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젊은 대통령
"PD, 방속작가들이 엮은 댄스뮤직스타 엿보기"
인사말 中
우리나라 대중문화사에서 1990년대는 커다란 한 획을 긋게 될 것입니다. 우리역사에서 가장 풍성한 자유로움을 생산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그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댄스뮤직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댄스뮤직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그룹들을 담아 보았습니다. 특히 1990년대 댄스뮤직의 흐름에서 특별한 개성의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되는그룹들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10대들의 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의 숨결이 그대들의 귓가를 뜨겁게 덥힐 것입니다. '10대들의 대변자' H.O.T의 땀방울이 그대들의 가슴을 뜨거운 비처럼 적실 것입니다. '복제인간' CLON의 강렬한 본능이 그대들의 잠든 몸 속의 야성을 아름답게 일깨울 것입니다.'어린아이에게 꿈을 주는' DJ DOC의 위악적(僞惡的)인 메세지가 그대들의 발길에 비트를 더해줄 것입니다. TURBO의 애끊는 사랑이 그대들 외로운 시간의 해변을 벌람할것입니다. R.ef의 선량한 유혹이 그대들의 갈들에 동참할 것입니다. DEUX의 힙합이 그대들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댄스음악의 모든것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7. 에치 오 티 - 10대들의 대변자
H.O.T 의 오디션 과정 中
잘 생기고 깔끔한 외모 그리고 날렵한 춤솜씨, 게다가 그의 노래 소리는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자신만의 소리를 담고 있었고, 처음 오디션을 받을 때부터 끝나고 나갈 때까지 겸손하고 예의발랐던 그의 태도는 가산점 A+를 받기에 충분했다. 결국 그렇게 '강타'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한가닥 희망을 가진 기획사측에서는 좀더 자신감을 갖고 다른 후보자들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강타
강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의 칭찬만 늘어놓는다. 얼굴 잘 생겼지, 성격 좋지, 착하지, 인간성 좋지 뭐, 계속 칭찬만 듣다보니까,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사실 처음 쇼 무대에서 강타를 봤을 땐 날카로운 눈매와 너무나 뚜렷한 이목구비가 성깔 꽤나 있을 것 처럼 생각되었다. 하지만 강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너무나 여리고 자상한 면에 새삼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녹음실에서 근무하는 녹음기사의 아들이 돌잔치를 했을 때 강타는 그 날 아침 남몰래 슬쩍 뭔가를 그 녹음기사에게 건네주었다.
"어 이게 뭐야? 갑자기 웬 축의금?" "아드님 돌잔치 하신다면서요. 그래서..." "어?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았어? 너 요즘 노래하느라 무척 바쁘잖아. 매일 스케쥴에 쫓기면서 어떻게 이런 걸 다 챙길 생각을 했어? 야야, 괜찮아. 넌 아직 학생이니까 이런 거 안해도 돼." "제 성의라니까요. 받아주세요. 제가 직접 못 가봐서 죄송하구요. 이쁘고 건강하게 키우세요. 아시겠죠?"
바로 이런 식으로 어른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나? 경조사는 꼭꼭 기억했다가 챙기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주변 사람들의 생일 같은 건 당연히 기억했다가 축하해주고 너무나 예의바르고 생각이 깊은 나머지 그에게 '애늙은이'라고 부를 정도니까, 그의 세심함이 어느 정돈지 알 수 있을 거다.
뿐만 아니라, 팬들의 수많은 엽서에도 꼬박꼬박 꾸준하게 답장을 쓰는 건 강타의 하루 일과다. 비록 시간이 없어서 모든 사람에게 다 답장을 쓸 순 없어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꼭 답장을 쓴다는 거 요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짐작할 수 있는 사실!
이런 그의 찬찬함과 어른스러움이 간혹 멤버 사이에 오해가 생겨서 서먹해지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곤 한다. 이름하야 사랑의 메신저라고나 할까? 누군가 마음이 상한 걸 보면 그에게 다가가서 여차 저차 해서 그런 거니까, 너가 이해하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또 다른 친구에게는 먼저 사과하는 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중재 역할을 잘해내는 게 바로 강타의 특징.
아마 나중에 강타는 결혼을 해도 큰소리 내면서 싸울 일이 별로 없을 거 같다. 저렇게 조신하고 참한데 뺑덕어멈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싸울 수 있을까?
또 노력파하면 강타와 뗄래야 뗄 수가 없다. 처음 강타를 만났을 때 소리는 좋았지만 왠지 불안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고음 처리에서 힘이 모자라고, 흔들리는 강타보다는 오히려, 처음엔 희준이가 더 노래 실력이 뛰어났던 게 사실. 그래서 기획사측에서는 강타보다는 희준이를 메인보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강타의 노래 소리가 달라진 거다. 어제까지만 해도 불안하고 흔들리던 고음 음정이 갑자기 힘있고, 우렁차게 쭉쭉 올라간 거다. 전혀 무리없이 매끈하게. 집에 돌아가서 남모르게 얼마나 연습을 했던지 어느날 갑자기 목소리가 '탁!' 그야말로 갑자기 도를 닦던 수도승이 득도한 것처럼.
물론 갑자기 달라진 그의 노래를 듣고 주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속으로 '독한 녀석,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한 건 당연한 사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하다고 칭찬을 듣는 '강타'에게도 약점은 있다. 강타는 이상하게도 말할 때 그냥 말하는 법이 없다. 꼭 손으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만지는 버릇이 있다. 옆사람의 손톱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옷깃을 계속 잡아뜯기도 하고.
특히 강타가 가장 좋아하면서(?) 집중 공략하는 부위는 바로 팔꿈치! 옆사람의 팔꿈치의 오돌도돌한 뼈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하는 게 취미라니까 아무리 완벽한 강타지만 정말 이해 못할 별난 취미를 다 갖고 있다. 다음부터 강타 옆에 앉을 때는 팔꿈치 보호대를 하고 앉을 필요가 있겠다.
출처 : 우리들의 젊은 대통령 저자 : 구자형 출판사 : 도서출판 오상 출판일 : 199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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