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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진단! K-pop, still breathing? (마리끌레르)

혀니나라 2018. 6. 5. 08:33

[출처] marie claire (마리끌레르)
          2003.05 (Korea Edition No. 123)

[marie claire music talk]

자가 진단! K-pop,
              still breathing?


지난해 음반시장에서는 그 누구도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다. 올해 기대주였던 김건모와 조성모도 50만장이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천6백억원 음반 시장은 자일리톨껌의 1년 매출액 6천억과 비교하면 '껌값도 안 되는' 군소 오락 시장으로 추락했다. 음악의 질과 다양성, 산업적 미숙함 등 여러가지 이유로 맹렬한 비판의 대상이 된 가요계지만 가장 힘든 것은 본인들이 아니겠는가. 한국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다섯 명에게 자가 진단을 들어본다.

글/ 류호진(객원 에디터)


"가요계는 스타가 만드는 것이다. 침체도 발전도 스타의 책임이다."



강타는 국내 최고의 아이돌에서 솔로 뮤지션으로의 변화에 성공한 드문 케이스이다. 친분이 있는 몇몇 가수와 함께 프로젝트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는 그는 스타로서, 그리고 가수로서 한국 대중음악의 소생을 고민하고 있다. 4월 11일 본사 스튜디오에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아이돌 가수에게 음악성이 없다는 비난을 퍼붓지만, 사실 아이돌 가수들은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하기 때문에 자각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획사에 지나치게 휘둘리게 되고, 그들의 음악적 욕심은 속으로 가라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 사람들에게서 이렇게 수동적인 취급을 받다 보면 나중에는 본인들 스스로도 지치고 길들여져 음악 이외의 부분에서 인기를 얻는 데 안주할 수도 있다.

아이돌로서 인기를 얻은 가수는 음악적인 독립을 하고자 해도 주변의 빈정거림이나 의심으로 인해 좌절하기 쉽상이다. 댄스 음악도 엄연히 음악이고, 또 생각보다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그리고 댄스 가수는 댄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지 춤만 추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흥행을 목적으로 한 비주얼한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자작곡에 심혈을 기울여도 ' 설마 지가 했겠어? '같은 의심이 늘 따라다닌다. 이것은 댄스 가수들이나 기획된 가수들이 독립하려는 무렵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MP3가 대중음악의 불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닌 것 같다. 예전에는 공공장소에 뮤직 비디오를 틀어놓거나 , 젊은이들이 혼자 있을 때 음악이나 뮤직 비디오를 즐기는 모습을 흔히 접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이 거의 사라졌다. 다른 것을 찾는다. 이런 것만 봐도, MP3의 유무 이전에 대중음악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인기가 감소했다는 결론을 부정하기 힘들다. 자꾸만 MP3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게 핑계 같아서 부끄러울 때가 있다.

정말 문제는 가요계에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 만한 엔터테인먼트, 혹은 퀄리티가 없다는 것이다. 음악계의 침체나 발전은 전적으로 스타들이 이끌어가는 것이다. 스타들이 안일하게 생각한 탓에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믿는다. 물론 나는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가수들에게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연기나 MC의 겸직도 대중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 때문에 음악을 완전히 제쳐놓으려고 하는 게 문제다. 한국 영화는 음악과는 달리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것은 그쪽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요계도 이제 시류에 영합하던 비겁한 태도를 접고, 대중과 음악 자체에 열정을 갖는 시도를 해야할 것 같다.

이번에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하려는 것은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가수들끼리의 음악적 연대가 활성화된다면, 음악적 수준도 높아지고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벤트도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위해서는 기획사로부터 뮤지션이 어느 정도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이번 앨범이 성공을 거둔다면 기획사의 태도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가수와 제작자들의 근시안적 태도가 몰고 온, 예정된 파국이다"
박은석(대중음악 평론가)

최근 씨네 21, DVD 2.0,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활발한 평론 활동을 전개하는 평론가 박은식 씨와 가진 인터뷰, 구조적인 문제를 잉태하고 있는 이상, 그 근원을 제거하기 전까지 불황의 타개는 어렵다고 대다본다. 인터뷰는 4월 3일 한밤중에 박은석씨 소유위 홍대앞 키친(kitsch-inn)에서 진행했다.


