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타의 맛 (Singles)
출처 : Singles
APRIL 2010
interview
강타의 맛
강타가 제대했다. 연예사병과 보직 근무도 마다한 채 일반인도 기피한다는 수색대에 자원 입대했던 그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 스타였던 강타도 군대에 다녀오니 별수 없이 군대에서 축구 하고 눈 치우느라 삽질한 이야기를 소탈하게 펼쳐낸다.
Photographed by Moke Na Jung | Written by Park Jie Hyun
처음이었다. 연예인에게 밥을, 그것도 고기를 얻어 먹다니! 하물며 에디터가 수험생이던 시절 욕구불만 여고생들로 하여금 내 거네 네 거네 머리끄덩이를 부여잡고 육탄전을 벌이게 했던 바로 그 HOT의 강타에게서! 불판 위에 고기를 소복소복 얹어 두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때 아닌 3월의 폭설에서 감수성 짙은 시선을 떼지 못하던 전직 아이돌 스타가 말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눈 내리면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부터 났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다는 게 왠지 새로워요." HOT라는 전대 미문의 아이돌 그룹 출신이자 대형기획사의 청년이사, 편의점에 갈 때조차도 곱게 머리를 빗고 검정 수트를 차려입은 채 선글라스로 마무리 단장하고 나설 것 같은 이미지의 강타다. 그런 그가 '집에서 뒹굴다 나왔다'는 캡션이 붙음직한 편한 차림으로 강남 한복판 바글대는 고깃집에서 갈빗살을 구우며 '눈 내려도 삽질 안 해도 된다'며 감복하고 있다니. 왠지 황송한 마음마저 들어 매점에서 '고로케'를 사주며 HOT 팬클럽 가입을 권유하던 여고 동창에게 문자라도 보내고 싶어졌다.
갓 전역한 강타의 미니홈피가 검색어 1위를 차지했었다. 군필자식 유머로 가득한 그의 미니홈피를 보며 “어쩜, 같이 수업 듣는 복학생 오빠 미니홈피랑 똑같다!”며 격한 호감을 표현할 정도로 그는 이제 머나먼 아이돌 왕국의 군주를 넘어 대중들과 생활감 충만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존재가 되어 돌아왔다. 그가 군대에서 온몸으로 경험한 삶의 무게가 그로 하여금 불필요한 무게감을 덜게 되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올해로 서른둘.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엔 다소 양감이 도타운 나이. 강타는 먹음직스럽게 육즙이 맺힌 고기 한 점을 찬찬히 음미하듯 씹으며 말한다. 이제 인생의 ‘맛’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이다.
전역을 축하한다. 흔히들 군대 다녀오면 사람이 달라진다던데, 본인도 그런 것 같나?
달라진 것보다 업그레이드된 것 같은 기분이다. 특히 사람들 대하는 것. 예전엔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쉽게 못 열고 닫혀 있던 편이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활동했던 터라 내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를 다 알고 있다는 듯 바라보는 그 시선이 좀 싫었던 것 같다. 그게 대학 생활하면서 많이 고쳐졌고, 군대 생활을 겪고 나서는 완벽하게 일반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마인드가 된 것 같다. 사람이 한 번 바뀌니까 많이 바뀌더라. 내가 갈 수 있는 곳도 많이 늘어나고. 생각해보면 사실 어디 가서 누가 날 알아본다고 해서 그분들이 귀찮게 하거나 못되게 구는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 거부감이 있었다. 이젠 이렇게 사람 북적이는 고깃집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설 수도 있고 그게 너무 좋다.
예전에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게 있다면?
놀이동산도 가고 요즘엔 마트도 막 간다. 가족들이 가자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 나선다.
미니홈피 보니, 심지어 기차 타고 여행도 했더라.
내가 직접 서울역에서 표 끊어서 KTX도 탔다. 그게 뭐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공장소에서 내 자신이 보여진다는 것에 거부감이 심했던 나로서는 그런 걸 많이 버렸다는 얘기다.
군대에서 대체 무슨일이 있었기에?
군대라는 곳의 특징이 시간이 너무 안 간다는 거다. 특히 야간 근무 서면 밤에 몇 시간 동안 멀뚱하니 깨어 있곤 하는데, 그때 인생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내가 조금 고참 군번이 된 다음에 후임들, 부사수와 같이 야간 근무에 들어가면, 내가 뭐라고 묻지 않으면 기합 잔뜩 든 후임들은 말을 할수가 없다. 내가 물어봐도 단답형이고.(웃음) 투입한 지 한 10분 지나면 서로 말이 없어진다. 남은 1시간 20분 동안 인생을 고찰하게 되는 거다. 자다가 깨서 나가면 멍하지, 차 소리조차도 없고 조용하지, 아무 소리도 안들리니 이런저런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고 나를 통째로 돌아보게 된다.
