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 콘서트서 과거 여행 "H.O.T. 추억은 가끔 간식처럼 꺼내 즐기자"
[팝CON]강타, 콘서트서 과거 여행 "H.O.T. 추억은 가끔 간식처럼 꺼내 즐기자"
[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10만 명의 함성을 들으며 잠실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치던 강타는 이제 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 팬들과 소통한다. 지난날의 영광이 그리울 법도 하지만, 강타는 "이렇게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즐겁다"며 웃어보였다.
4일 서울 코엑스 아티움 SMTOWN THEATRE에서는 8년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 강타의 단독 콘서트 '보통의 날(Coming Home)'이 개최됐다. 이날 좌석을 가득 메운 팬들 손에는 햐얀 풍선과 흰 불빛을 뽐내는 야광봉이 함께였다. 과거 풍선으로 응원하던 추억과 새롭게 발매된 응원 도구 사이에서 팬들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팬들 사이에는 지난 30일 MBC TV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강타편'에 얼굴을 비췄던 강타의 부모님도 함께였다. 강타는 오랜만의 콘서트를 앞두고 평소 무뚝뚝하게 지내던 아버지를 초대하고자 했다. 그러나 열심히 만든 파스타까지 대접하고도 끝내 콘서트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방송의 힘으로 아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강타의 아버지는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팬들의 귀여운 인사를 반갑게 받으며 공연장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8시 정각. 어수선하던 장내가 암전되며 흰 야광봉 불빛으로 물들었다. 세션의 반주가 먼저 시작됐고, 강타는 3일 발매한 새 미니앨범 'HOME' Chapter1(홈 챕터1)에 수록된 '사랑이 오네요'를 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프닝으로 한 곡을 선사한 강타는 팬들과의 소통을 너무나 기다렸다는 듯 바로 첫 인사를 건넸다. "이게 몇 년 만인가요? 8년만에 제 콘서트에 와주신 여러분 환영하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첫 곡으로 '사랑이 오네요'를 선곡한 이유는 여러분과 제 사랑이 더 깊어지길 바랬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강타는 팬들의 비명 섞인 환호를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단독 콘서트의 타이틀인 '보통의 날'에 대해 강타는 "제가 오랫동안 무대에 선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이렇게 공연하고 음악으로 소통하는 지금의 모습이 저에게는 보통의 강타고, 보통의 날이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뒤에서는 언제나 그래왔었다는 의미로 '보통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늘은 팬 여러분과 제가 소통하는 보통의 날로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겨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타 인스타그램
이날 강타는 SM 소속 후배 가수의 노래와 미발표곡을 공개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4명의 백댄서와 함께 슈퍼주니어 '쏘리쏘리(Sorry, Sorry)', 레드벨벳 '러시아룰렛' 무대를 선보인 강타는 "후배 가수에게 준 음악이 있다"면서 보아의 '늘...'을 강타 감성을 담아 불렀다. 또한 그는 "후배에게 줬는데 거절당한 곡이 있다. 제목은 '다시 돌아보고 또 사랑하고'"라 말하며 "그 후배는 슈퍼주니어"라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팬들의 누군지 알려달라는 성화에 강타는 "슈퍼주니어의 예성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직접 거절한 것이 아니라 기획팀에서 이미지와 맞지 않아 거절한 것"이라며 행여 후배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미발표곡을 들은 팬들은 강타의 앨범에 수록해 달라는 말로 좋은 노래에 대한 박수를 대신했다.
25대 별밤지기로 활약하고 있는 강타는 라디오 방송하는 분위기를 연출해 '별이 빛나는 날'을 진행했다.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낸 강타는 "소통이 즐겁다"는 말을 증명하듯 팬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질문을 던져 몇 명의 팬을 선발하여 마이크를 건넸다. 직접 강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린 팬들이지만, 강타의 "이미 결혼한 인생의 선배이신 팬분들, 나이는 어려도 결혼에 대해 조언해주면 좋겠다. 결혼하면 무엇이 좋으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없다"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결혼 조언을 받으려 해도 실패, 이별한 팬에 대해 위로를 해주려고 해도 실패한 강타는 "어렸을 때보다 지금 여유가 생겼다. 스스로 예전보다 시야도 넓어졌고, 소소한 작은 행복도 많이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분 대부분 30대죠? 20대도 있어요? 20대 후반이죠?"라며 함께 나이를 먹으며 성장한 팬들을 놀리는 장난기 넘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하얀 우비 입고 빗속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해주던 여러분이 생각난다. 물론 저도 그때처럼 할 수 있다. 그래서 뜨거웠던 그때로 돌아가 보겠다"는 말과 함께 H.O.T.의 음악을 선곡, 팬들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났다.