불황이 갑자기 닥쳐왔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결정타는 MP3나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무료 디지털 음원의 보급일 것이다. 그러나 가요 시장이 만들어지는 가수 일변도로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대중들은 음악에 대한 존경을 잃었고, 음악은 개별적인 아우라(Aura)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음악 획득의 수단에 대안이 없었다면, 그래도 개중 나은 몇 개의 음반을 고르겠지만-90년대 중반의 상황처럼-최근 들어 새롭게 출현한 무료 음악은 대중들이 아우라 없는 음악을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구입할 이유룰 잃게 했다. 이미 면역력이 떨어진 체계 안에 병원체가 침투한 현상과 같다.

음반 시장의 붕괴는 10년 전부터 달려온 파국이며, 이러한 파국의 책임은 전적으로 불황이라고 우는 소리를 내는 제작자들 본인에게 있다. 비주얼한 흥행성을 우선해서 따지고, 음악은 대강 가르쳐서 가요계로 투입하면 된다는 식의 시스템에서는 당연히 노래를 제대로 하는 가수조차 나오기 어렵고, 그나마 전문 음악인이라 자처하는 프로듀서라는 사람들 역시도 한 가지 음악을 재탕하는 능력밖에 없는 수준 미달의 인물들 일색이다. 근 10년간 그런 음악만을 접했던 일반 대중들이 음악을 돈 주고 살 만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음악적 능력이 의심스러운 멤버로 구성된 팀에게 뮤직비디오 10억, 프로모션 10억 등의 투자는 도무지 경제 관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본다. 아티스트이기를 포기했다면 자본가라고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무조건 몇백 만장 판매, 대박 신화만을 쫓는 것은 크게 넣고 판 한번 쓸어보자는 식의 발상 아닌가. 음악이 아니라 장사를 할 거면 합리적으로라도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철저하게 음악적인 부분에 입각해서 다양한 지망생들을 발굴하고, 적정 수준을 음반 제작하는데 투자한다면 지금 함량 미달 댄스팀 하나를 운영하는 돈으로 스무 장의 음반은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투자를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회사만 그렇게 한다면 당장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고 생각하게 때문일 텐데, 제작자 집단이 그런 게임 이론에 빠져 있으면 시장의 불황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다른 팀과의 경쟁 무대라면 아마도 방송이 될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이 자본 논리이고 방송 역시도 장사의 일환인 만큼 대중의 기호를 따라가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열 번 중 한두 번은 견인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단 한 번의 시도조차 시청률 때문에 망설인다면 그것은 방송의 공익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음악인 여러분들...열심히 합시다."
정원영(대중음악가, 교수)

네번째 솔로 앨범의 발매를 앞둔 정원영씨, 새 앨범을 내고 의욕적인 활동을 할 때지만 많이 지쳐보였다. 음악계 전반을 꿰뚫어 보고 있는 만큼 누구보다 걱정이 큰 탓일 게다. 그러나 그래도 음악가의 마지막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에서 장인의 비징함이 느껴졌다. 4월 7일 본사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원영 교수와의 인터뷰.


인터뷰 내용을 미리 알았더라면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약속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 같다. 사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너무 힘들고, 자주 해서 식상하고, 이젠 좀 지쳤다. 그러나 별다른 해결책이 보이는 것 같지도 않다. 사실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짓이지만... 그러나 이미 자리가 마련되었으니, 간단하게만 이야기하겠다.

사실, 나는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이번에 발매한 4집에서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사실 3집 '영미 로빈슨'을 내놓을 때만 해도 '추세에 맞춰 이런저런 접목을 해보자' 하는 타협적인 시도를 했었다. 빠른 템포라든가, 편곡, 그런 것들. 긱스 시절에도 그런 경향이 여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한 음악을 내놓기로 했다. '이러나저러나 살 사람은 사고, 사지 않을 사람은 어차피 사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음반을 들어보더니 이적이나 강호정이 "이번 음반이 제일 형다워. 제일 좋았어." 그렇게 말할 정도였다. 실은 음악 시작하고 처음으로 '이렇게 음악하는 게 옳은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러나 그런 고민마저도 버리고 나니 오히려 음악적 다양성이 보였다. 이제, 한국 음악계의 전반적인 환경이나 분위기에 대해서는 'So, What?' 그런 기분이다. 머리 아프고 지쳤다.