축구는 안 했나?
축구, 족구, 농구, 공으로 하는 건 다 했다.
군필남들이 모이면 만날 군대 얘기만 하던데...
입대 전엔 나도 이해를 못 했다. 내 친구들하고 나는 군번이 8,9년 차이가 나는데, 나 입대한다고 술자리를 만들어서 군대 얘기만 하는 거다. '군대가면 이렇다, 이런 게 있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신나서 밤새 군대 얘기하고... 가뜩이나 입대 전에 긴장해 있는 사람 앞에서... 나 제대했다고 친구들이 모여서 또 군대 얘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 왠만해선 나한테 명함 못 내밀지. 남자들은 빡 센 부대에 갔다올수록 더 의기양양한 경향이 있다.
그러게, 수색대 다녀왔잖나. 근데 왜 하필 수색대에?
어쩌다보니 내가 연예사병을 가지 않겠다라고 했다는 기사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떳다. 내가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고. '연예인이라고 편한 거 바라지 않고 똑같이 군생활 하겠다' 라는 뜻에서 말했던 거였는데.(웃음) 어쨌든 내 자신과도 그런 약속을 했던 터라 그렇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연예사병으로 가면 엄청난 특혜를 받는 건 줄 아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난 오히려 연예사병으로 간 연예인들을 감싸주고 싶다. 연예사병으로 간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그래도 빡 센 곳에 간 걸 후회는 안 했다?
2년동안 한 달에 한 번씩 후회를 꼭 했다! (웃음) 솔직히 빡 센 훈련에 한 번 시달리고 나면 내가 왜 애써 이런 힘든 곳에 와서 고생을 하나 싶은 마음에 후회 안 하려야 한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묘한 성취감이 있었다. 수색대는 다 체력 좋은 애들을 뽑는데, 내가 10살 어린 애들하고 같이 훈련해도 뒤쳐지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웃음)
HOT는 한국형 아이돌 1세대다. 거의 한 나라의 군주 혹은 종교 단체의 교주와도 같은 위치를 경험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돌로 살아간다는 건 분명 할리우드스타로 살아가는 것 보다 더 불편했을 것 같다.
연예인들은 누구나 그런 딜레마가 있을 거다. 팬들,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려고 그렇게 죽어라 열심히 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인기 때문에 가장 불편하다. 어릴 때는 나도 사생활이 없고 늘 누군가의 기대와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불편하다 투덜대던 시절이 있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공평한 것 같다. 다 가질 수는 없는 거다. 사실 연예인이 인기를 얻으면 돈도 많이 번다. 어딜 가나 환영 받고 대우 받는 경우도 많다. 여기가 할리우드가 아닌 이상 ‘아, 왜 우리는 사생활이 없어!’ 이러면서 극성스런 팬들을 신고하고 고소하고 막 대하는 게 통용되는 나라는 아니잖나. 외국처럼 사생활이 개판이어도 무대에서만 잘하면 다 인정해주는 나라도 아니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활동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거니까 그런 사생활의 불편함 정도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배 아이돌에게도 실제로 그렇게 조언하나?
아주 가끔씩 후배들이 고민을 토로할 때가 있다. 사생활이 너무 없어서 힘들다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은 20대 땐 그런 게 더 힘든 것도 사실이다. 형은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니네 가수하지 말아야지." 후배들은 야속했을 수도 있지만 인기와 동시에 당연히 따라붙는 게 사생활의 제약이나 불편함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인기의 본질이다. 배 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듯, 거의 그 정도 수준의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안 맞고 못 견딜 정도면 그건 인기를 추구하며 사는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를 힘겨워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한창 인기를 얻고 있으면서 집 앞에 아무도 없길 바라고 사생활이 고스란히 있길 바란다면 그건 너무 자기 욕심이 아닐까? 가끔은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야, 형은 뭐 안 그랬는 줄 알아? 형 때는 더 심했어!" 라고.(웃음)
맞다. HOT 땐정말 장난 아니었다. 때론 HOT의 아성이 부담스럽다고 생각되진 않았나?
