었는데, 내겐 듀스가 더 충격적이었다. 당시 춤을 출 수 있는 흑인음악을 많이 들으며 가수 준비를 했는데, 듀스는 음악의 사운드에 있어서나 춤에 있어 내게 큰 충격을 줬다. 듀스로 인해 힙합에 빠져들게 됐고, 춤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런 디엠씨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투팍, 스눕독 등의 음악을 찾아서 듣게 됐다. 아울러 외국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흑인들의 춤을 연구하게 됐다. 결국 내가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 보여주던 것이 바로 듀스로 인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듀스의 음악은 내가 H.O.T란 그룹에 합류할 수 있는 음악적 성향을 갖게 해준 앨범이다."





강타가 선택한 네 번째 앨범 : Babyface의 [The Day] 

                                        

"베이비페이스는 프로듀서로서의 꿈을 키워준 앨범이다. 베이비페이스는 데뷔 직전 알았지만, 데뷔하고 많이 들었다. [The Day] 앨범은 그가 1996년도 겨울, 아이를 얻은 후 그 기쁜 마음을 담아 만든 앨범이다. 베이비페이스가 [The Day]처럼 자신의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나의 이야기를 내가 만든 노래로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나도 작곡을 하고 프로듀서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도 베이비페이스처럼 나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직접 만들어 내가 부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도 싶다. 그리고 베이비페이스는 특유의 음악이 있듯, 내 음악도 한 번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내 고유의 음악을 갖고 싶다."






강타가 선택한 다섯 번째 앨범 : George Michael의 [Songs From The Last Century] 

                                          

"조지 마이클은 나의 롤 모델이다. [Songs From The Last Century]은 앞으로의 나의 음악적 지표를 제시해준 앨범이다. 조지 마이클의 행보를 보면 왬(Wham!)이란 아이돌 듀엣으로 데뷔했고, 음악도 아이돌 음악이었다. 그러나 그가 혼자 솔로로 걸어온 길을 보면 테크노, 재즈, 스탠더드 팝 등 여러 음악을 시도했다. 결국 어떤 틀에 갇힌 게 아니라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음악을 한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 그를 닮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라틴 음악, 댄스, 발라드 등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Songs From The Last Century]는 그런 용기를 갖게 하는 앨범이다. 조지 마이클은 이 앨범으로 '묵직한 뮤지션'이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내 미래의 음악의 롤모델이기에, 나도 그렇게 '묵직한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다. 대한민국에 없어서는 안 될 묵직한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다."



여전히 빛나는 아시아의 별, 강타

강타는 경기도 포천의 한 수색부대에서 근무하다 지난 2월 제대했다. 군대에 가서까지 연예활동할 필요가 없고, 군생활도 2년으로 한시적이니, 연예사병보다 일반사병으로 복무하는 게 좋은 경험이리라 여겨 선택한 수색대였다. 그런데 제대 100일을 앞두고 22박23일간의 야전훈련을 했고, 60일 전에는 100km 행군을 할 정도로 '모범적인' 군생활을 해야했다. 머리를 한창 기르고 있다는 강타는 "그래도 몸은 힘들어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군생활을 되돌아봤다.

강타는 현재 음반작업에 한창이다. 매일 같이 녹음실에서 그간 저장해뒀던 음악적 감수성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 무대에는 가을에 활동할 예정이고, 그에 앞서 해외에서 먼저 음반을 내고 활동도 벌일 계획을 세웠다.

한국 무대에 돌아와서는 "방송출연도 많이 하는 등 왕성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입대 전에는 '입대하기 전까지 해외에서 입지를 굳혀야 한다'는 조급증이 있어 중국시장에 집중한 탓에 한국에서의 활동이 좀 적었다고.

"홈그라운드에서 인정받아야 외국에서도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을에 음반을 내면 방송에 최대한 얼굴을 많이 내밀고 싶어요."

그 사이 다른 가수의 음반을 프로듀스하진 않을까. 그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자신이 직접 음반제작을 할 시기가 오면 그때 후배의 음반을 프로듀스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