그러나 내 음악은 부피가 작고, 소품이다. 곡도 내가 쓰고 세션도 그럭저럭 되니까 앨범을 내는 데 어느 정도 홀가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은 어떻게 음악을 해나갈 수 있을는지 정말 걱정이다. 노래만 하는 가수들 같은 경우에는 변두리 클럽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유지가 될 정도고, 악기 잡는 친구들은 그나마 상황이 좀 낫긴 하겠지만, 그래도 세션이 크게 줄어드니 힘들긴 매한가지다.

외국에서도 CD 복제외 MP3는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그러나 그쪽은 우리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은데, 그건 시장의 구조가 건강하고 다양해서다. 미국은 판매 1위 장르가 컨트리다. 메인 스트림 일변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다른 장르도 골고루 발전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위기가 닥쳐도 우리처럼 사태가 급전직하, 엉망이 되거나 그런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재 상황에서 호전될 수 있는 방안..., 글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음, 지루한 논리 이야기를 떠나서 이쪽에서 오래 몸담는 느낌상 잘 되기 어려울 것 같다. 뭐, 잘 되면 좋겠지만. 정치, 경제 모두 이렇게 혼탁한데 문화라는 것만 되살아나기가 어렵지 않겠나 싶다. 하지만 이번 음반 속지에도 썼듯이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음악하는 분들...열심히 합시다.' 그런 말은 해야겠다. 일종의 의무다. '정원영'은 판이 한 장도 안 팔려도 음악을 열심히 할 것입니다!! 뭐, 그런 거, 상황이 이렇다고 진짜 뮤지션들마저 음악의 마지막 끈을 놓아버리면, 아!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니겠는가.



"음악 판매와 이윤의 배분이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희망은 충분하다."
홍현종(음반 기획사)

박진영씨가 이끄는 JYP 엔터테인먼트의 홍보 팀장.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다가 이 회사로 옮긴 베테랑으로, 현재 박진영, 박지윤, 비, 별, 노을의 홍보를 담당한다. 산업적 측면과 연륜이 정착되면 우리 음악의 미래는 밝다고 믿는다. 4월 4일 JYP 기획 청담동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


현재 음반 시장은 불황이지만, 음악 시장 자체가 불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대중음악은 여전히 세계 수준에 그리 뒤지지 않는 세련된 수준을 갖췄고, 때문에 팝과의 경쟁에서도 우세한 시장을 점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 무료 음악과 벨소리, 컬러링 서비스 시장 등이 등장해 음악 시장을 토막내고 있다는 사실.

기존에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음반을 구매하는 것뿐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내려받거나, 벨소리, 모바일 뮤직 비디오 등 다양한 경로가 있기 대문에 음반 자체의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작자나 음반 회사는 기존 음반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만을 되돌려 받을 뿐, 무료 음악 시장이나 벨소리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엉뚱한 쪽이 챙긴다. 현재 음반 시장 규모가 연간 2천5백억인데 반해 벨소리와 컬러링 시장은 이미 2천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 업체에서 아티스트나 제작자 측은 전혀 수익을 배분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약화되는 재무 구조로 인해 재투자가 더욱더 어려워진다면 음악의 질을 보장하기가 더욱더 어려워진다.