항상 부담이다. 나의 솔로 활동이 오히려 HOT에 누가 될까 걱정했던 적도 있었다. 사실 겸손 빼고 얘기하면 HOT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규모감. 그런 인기의 그룹이 나오는 건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처음 솔로를 준비할 때 내 포지션에 대한 고민도 컸다. 대중들이 보기엔 분명 난 아이돌 출신인데 재즈나 발라드를 하면 잘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는 점. 아이돌 출신이라고 그런 음악을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미지 상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분명 있지 않나? 옛날에 솔로 음반 내고 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진행하시던 분이 그랬다. "아이돌 티를 벗으셨네요" 왜 그렇게 말씀하시냐고 여쭤봤더니 "아니, 노래도 잘 하고..." 라고 했다. 사실 아이돌이라고 노래 못하란 법은 없는데.
확실히 그런 편견은 있다. 아이돌은 일단 얼굴이나 몸매, 춤 중에 하나만 뛰어나다거나 노래를 잘하는 아이돌은 오히려 아이돌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그걸 깨보고 싶었다. 다들 한결같이 "이제 HOT를 벗으셨네요"라고 칭찬하듯 얘기했지만, 나이들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아이돌인데 그걸 왜 벗어야 하나?(웃음) 음악적인 얘기를 할 때마다 "이제 HOT를 버리고 진정한 뮤지션으로..."가 따라 붙었던 적이 있는데, HOT는 뮤지션 하면 안 되나? 그런 게 내 마음속 불만이자 부담이었다. 나는 그저 '쟤들은 HOT 출신인데 이렇게 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저 '쟤네는 저렇게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
HOT 멤버들과는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나?
토니형하고는 종종 만나 일 얘기를 자주 한다. 희준이 형과 만나면 가벼운 얘기들도 많이 하고. 솔직히 재원이나 우혁이 형과는 자주 못 만나고 있다. 통화만 가끔 하는 정도.
교내 록밴드에서 건반과 보컬을 담당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봤다. 원래 록음악을 좋아했다던데?
록밴드는 아니고, 오금고 학교 밴드였다. 그때 당시 나는 댄스 동아리에서도 활동하다가 이미 SM에 발탁돼서 유영진 선배 백댄서 팀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다른 학교 축제에 찬조 출연도 하고 그랬었는데, 어느 날 이 친구들이 공연하는데 당장 건반과 보컬이 없다는 거다. 나한테 얘기가 들어왔는데 다행히 내가 아는 곡이어서 했다. 당시 메탈리카나 메가데스 같은 메탈 밴드를 좋아했다.
지금은?
지금도 가끔씩 레코드점에서 10년, 20년 전 어렸을 때 들었던 음반을 사곤 한다. 그때 어렵게 어렵게 테이프나 불법 레코드, 빽판으로 사고 했던 것들을 지금은 너무 쉽게 CD로 구할 수 있는 게 생경하기도 하고 그렇다. 예전에 압구정동 어느 레코드점에선 우리나라 안 들어오는 것들 찾으면 조용히 뒤쪽으로 따라오라고 하곤 했는데.(웃음)
미니홈피를 봐도 그렇고, 얘기하는 걸 들어도 그렇고, 숨겨진 개그본능이 있는 것 같다. '19세 이상만!'에 나도 완전 낚였다!
하하. 평소에 비하면 지금 굉장히 얌전한 건데! 군대에서 남자들끼리 있다 보니 그런 성향이 더 도드라진 것 같다. 입대 전에도 사실 지훈이나 혜성이랑 술 마실 때마다 '너 예능에 출연해서 그 반만이라도 해봐. 그거 꼭 봤으면 좋겠다!' 라고 하곤 했다.
그러게. 아무래도 실제로 만나 얘기할 때의 모습은 기존의 진중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게 사실 내가 일부러 폼 잡으려고 그런게 아니라 카메라 앞에만 서면 내가 무슨 얘길 하려다가도 내가 이 얘기를 이렇게 하는 걸 사람들이 보면 과연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에이, 말자!가 돼버린다. TV를 보는 사람들은 다들 제각각 자기 기준에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두려운 점도 있다. TV 속 내 모습에만 익숙하던 사람들이 '쟤가 요즘 왜 저렇게 오버하지? 요즘 힘든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두렵다. 분위기 띄우려고 실없이 하는 말과 행동들을 보고 그냥 '쟤 되게 유쾌해 보인다. 샌님인 줄 알았는데 애가 참 재밌는 면도 있네?'라고 강타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좋은데, 딱 그 순간의 나만 보고 나를 판단해버리진 않을까,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래도 딱 예능감인데! 예능 프로 풀연 계획은 없나?