H.O.T.의 '캔디' '행복' '빛'을 이어서 열창한 강타와 팬들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강타는 즐거워하는 팬들을 모습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가끔은 이렇게 옛날 것들을 꺼내 먹고 사는 것도 좋다. 그런데 너무 과거에 젖어 살면 앞을 못 본다. 추억을 적당히 꺼내서 간식처럼 즐겨주면 좋겠다"면서 현재 제2막을 시작하려는 강타의 모습에도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별이 빛나는 날' 특별한 손님으로는 강타와 절친한 관계인 김민종이 깜짝 출연했다. 올 블랙 패션으로 댄디한 멋을 자랑한 김민종은 "첫 만남은 포장마차였다. 실연당해서 혼자 술 마시고 있었는데 강타와 토니가 와서 밤새도록 술 마셨다. 강타는 고맙고, 훌륭하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추억이 있는 동생"이라며 훈훈한 우정을 자랑했다. 김민종은 H.O.T. 팬과의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그는 "강타는 내 나이 29살에 처음으로 아저씨라는 호칭을 듣게 한 감사한 후배다. 이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때 29살이었는데 청담 초등학교 앞에서 어떤 팬이 '김민종 아저씨, 강타 오빠 술 좀 먹이지 마세요!'라고 동네가 떠나가라 외쳤다. 소문이 다 났다. 그 후에는 이수만 선생님도 지나가다가 나를 발견하고 '강타 있잖니, 술 좀 적당히 먹여'라는 말을 하셨다"면서 29세에 들은 '아저씨'라는 호칭에 충격을 받았던 사연을 전했다. 이에 팬들은 "김민종 오빠!!!!"를 외치며 그의 토라진 마음을 달랬다.
김민종과 강타는 더 블루의 '너만을 느끼며'를 듀엣으로 부르며 환상의 하모니를 뽐냈다. 서로의 시선을 주고받으며 노래한 두 사람에게 팬들은 "잘 어울린다"는 말을 건넸고, 김민종은 "그냥 우리 둘이 평생 이렇게 혼자 살까요? 결혼하지 말까?"라고 말해 팬들을 환호케 했다. 아끼는 후배 강타를 위해 공연장을 찾은 김민종은 '아름다운 아픔'을 열창해 한층 더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좋아하는 팝송을 비롯해 솔로 앨범 타이틀 곡이었던 '상록수'와 '북극성' 그리고 신곡인 '단골식당(Diner)'까지 부르고 작별의 인사를 건넨 강타는 '앙코르'를 외치는 팬들 앞에 영상으로 등장했다. 그는 "내가 고집이 세서 미안했다"는 말과 함께 팬들에게 미안했던 것들부터 하고 싶은 말들까지 평소 부끄러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영상 편지로 대신했다. 강타는 앵콜곡 프로포즈를 열창하며 무대 뒤쪽에서 깜짝 등장, 팬들에게 직접 장미꽃을 선사하는 잊지 못할 이벤트를 만들기도 했다.
8년만의 강타 단독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는 H.O.T.의 '고마워 미안해'였다. 팬을 향한 메시지를 가사에 담은 이 노래에 강타와 팬들은 울고 웃으며 뜨거웠던 2시간반의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공연이 끝난 뒤, 강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무대와 관객 석이 담긴 사진과 함께 "오늘 너무 반가웠어요~오늘 더 잘했어야 했는데ㅠㅜ 내일은 더 좋은 컨디션으로! 내일 봐요~"라며 #강타#8년만#보통의날#내일은곱배기로#내일은더잘할께요ㅠㅜ라는 글로 공연을 찾아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신비주의 아이돌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편안한 가수로 돌아온 강타의 단독 콘서트 '보통의 날(Coming Home)'은 5~6일, 19~20일 서울 코엑스 아티움 SMTOWN THEATRE에서 개최되며, 부산 공연은 12월 10~11일 센텀시티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다.