현재 음반 제작자와 회사들이 모색하고 있는 것은 이들 불법적인 서비스를 합법화하고 서비스의 음질과 편의성을 더 높이는 동시에 적정 수준의 요금을 산정하여 공정하게 분배함으로써 정상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수들의 음악적 의존에 대한 비난이 많은데, 사실 기획사 입장에서도 싱어송 라이터가 더 반갑다. 일일이 관리하고 기획하고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나 막상 우리나라에서 신인 오디션을 개최하면 음악성이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을 갖출만한 수준에 오른 경우가 드물다. 꾸준히 음악에만 매진하기 힘든 교욱 여건, 사회 구조로 인해 일본, 미국과 같은 재야 음악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로듀서의 음악적 능력에 의존하는 음악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경쟁력이 없다면 바로 외면하는 것이 대중이다. 자본과 프로듀싱의 집중 없이 어설픈 밴드들의 음악으로 가요계가 형성된다면, 자율성이나 다양성은 확보될지 몰라도 수준 자체가 팝이나 J팝과 크게 벌어져, 국내 가요 시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러면 20년 전처럼 팝이 국내 음악 시장을 장악할 게 뻔하다.

아이돌 일색의 음악이 식상하고 음악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동감한다. 그러나 그것은 출발 단계에서 거친 초기 대중문화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음악성만을 보고 결성되는 가수도 늘어나는 추세고, 장르 다양화와 오리지널리티 확보에도 신생 기획사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시스템이 정착되면 우리 음악은 다시금 인정받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 우리 음악을 지지하고 기다려주었으면 한다,



"어치피 악순환이라면 우리부터라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레이지본(인디 밴드)

최근 2집 발매를 앞두고 클럽 공연을 가진 레이지본.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인디밴드 중의 한 팀이지만 답답한 마음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젊은 만큼 희망과 패기는 누구보다 강했다. 4월 5일 이대 앞 라이즈홀 퀸에서 공연 직전에 진행된 인터뷰.


인디라는 정의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왜곡된 것 같지만, 일단 자유롭고 간섭받지 않는 상황에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인디인 것은 사실이다. 대중음악계의 문제라면 우리도 할 말이 굉장히 많다. 대중음악 가수들은 사실상 자신이 가진 음악적 의지가 반영되기 어려운데, 그런 가수들이 오버그라운드를 지배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음악이 발전할 리가 만무하다. 자신의 마음과 머리, 즉 본질 속에서 나오지 않는 음악은 죽은 음악이다. 그런 음악을 들려준다면 대중의 수준이 높건 낮건 간에 대중은 은연중에 그것을 느낄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구매를 망설이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것이 싫다. 오히려 부끄럽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우리 수준의 작곡과 연주 실력으로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곳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우리는 설령 우리 자신이 경쟁에서 패배해 인기를 잃게 되어도 좋으니, 인디에 많은 경쟁자, 그리고 친구 밴드들이 활동하길 바란다. 그러면 훨씬 더 즐거울 것 같다. 사실, 인디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는 다 친구다. 이 바닥이 워낙 사람들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좁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좁은 곳에서는 음악적인 발전도, 상업적인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 경제적 어려움이 제일 크다. 인디 음반 제작하는데 큰 돈이 들지도 않지만, 그것조차 만만치 않다. 같이 연주하고 녹음 작업하는 분들 중에는 정말 실력있는 분들이 많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열악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방송 프로그램에는 라이브 시스템이 안 되어 있으니 우리같이 라이브만 하는 팀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기획사도 작아서 널리 홍보하지 못한다. 홍보가 잘 되서 판매가 늘고, 그래서 투자가 더 많아진다면 당연히 음악 수준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기득권에게 편리하게 고정된 시스템에서 대중들은 속아넘어간다.

사실, 우리 자신의 책임도 크다. 우리의 음악이 정말 좋다면, 채널의 제한 따위를 뛰어넘어 대중에게 전파되면, 우리를 먼저 부르는 방송사도 생기지 않겠는가. 사실 지난 몇년간 남의 탓, 사회 탓 많이 했지만, 돌아오는 건 욕뿐이고, 남는 건 별로 없더라. 낮은 음악 수준이 먼저냐 나쁜 환경이 먼저냐 하는 것은, 어차피 닭이 먼저냐 하는 문제와 동일하다. 이런 책임론의 고리에서 빠져나오려면 누군가는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나. 일단 우리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의지 그거 하나다. 음악계의 다른 위치에 있는 분들도 다들 열심히 하다 보면 그게 어디가 되든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을까.



** pw2727 님께서 올려주신 기사를 추가, 수정, 편집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