지금 굉장히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웃음) 매니저형들이 너 지금 성향으로 나가면 100% 오버할 거 같다며 걱정하고 있어서... 사석에서 보는 사람들은 날 좀 웃긴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나도 이게 좋고, 사람들도 이런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다. 입대 전 인터뷰에선 제대하면 빨리 결혼할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연애를 하게 되면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꼭 결혼을 전제로 해서 상대에세 부담을 주는 것 말고. 지금 어떤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면 '이 여자랑 결혼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하고 있을 것 같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고 어쩌다보면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 사랑을 하면 20대의 사랑과는 좀 다를 것 같다. 사랑을 줄 때 생의 동반자로서의 사랑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 지훈이, 혜성이, 내 주위 친구들 다 솔로에 싱글이다. 주변에 여자가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소녀시대에게 좀 소개시켜달라고 하면...
에이, 어떻게 그래.
그래도 이사님이신데...
그럴 권력도 없고, 있다 해도 권력으로 밀어붙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웃음)
현재 만나는 사람은 없나?
제대하기 전부터 소개팅 좀 해 달라고 여기저기 발을 뻗쳐놨는데 다들 연락이 없다!
어떤 여자를 만나고 싶은가?
나이 먹으면서 이상형의 기준도 바뀐 것 같다. 확실히 어렸을 땐 외모를 괸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지금도 외모를 안 보는 건 아니지만. (웃음)
남자들한텐 예쁜 게 곧 착한 거지 않나?
사실 성격은 만나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지 않나. 그런 '삘'이 느껴져야 하는 거니까 결국엔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로 파악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걸 파악하는 게 빨라진 것 같다. 예전엔 호감이 있어도 몇 번 만나봐야 알 것 같았고 만나다 실망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앉아서 몇 마디 해보면 아, 이 사람은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구나 하는 게 대충 보인다.
오, 독심술이라도 생긴 건가?
한 번 보고 판단하는 게 나쁜 걸 수도 있지만 사실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긴 하는 것 같다. 사실 할부로 계산해도 되는데, 일시불로 한번에 결제하려고 하니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더 힘든 것 같기도 하고... 20대 때는 일단 좋으면 앞뒤 안 가리고 대시하고 만나다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돼서 실망도 하고 더 좋은 것도 있고, 일종의 할부였다면 이젠 딱 한눈에 나랑 잘 맞아야 하고 확신이 서야 만날 것 같다. 일시불로 끊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다.
그게 20대와 30대의 차이다. 여유가 없어지는 거.
그래서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보게됐다. 외모 자체보다 외모에서 풍기는 전체적인 분위기. 그런 걸 보고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아이팟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한 러브송은 뭔가?
조지 마이클의 Kissing a fool. 그거랑 Songs from the last century라는 재즈 리메이크 앨범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꼭 듣는다. 조지 마이클은 내 롤모델로 삼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물론 성적 정체성은 말고. 남자들끼리 활동하다 보면 종종 그런 오해를 받는다. 바네스랑 활동할 때도 하도 게이라는 소문이 나서...
그러고 보니 팬픽이란 것도 있다. 일종의 '다른 여자에게 뺏기느니 당신들끼리!'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은데, 사실 팬픽의 대상이 되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
재밌다. 그렇게까지 기분 나쁘거나 거부감은 없고, 이런 것도 하는구나 신기할 뿐이다.
'강타'의 이미지도 그렇고 실제로 대화를 나눠봐도 그렇고, 무게중심이 딱 잡힌 건실한 청년 같다. 무엇이 강타 안에서 확실한 무게중심이 되고 있을까?
음, 내가 처한 상황을 재빠르게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일종의 순발력?
순발력보다는 내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대처하는 거다. 내가 100만장 파는 가수였는데 어느 순간 50만 장, 20만 장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내가 20만 장짜리라는 걸 바로 캐치하는 거다. 절대 그런 걸로 좌절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아, 내가 지금 이 정도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뛰어넘을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 상황에 앞서 가거나 오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내 중심이라면 중심이다. 이건 연예인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게 더 높이 바라보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와 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팬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행동하는 거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이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데.
자기를 객관화시켜봐야 교만함이나 자만심을 없앨 수 있다. 겉으로는 누구든 겸손한 척할 수 있다. 활동도 오래 했는데 그 정도 포커페이스는 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속이고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한다. HOT가 인기의 정점에 올라섰을 때 다들 "너희 이 인기가 어디 가겠니?"라고 했지만 신승훈 선배가 슬쩍 이런 얘기를 하더라. "잘돼서 좋은데, 지금 너희처럼 최고를 경험한 사람들이 가장 힘든 게 뭔지 아니? 이제 내려올 길만 남았다는 거야." 그 순간 딱 캐치가 되는 거다. 정점을 찍으면 내려올 일만 남았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어떻게 내려오느냐다'를 난 어렸을 때 빨리 캐치했던 것 같다. 예전의 인기에 얽매여서 자신을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아니라는 걸 일찍 파악했던 거지.
