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묻다

혀니나라 2018. 9. 2. 21:00

출처 : 네이버 공연전시
         2018.08.28 19:05


불륜으로 시작된 격정적 사랑의 결말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묻다




오롯이 아내 엄마로 충실하게 살아온 어느 날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해 집을 떠나면서 프란체스카는 짧은 휴가를 얻는다. 때마침 이 마을의 로즈먼 다리 촬영을 온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는 그녀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나흘간 촘촘하게 이어진 관계, 프란체스카는 로버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군인 출신의 남편 버드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세심한 배려들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묵혀뒀던 마음 속 갈증을 해갈시킨 것. 그러나 그녀의 감정은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과 비례해 깊어진다. 시시각각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마치 감정과 이성, 그 경계에 서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울리는 경고음 같다.





"모순은 이런 점이야. 만일 로버트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오랜 세월을 농촌에 머무를 수 있었을 것 같지가 않구나. 나흘 동안 그는 내게 인생을, 우주를 줬고, 조각난 내 부분들을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 줬어.-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中


작별의 순간, 그녀는 끝끝내 마음의 소리를 쫓지 않는다. 가족의 곁에 남기로 한 것. 이별이 남긴 그리움은 아이러니하게도 벅찬 시간들을 인내하는 힘이 됐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세월이 흘러 빛바랜 사진 한 장의 추억으로 돌아온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밀애가 누군가에게는 이 네 음절의 단어로 압축될지도 모르겠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 그러나 이들의 사랑을 한낱 불륜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서히 스며들어 불꽃처럼 번진 사랑 속에서 한 인간이 맞닥뜨린 내면의 갈등과 선택의 과정이 섬세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고작 나흘이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설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뮤지컬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는 이 작품의 숨겨진 매력은 무었일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얽힌 굼금증을 풀어봤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진짜 로보트의 사진이 있을까?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1992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아이오와의 작은 마을에서 자라 인디애나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로버트 제임스 월러 작가는 매디슨 카운티의 낡은 다리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썼다.


전 세계 5천만 부 이상의 판매, 미국 내 3년 연속 베스트셀러... 이 작품에 쏟아지는 찬사와 인기는 대단했다. 일례로 작품 속 로버트의 사진이 실린 것으로 묘사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는 그의 사진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극 중 로버트가 남긴 편지 추신에 적힌 "매디슨 카운티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왔소. 내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찾아봐요"란 대사 때문이었다. 급기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로버트 킨케이드라는 작가가 이곳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로듀서이자 프레인 대표인 여준영씨의 페이스북 갈무리>



이와 같은 에피소드는 2017년 국내 초연을 앞두고 작품의 홍보 아이디어로 착안되기도 했다. 마치 로버트가 남긴 듯한 프란체스카의 필름 사진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에 소개된 것.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로듀서이자 이 광고를 기획한 프레인의 여준영 대표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을 존재했던 사실로 여기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해 '내셔널지오그래픽잡지를 확인해보라'는 로버트의 편지를 만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보냈다'며 로버트 킨케이드가 그녀를 찍은 지 50년이 지나 그가 죽은 지 35년, 그녀가 죽은 지 28년 만에 오늘, 프란체스카가 실린 내셔널지오그래픽 3월호가 출간됐고 이제 나는 이 뮤지컬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로버트의 편지를 비로소 다시 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란체스카는 진짜 요리를 했을까?


소설의 인기는 영화에서도 계속됐다. 3년 뒤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통해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다시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이자 배우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은 물론 직접 출연을 욕심냈다는 일화 역시 유명하다.





무대로 옮겨진 명작은 브로드웨이를 흔들었다. 2014년 토니 어워즈를 매료시킨 뮤지컬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과 <굿바이 마더>로 퓰리쳐상을 수상한 작가 마샤 노먼이 함께한 뮤지컬<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소설이나 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특히 음악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한국 공연의 경우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곡들로 구성된 넘버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대표적인 것은 소설 속 묘사를 그대로 재현해낸 무대다. 따뜻한 느낌을 살린 목재 무대는 1965년 미국 아이오와 시골에 와 있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또 화려한 군무나 현란한 퍼포먼스는 없지만 노을 구름 등 날씨와 시간의 변화를 시시각각 화려한 조명과 영상으로 담아낸 무대 미학이 두 사람의 강렬한 사랑과 내면을 표현하는데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이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다. 야채를 손질하던 로버트의 "여자들에게는 살기 더 힘든 세상이잖아요. 자기 꿈도 사라지고, 자기 이름도 사라지고"라는 대사만큼이나 달달하고 고소한 버터 냄새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기 때문. 프란체스카는 무대 위에서 실제 버터를 녹여 스튜를 끓인다고 한다.





두 사람은 왜 지붕이 있는 다리에서 만났을까?


극 중 로버트는 자신이 찾는 로즈먼 다리를 설명하며 '지붕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윤리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두 사람의 사랑을 꽃 피우기에 은밀하면서도 고요한 공간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발생한다. 작가는 왜 작품의 제목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라고 지었을까   

‘다리’는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전이 영역을 의미한다. 극 중 로버트는 매디슨 카운티의 로즈만 다리를 매개로 프란체스카의 세계에 넘어왔다. 로버트는 가족 그리고 가정이라는 세계에 머물고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손을 내밀어 자신의 세상으로 건너오길 바랐지만 이내 곧 그녀의 세계에 자신이 설 자리가 없음을 깨닫는다. 따라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극의 배경이자 동시에 두 사람의 거리를 표현한 상징적 공간인 셈이다.





끝으로 이 작품에는 '정의' 혹은 '권선징악' 등의 뻔한 결말이 없다. 제작진은 이를 두고 "책임감과 신뢰가 사라져 버리고 사랑이란 편의점 진열대의 인스턴트식품과도 존재가 돼 버린 요즘, 우리에게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눌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고 설명했다  


결혼의 정의를 두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상인에게 결혼은 ‘위험한 투기’, 군인에게는 ‘30년 전쟁’, 의사에게는 ‘열병, 고열이지만 곧 내려간다’, 음악가에게는 ‘합창, 소프라노 알토가 강하다’, 부동산 중개인에게는 ‘장기 계약’ …


프란체스카에게 결혼이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책임감이라는 무게로 더 빛나게 된 사랑은 아니었을까         


올댓아트 김지윤allthat_art@naver.com
사진 쇼노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2018.08.11 ~ 2018.10.28
서울 샤롯데씨어터
기본가 6만 ~ 14만원
공연시간 170분 (중간휴식 20분)
만 13세 이상 관람가
출연 :  김선영,차지연,박은태,강타,황만익,정의욱,김민수,혁주,류수화,유리아,정가희,김현진,송영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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