신승훈 씨 같은 선배를 만난 것도 일종의 인복인 것 같다. 어떻게 친해졌나?
우리 누나가 신승훈 씨 왕팬이었다. 1998년도엔가 골든디스크 시상식에 갔는데 옆자리에 신승훈 선배가 앉아 계셨다. 데뷔하고 처음 뵙는 거였다. 내가 인사하고 앉자마자 "어, 강타야 빛' 너무 잘 썼더라." 그때 당시 내가 처음 곡을 써서 앨범에 실었는데 사람들이 다들 "가사만 몇 개 쓰고 멜로디 몇 개 만들었겠지. 편곡까지 지들이 했겠어? 다 기획사의 전략이야"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신승훈 선배가 "너 음악 공부 좀 했니? 악기는 뭐 쓰니? 들어보니까 악기OO쓴 거 같던데?"라고 하셔서 "네, 그 악기로 만든 거예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는 매니저한테 "야, 얘가 악기를 다 알잖아. 안 믿는 애들이 다 바보야"라고 하시는 거다. 하늘 같은 선배가 내 곡이 뭔지, 악기를 뭘 썼는지 다 알고 계시다는 게 정말 영광이었다. 그래서 난 "제 누나가 정말 팬입니다!"라고 하면서 알게 된 거다.
그리곤 잦은 술자리를 통해 우애를 쌓고?
그렇다. 중간에 민종이 형님이 작은 형님으로 오시면서 술로 갔다, 이제.(웃음)
궁금한 게 있다. 왜 예명을 '강타'로 지었나?
어렸을 때 만화를 너무 좋아했다. 고행석, 박봉성, 허영만, 이현세 같은 분들의. 만화방에 가면 그분들의 시리즈가 무지무지 많다. 그걸 다 빌려 보고 그랬는데, 데뷔할 때 '칠현'이란 이름이 너무 어려우니 무조건 예명으로 가야한다고 나한테 준비해오라고 했다. 그래서 혼자 이민! 김준! 강혁! 이렇게 막 써보다가 잠깐, 난 만화를 좋아하니까 만화 주인공들 이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오혜성, 최강타, 이강토... 어, 괜찮네? 구영탄은 좀 아닌 것 같고,(웃음) 그렇게 가지고 갔는데 이수만 선생님께서 "너무 평범하면 임팩트가 없을테고... 최빼고 강타 어때?" 라고 하시는 거다. 슬쩍 옆사람에게 '강타... 성도 없이 강타면 장난스럽지 않을까요?' 속닥였는데 "그래, 그냥 강타로 하자! 내가 강제로 한 거 아니다. 네가 준비해 온 거잖아"라고 하셔서 그땐 나도 완전 신인이니까 "선생님이 원하신다면..."이라고 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너 이거 잘되면 대박이고 혹시라도 안 되면 평생 놀림감이다"라며 놀리더라.
앞으로 강타의 계획을 좀 알려달라.
일단 원드컵이라는 대축제가 있어서 나도 그 축제를 좀 즐겨야 할 것 같다. 슬슬 중국에서 신곡을 포함한 베스트 음반을 내고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월드컵 때 같이 즐기고 올가을쯤 한국에서 정규 음반 내고 활발하게 일할 거다. 그 전 상반기엔 디지털 싱글 발표 예정이다.
중국시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10년 안에 중국에서 뭔가 해내지 못하는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성공하는 거다. 그걸 내가 서포트하고, 그자리에서 나도 함께하고 싶다. 내 곡 쓰고 내 일하면서 동시에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제 진짜 어른 남자가 됐다고 생각하나?
스물아홉 때까지는 내가 나이가 참 많이 들었구나, 근데 난 지금까지 뭐한 거지?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는데 도대체 뭘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서른하나, 서른둘이 되니까 이제 이 나이가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 되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어렸을 땐 생각조차 못해봤던 일들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거다. 사업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고 심지어 자식들 생각도 한다.(웃음) 20대까지만 해도 내가 모든 것의 중심이었는데 이제 가족, 우리 회사, 후배들, 친구들 내 주변까지 다 보고 챙기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인생의 '맛'이 달라진다는 걸 느끼고 있는 하루하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